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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의 침체로 대중 음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가수 김윤아씨가 "한국 문화계는 즐겁게 망할 것"이라는 발언을 해 네티즌들에게 적잖은 파장을 안겨 주었다. 가수 이승환씨도 더 이상 정규 앨범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많은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런 극단적이고 자조적인 발언은 국내 음반시장의 극심한 판매부진에 따른 가수들의 좌절과 분노에서 비롯된 것임을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MP3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음악계의 이러한 몰락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뒤돌아보면 이것은 비단 음악계에만 닥쳐온 시련은 아니었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곳곳에 있었던 전파사나 연탄가게가 그랬고 얼마 전까지 성업했던 비디오 대여점이 그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파사나 연탄가게는 수요가 줄어서 사라졌다는 것이고 비디오가게나 음반가게는 수요는 있으나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것.

현재 한국 음악계의 문제점은 수요는 있으나 기존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해서 수익 창출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MP3플레이어와 인터넷의 자유로운 공유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세대의 입맛과 요구를 한국의 음악계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것 같다.

MP3의 세대에게 덩치 큰 앨범 CD는 거추장스럽다. 그들에게 CD는 단지 음원을 추출해 파일로 변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으로 된 CD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CD가 필요치 않은데 CD를 사라고 하는 건 억지인 것이다.

MP3세대가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앨범의 표지도 아니고 시니컬한 눈빛으로 째려보는 가수의 사진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좋은 노래와 음악이다.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간 유통단계가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 한국의 음악 소비층은 MP3를 귀에 꽂고 중간 유통단계를 싹둑 잘라내고 예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며 받아들일 준비를 이미 끝냈지만 한국의 음악계는 아직 이런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그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쪽에선 누군가 한국의 음악계가 망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문화와 시장의 논리는 대중이 만드는 것이다. 대중의 수요가 있는 한 그것으로부터 부를 창출하거나 인정받으려는 사람들은 영원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재 한국의 음악계는 새로운 수익창출의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그것이 음악계가 풀어야할 숙제인 것이다. 그러한 요구를 외면하거나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대중의 잘못으로 돌리려는 태도는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진정한 뮤지션이라면 팬들이 그동안 자신에게 주었던 사랑과 명예와 부가 사라지길 걱정하기보다 스스로 얼마나 치열하게 고뇌하고 노력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려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창작이란 즐거운 것이기도 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한 것이다.

며칠 전 마이클잭슨이 1억장의 앨범을 판매한 공로로 영국에서 다이아몬드상을 수상했다. 어쩌면 이러한 일은 앞으로 전설 속의 일화로 남을지 모른다.

무거운 과제가 음악계에 남겨져 있지만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음악계는 물론 문화계 전반에 활력을 가져올 새로운 문화의 물결이 다가올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음악인들은 음악은 이런 것이고 가수는 이러해야 한다와 같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낡은 가치관들을 과감히 버리고 이 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한국의 음악계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거부한 뮤지션과 변화에 실패한 가수들만이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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