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실시 예정인 동덕여대 총학생회 선거가 학교당국의 선거 개입설이 불거지는 등 혼탁해지고 있다. 이 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장과 단과대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중앙선관위는 23일 낮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당국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학생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행' 선본의 홍보물 제작에 학교당국이 관련됐다며 업체 대표와 나눈 대화록과 견적서를 공개했다.
문수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학교측의 선거지원에 관련된 후보들은 손봉호 총장 해임을 반대하며 이사회 퇴진을 요구하는 현 보직자들과 그동안 같은 입장을 취해 왔다"며 "이는 학교당국이 어용총학생회를 세우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후보를 돕고 있다는 의혹을 짙게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후보들의 동의를 얻어 학생회 선거를 내년 3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학생들의 고유한 자치권 행사에 개입해 학생회 선거 자체를 무산시킨 김병일 부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동행' 선본 쪽은 "3월 연기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학칙에 징계받은 사람이 선거를 진행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징계중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것"이라며 "결국 선관위원장이 나가지 않아 11월 선거가 무산돼 너무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동행' 선본은 또 "학교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은 우리한테 공정하지 못한 자료를 가지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며칠 안에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명예 훼손당한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학교당국의 입장도 강경하다. 학칙과 원칙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
김병일 부총장은 "동덕여대 총학생회 선거가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때, 무기정학 징계중인 학생들이 '유·무기정학 징계를 받았을 경우 모든 학내 학생활동이 정지된다'는 학칙을 위배하여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장은 학교당국의 학생회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동덕여대학보는 지난 20일치 1면 머리기사에서 재학생 467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총학생회에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학교에 바라는 것으로 학내 갈등 해결을 꼽은 학생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