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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96명의 신위가 모셔진 가운데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96명의 신위가 모셔진 가운데 '반인권적 이주노동자 정책과 차별로 숨져간 이주노동자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60~1970년대 서독 파견 광부와 간호사. 한국경제성장의 초석을 다졌던 이들은 독일 노동자들과 차별 없이 노조를 결성해 함께 활동했다. 1년 만에 산재를 당해 귀국한 한국광부가 30여년 동안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급받은 것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2000년대 대한민국의 아노아르. 이주노동자 초대 노조위원장이다. 노조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한국정부는 설립신고도 받아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외노조일 뿐 불법노조는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이들을 불법이라고 말한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지난 1년간 불법체류 단속에 걸려 이주노동자 일시 보호소에 갇혀 있었다.

보호소 측에서는 화장실 2개가 바로 붙어있는 좁은 방에 22명을 몰아넣었다. 운동시간을 매일 30분씩 주기로 되어 있지만 일주일에 10분 밖에 주지 않았다.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했고, 병에 걸려도 돈이 없으면 고칠 수가 없었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 함께 있지 못해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함은 물론이고 직원들로부터 반말과 욕지거리를 수시로 들어야 했다. 이동시에는 여성과 남성을 한 수갑에 채우기도 했다.

1970년대 서독, 2000년대 한국

2004~2005년 2년간, 이렇게 인간사냥식 단속에 걸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며 강제로 출국당한 이주노동자는 5만7300명에 이른다.

노동3권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이다.

한국헌법도 '외국인은 국제법과 그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UN의 '사회권 규약'과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은 노조결성 및 가입에 있어 인종차별을 금하고 있다. ILO협약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노무현 정부는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한국정부를 ILO에 제소키로 했다.

아노아르 위원장은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취소 소송'과 '불법연행에 따른 피해배상'을 시작한 당사자이다. 게다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법연행과 강제 구금으로 인한 신병치료 중이다. 이 두 가지 근거로 법무부로부터 출국연기 확인서를 받은 상태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노아르 위원장이 집회에 참석하고 정치적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출국을 종용하고 11월 20일께는 강제출국을 시키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렸던 ILO 아·태지역 총회에서 아노아르 위원장의 연설을 막기 위해 강제추방을 시도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1일, 115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115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UN사무총장을 배출하고 북한인권 결의안에 찬성하기로 했다는 한국정부는 이렇게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인간이라는 믿음

이주노동자는 한국이 필요해서 산업연수생의 이름으로 이 땅에 들여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감수해 왔다. 폭행·감금·연행·임금체불·인간사냥식 연행과 강제출국 등 숱한 난관을 겪어왔다.

이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중소하청업체나 3D업종에 종사하며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들에게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이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한 한국 정부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내세워 '국위 선양'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반기문과 아노아르, 이 비대칭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아직 인권을 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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