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과 6자회담 개최 문제로 어수선한 시기에 한국문학 평화포럼이(회장 임헌영) 주최하는 금강산 문화예술축전이 2006년 11월 25일 북한의 금강산 옥류관 특설무대에서 개최 되었다. 늘 그랬듯이 평화포럼의 시각은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
매향리에서는 미군철수의 문제를 다뤘고 여주에서는 쌀 문제를 독도에서는 영토권 문제 등 긴급현안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방안을 가지고 고민하여왔다. 이번에도 평화포럼이 예민한 시기에 금강산을 택한 것은 한반도에서 우리의 상생을 위해 남과 북의 문제는 피해 갈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남과 북의 관계가 냉랭한 시기였고 언론에서는 물론이고 여당의 인사들조차 남북경협과 금강산 관광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금강산을 찾는 발길이 급감하였고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긴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세간의 입방아를 뒤로 하고 일행은 현장에서 남과 북의 민족문제에 대해서 일관된 목소리로 민족의 화해와 외세 배격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임헌영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 땅에서 민족끼리의 만남을 방해하는 어떤 외세와 정치세력도 용납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의 핵마저도 이 금강산을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비유로 전쟁과 불화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전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꾸준히 ‘북한을 배제한 남한만의 발전은 무의미하다’ 라는 의견을 견지해온 백낙청(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대표와 한완상 대한 적십자사 총재도 평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어진 문인들의 시낭송과 각종 공연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외세배격을 온몸으로 주장했다. 칠십 노구를 이끌고 멀리 광주에서 달려온 문병란 시인은 자신의 시 ‘땅의 연가’를 통하여 이렇게 울부짖었다.
오늘 누가 이 땅에 빛깔을 칠하는가?
오늘 누가 이 땅에 멋대로 선을 긋는가?
아무리 밟아도 소리하지 않는
갈라지고 때 묻은 발바닥 밑에서
한줄기 아픔을 키우는 땅
어진 백성의 똥을 받아먹고
뚝뚝 떨어지는 진한 피를 받아먹고
더욱 기름진 역사의 발바닥 밑에서
땅은 뜨겁게 뜨겁게 울고 있다...
북한의 리영삼 시인과 리호근 시인도 통일을 염원하는 ‘금강내기, 한 잎 단풍’ 과 ‘함께 오른 구룡연’ 이라는 시를 보내왔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젊은 시인 이원규는 ‘다시 한 번 묻겠다’ 라는 시를 통하여 (나는 지금 행여 가난할 지라도/ 우리들의 행복한 밥상의 안부를 묻고 있다) 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엄숙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평소 평화포럼의 행사에는 약 100명 미만의 문인과 시민들이 참가해왔으나 이번에는 170여명의 문인과 가족, 친지들이 대거 참여하여 냉랭한 분위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성황을 이뤘다. 특히 다양한 방향에서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 단체들이(사단법인 지우다우, “금강산 찾아가기” 캠페인 추진위) 참여하거나 후원하여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한 점도 성과라 하겠다.
행사의 대미는 술 담그기 퍼포먼스로 장식되어 관심을 고조시켰다. 큰 항아리에 북한의 더덕과 남한에서 가져온 술을 담는 행사로 특히 남측의 인사들과 옥류관의 봉사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정성스럽게 술을 담았다. 이 술은 남과 북의 관계가 좋아지는 날을 잡아 함께 개봉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행사가 끝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옥류관의 음식을 들며 만찬이 이어졌다. 담백한 북한 김치와 간이 약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음식과 냉면으로 만찬은 약 두 시간에 걸쳐 아쉬운 막을 내렸다.
특히 행사에 참가하여 소설을 낭송한 김성동은 금강산 특구 안에 조계종에서 복원한 신계사를 돌아보고 난 후 “기회가 된다면 이 역사의 땅 금강산 신계사에서 부처님과 함께 역작을 쓰고 싶다”며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여 듣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우리 민족의 상생과 평화의 문제에 천착해온 평화포럼은 12월에도 안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제에 도전하며 12월 22일에는 도쿄의 와세다 대학에서 한일문제와 더 나아가 아시아의 평화에 대해 깊이 있는 화두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와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불화에 도전하고 있는 한국문학 평화포럼의 행군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 눈여겨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