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생명과 함께하는 숲속 음악회'에서 만난 신정은 활동가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밝은 모습을 보였다.
신정은씨는 "여러분들이 걱정해 주신 덕분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계양산에 골프장이 생기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이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공시위 한 달째를 맞는 신정은씨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이 철회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6월 30일 인천시 계양구청에 개발제한구역 2차 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계양산은 개발제한구역이자 산지관리법상 '공익적 보전임지'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이 필수적이다. 개발제한구역의 관리계획은 5년 단위로 수립되는데 올해 말까지 계획이 수립되면 2007년~2011년까지 시행된다.
시민단체들의 골프장 반대운동은 인천시가 계양산 기초현황조사를 바탕으로 건설교통부가 개발제한구역 2차 관리계획을 협의하면서 촉발됐다.
인천지역 5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8월 9일 '계양산골프장저지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인천시청 앞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활동가는 10월 26일 새벽 전격 소나무 10m 위 고공시위에 돌입했다.
인천의 생태축은 문학산, 철마산, 가영산, 계양산 등 6개 산들이 S자형의 녹지축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도로, 경기장 건설 등으로 잘라져 인공섬처럼 변한 상태다. 이 중 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은 계양산이 유일할 정도다.
계양산(395.4m)은 강화도를 제외하면 인천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시민이 찾을 정도로 260만 인천시민과 부천, 김포, 서울 강서지역 5백만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해왔다.
특히,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는 일대는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 도롱뇽, 버들치 등과 맹꽁이, 소쩍새, 매 등 멸종위기 종들이 서식하는 생태계 우수지역이다. 특히 이 일대에서 소나무 숲이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골프장이 건설될 경우 인천의 생태축이 훼손될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에서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 건설지역은 계양산 북사면으로 행정구역상 인천시 계양구 다남동, 목상동 일대다. 롯데건설은 총 75만여 평 중 46만 평에 27홀 대중골프장을 짓고 29만 평에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대책위는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롯데월드 규모의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홍보했다"며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시설이 50여개에 달하는 반면 테마파크는 2~3만평에 놀이기구 5~6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연녹지로 방치할 계획"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형식적인 테마파크 건설을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나마도 최근 군 부대가 '탄약고 이격거리'인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업지구에서 제외하라며 사실상 불가통보를 했다. 인천녹색연합 한승우 사무처장은 "최악의 경우 골프장만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가 이 일대에 건설계획을 세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1998년 골프장 건설을 위해 개발제한구역 1차 관리계획을 인천시에 제출했지만 보류되었고 2000년 계양산 관광단지를 추진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 지역은 1974년 신아무개씨가 73만여 평을 매입한 사유지다. 신씨는 롯데그룹 회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한승우 사무처장(시민대책위 사무처장)은 "인천에서 이처럼 생태계가 보전된 곳이 없다. 시민의 입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에 대한 배려 없이 골프장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행을 하며 만난 시민들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인데 당연히 골프장을 반대하지"라고 입을 모았고 "롯데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는 ▲반환경적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 중단 ▲친환경적 계양산관리계획 수립 ▲계양산 도시자연공원 확대 지정, 관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사망'이라 칭해지는 골프장이 인천의 중심 생태축을 훼손하고 들어설 것인지는 12월 중순경 열리는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위는 시민산행, 삼보일배, 촛불집회 및 기도회, 나무 시위 등 다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