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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 카롤리나의 죽음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브라질 주간지 <베자> 인터넷판. 작은 사진은 몸무게 42kg이던 2005년 당시 모습.
아나 카롤리나의 죽음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브라질 주간지 <베자> 인터넷판. 작은 사진은 몸무게 42kg이던 2005년 당시 모습.
어린 나이부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게 된 아나 카롤리나는 당시만해도 172cm에 51kg의 적당히 마른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고 중국에서 함께 모델활동을 했던 아나 파울라 스몰린스키는 상기했다.

"아나 카롤리나는 당시만 해도 보통 소녀들처럼 청량음료와 스파게티, 과자등을 먹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그러나, 중국의 한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로부터 '뚱보'라는 지적을 받은 후부터 아나 카롤리나는 달라졌다. "그때부터 다이어트 얘기만 하기 시작했고 적은 양의 한 끼만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는 것.

중국에서 모델생활을 마치고 멕시코로 갈 당시, 아나 카롤리나는 42kg까지 살을 뺐지만 아직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불평했다고 아나 카롤리나의 어머니인 미리암은 밝혔다.

글래머 스타일의 모델을 선호하는 멕시코에서 일을 얻지 못하자, 2005년 마른 모델을 선호하는 일본으로 가게 됐다. 일본에서 첫 화보 촬영을 하던 중 아나 카롤리나는 결국 쓰러졌으며, 2005년 말 브라질로 되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음식을 거부했으며, 어머니의 끈질긴 요구끝에 빵 한 조각을 먹었으나 결국 모든 사람들 앞에서 토해냈다. 그녀는 몸에서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녀는 소속된 모델 에이전시에서 정신과를 찾을 것을 권유해 두 차례에 걸쳐 상담을 예약해줬으나 가지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아나 카롤리나가 사망한 지 불과 이틀도 채 안돼 이번엔 역시 21세의 여대생이 거식증으로 사망했다. 까를라 소브라도 까잘레는 5년 동안 거식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주 초 입원 치료중 끝내 숨진 것이다.

까를라는 사망 당시 키 174cm에 몸무게는 45kg이었으며, 과격한 다이어트 때문에 구토를 반복하는 등 전신쇠약으로 죽음에까지 이르렀다.

"음식이 징그럽다, 그러나 배는 고프다"

이처럼 젊은 여성들의 '말라깽이' 신드롬이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자, 브라질 사회는 이 문제를 되돌아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력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로>는 2년 전 거식증에 걸려 한 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루시아나(가명·대학생)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녀는 입원치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았으며, 입원중에도 갖가지 전략을 동원해 다이어트를 진행시켜왔다. 거식증이 최고점에 달했을때 38kg까지 살이 빠진 적도 있으며, 거식증으로 인한 갖가지 합병증(빈혈, 장 출혈, 출혈을 동반한 구토)에 걸렸다.

그녀는 거식증으로 몸이 좋지 않아 학업도 계속할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15세부터 문제가 시작됐으며, 음식을 과다섭취한 이후 구토로 음식을 다시 뱉어냈다.

입원 후에도 체중감량을 위해 다른 환자들과 여러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냈다. "먹은 것을 토해내기 위해 도망도 쳐봤으나 감시하고 있는 간호사들 때문에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른 환자들로부터 새로운 이뇨제나 설사제에 대한 정보를 얻어 몰래 복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루시아나의 문제는 6년전부터 시작됐으나, 부모들은 올해에서야 딸이 거식증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음식이 징그럽다. 그러나 배는 고프다. 매일 배고픔과 전쟁한다"고 말했다.

"뚱보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지나친 다이어트에 의한 거식증으로 사망한 브라질 모델 아나 카롤리나. 사진은 2005년 4월 브라질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 참가했던 모습.
지나친 다이어트에 의한 거식증으로 사망한 브라질 모델 아나 카롤리나. 사진은 2005년 4월 브라질에서 열린 한 패션쇼에 참가했던 모습. ⓒ AP=연합뉴스
물론 운 좋게 거식증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관 속에서도 바비인형 같을 수 있다면 뚱보가 되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19세의 수험생인 라이사 마리아 리베이로 지아스는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이러한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그녀는 15세부터 거식증에 걸리게 됐다. "하루 400칼로리만 섭취했으며, 어쩔때는 200칼로리만 섭취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하루에 3시간씩 운동을 했다. 도대체 무슨 힘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마른 몸매의 식구들 사이에서 오직 자신만 뚱뚱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거식증을 극복한 현재는 179cm에 80kg 몸무게로 통통한 편이나, 47kg까지 마른 적도 있다.

그녀는 "남자 친구가 양다리를 걸치면서 나를 뚱보라고 놀렸다. 살이 빠지면 나에게 돌아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거식증으로 인해 입원치료까지 받았으며, 소리가 안들리는 청각장애까지 겪어야 했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은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것을 더 무서워해요. 나도 그랬어요. 그러나 마른 몸매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24시간 다이어트만 생각하는 여성에게 그 어떤 남성도 관심을 주지 않을 테니까요."

9살 어린이들까지 거식증으로 병원 찾아

<폴랴 데 상파울로>에 따르면, 거식증 문제는 패션모델이나 젊은 여성들만이 아닌 9살 어린이들에게까지 퍼져있다.

상파울로대학의 클리니카스 병원의 소아과의사인 알렉샨드리 아제베도는 "9살 어린이가 거식증으로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소녀는 갑작스런 체중감소와 함께 아직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9세나 10세 어린이들이 거식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종종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병원의 의사 루시아 엘레나 그란도는 "거식증에 대한 편견이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환자를 우선 일반내과로 데려간 후, 산부인과와 내분비과를 거친 후에야 정신과로 데려온다. 문제는 이미 증상이 너무 악화된 시기라는 점이다. 거식증이 악화되면 사망률이 20%에 달한다"고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거식증은 치료를 했다고 해도 재발확률이 높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하며, 이로 인해 가족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델에이전시들 말라깽이 선호현상 바뀔까?

한편 잇따른 거식증 사망사건 이후 패션모델계의 말라깽이 선호사상에 변화가 있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모델에이전시들은 거식증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의 모델에이전시들은 모델들과의 신규 계약시 혈액검사 및 의사 검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모델들은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

이외에도 일부 모델에이전시들은 신인 모델들을 관리하고 돌봐주는 일명 '유모(nanny)'들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1명 당 신인모델 10여명을 돌봐주는데 특히 저칼로리 고영양의 식단 및 몸매 관리 트레이닝 등을 담당하고 있다.

'유모' 중 한 명인 클라우디아 카라이바는 영양관리사이며 상파울로 연방대학에서 정형외과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전문가로, 원(One) 모델에이전시에서 모델들의 식사와 신체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다.

신인모델인 아릴레(17)는 "클라우디아가 오기 전에는 식생활이 엉망이었다"고 말하며, 현재의 균형잡힌 식생활에 만족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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