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란이다. 드디어 지방에까지 광풍이 몰아닥친 모양이다. 이제 한국경제의 건전한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전문가들이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회의를 하면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으로 돌입하고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경실련의 전문가들은 이미 3년 전부터 거품붕괴를 걱정해왔다. 거품이 붕괴되기 전 온 국가가 미쳐 돌아갈 거품경제의 마지막 모습을 걱정했다. 바로 그 모습을 목도하게 되다니….
그런데 대통령은 태연하다. 어쩌다 접하게 되는 대통령의 발언에 의하면 지금 한국경제의 모습은 파라다이스는 아닐 지라도 적어도 그 옆 동네쯤은 되는 듯이 보인다. 그 발언이 다시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지만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대통령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거나 아니면 국민을 상대로 커다란 사기를 치고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필자의 진단으로는 집요하게 진실을 추구하는 진정성이 없는 대통령이라면 현상을 진단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대통령 주변에 진언을 할 수 있는 경제전문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월급봉투 훔쳐간 참여정부
열심히 회사만 다니는 김아무개씨의 월급은 300만원. 그는 어려운 살림을 쪼개고 쪼개 매달 110만원을 모아 집을 살 작정을 하고 있었다.(주택금융공사 20년 만기 보금자리론 1억5000만원의 원리금 상환액이 110만원정도다) 그동안 모아놓은 5000만원과 1억5000만원을 합해 2억원 정도의 아파트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최근 집값 폭등으로 이 아파트가 3억원이 되었단다. 이제 이 집을 사기 위해서 김아무개씨는 2억5000만원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물론 그는 훨씬 더 많은 돈인 184만원을 매달 내야만 한다.
집값 폭등으로 김아무개씨의 실질소득은 대폭 하락했다. 실제로 이 집값 폭등이 향후 전세나 월세 시세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히 주거비가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실질소득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는 계산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김아무개씨의 현재 월급으로는 이 아파트를 살 수 없겠지만, 만약 굳이 산다고 하면 김아무개씨 입장에서는 74만원을 빼앗긴 것과 같다. 이것저것 고려하면 실제 주거비 상승은 매달 74만원보다는 적겠지만 아무튼 실질소득이 대폭 감소한 것은 원리적으로 맞다.
지금 모든 서민들이 이 가상적인 김아무개씨의 상황에 처해 있다. 설사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일시적 자본이득을 보았을 뿐이지, 평생의 실질소득은 감소한 것과 같다. 특히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미래세대들의 실질소득을 모두 감소시켰다는 점이다.
쉽게 얘기해서 한국의 근로소득자들은 모두 월급을 빼앗기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국민들 입장에서 참여정부가 월급을 빼앗아 가고있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민심이 들끓을 수밖에 없다.
물가 통계의 한계
그런데 대통령이 보는 통계는 전혀 다르다. 금년도 소비자물가지수는 3%가 넘지 않는다. 실질경제성장률은 4.5% 수준이므로 예년과 크게 차이가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물가지수 통계에 집값 상승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한국의 물가지수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크게 뛰어 올랐는데도 소비자물가지수는 3% 내외의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산정방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주거비는 월세 위주인데, 전세가 일반적인 한국 상황에서 정확한 주거비를 산정하기 힘들고, 특히 자기가 보유한 집에 거주하는 비용(자가주거비)을 산정하기 어렵다. 자가주거비는 실제로 지불하지 않는 비용이므로 추정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 국제적으로도 표준방식을 찾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한국의 경우 주거비(자가주거비 제외한)가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한데, 미국의 경우 40%에 달한다는 점을 보아도 이 통계에 문제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 통계라고 해서 100%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통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계만 보고 있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실질소득과는 큰 차이가 나는 숫자놀음에 빠지게 된다. 전 국민은 월급을 매월 빼앗기고 있다고 아우성인데, 대통령이 집값 상승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있을까? 집값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경제성장률 1%p 높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집값이 올라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지수는 대폭 상승했지만, 한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재경부 관료들은 소비자 물가지수가 안정적이니까 이자율을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자율을 내려왔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매월 월급을 빼앗기게 된 것인데, 이것은 공식통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번 필자의 기고문 '신도시로 투기 잡은 나라가 어딨나'에서 밝힌 대로 한국의 부동산 통계는 엉터리다. 따라서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러한 통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 통계가 물가지수 통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경제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실질소득 감소는 철저히 무시했다.
이 정부는 그 짓을 내년에도 계속하려 한다. 내년은 또 대선이 있는 해 아닌가? 그래서 이자율은 올리면 안된다고 하고, 투기꾼들에게 자금 공금을 막는 대출규제도 해서는 안된단다. 내년도에도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건설회사들이 이익을 많이 내도록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단다.
그래서 후분양제는 다시 뒤로 미루고,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고, 건설회사가 충분한 폭리를 남기도록 신도시에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숫자놀음을 위해, 내년도 경제성장률 1%p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성장의 혜택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우리는 다시 실질소득의 감소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지금 누가 보유세를 거론하는가
세금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보유세가 높아져서 반발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실효세율은 0.5%가 채 안되는 수준이지만, 주택 가격이 너무 빨리 올라서 보유세 부담이 작년보다 높아졌기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을 위해 정치세력들이 발벗고 나섰다. 많은 언론들이 그들을 위해 변호하고 나섰다. 민주사회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바로 주택가격 상승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람들이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보았고 보유세 부담은 100~200만원 더 늘어난다. 그것이 문제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저리도 높은데, 바보처럼 월급을 빼앗기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건설족과 투기꾼의 이해만 대변하는 정부, 그들만 변호하는 정당과 언론만이 판을 치는 사회,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곰곰이 따져보자. 자신의 월급을 빼앗기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우리 자식들의 월급도 빼앗길 것을 깨닫는다면, 그리고 자신을 대변해 줄 정부도 정치세력도 없음을 깨닫는다면 행동하는 시민이 되자. 그들의 숫자놀음을 깨자. 행동하는 시민만이 지금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지킬 수 있다. 그런 시민들이 모이는 자리가 내일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린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시기다. 거울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