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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의 복도
고시원의 복도 ⓒ 이진선
갑갑한 고시원 생활

당장 큰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 임시방편으로 고시원을 구했습니다. 고시원을 살다 나온 친구들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죠. 그래도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남녀 사는 층이 구분되어 있고 조금은 쾌적해 보이는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고시원 얘기를 웃기게 풀어대던데 고시원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그 얘기가 마냥 웃기게만 들리지 않습니다. 밤늦게 텔레비전 소리나 음악 소리 등의 소음은 보통이고 한 대밖에 없는 세탁기를 자기 것 마냥 계속 쓰는 사람,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물도 안 내리는 사람 등 가지각색입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지적을 받은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한국에 놀러온 일본 친구와 밖에서 늦게까지 놀다 마땅히 잘 때가 없어서 고시원으로 데리고 왔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진 것을 인식하지 못했죠. 또 한 번은 부엌에서 감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싱크대에 그냥 놓고 나왔을 때였습니다. “앗, 죄송합니다.”

부엌에 붙어있는 메모지. 고시원에서 서로간의 배려는 중요하다
부엌에 붙어있는 메모지. 고시원에서 서로간의 배려는 중요하다 ⓒ 이진선
고시원이 개인생활인 동시에 공동생활이기에 불편할 때가 있지만 이런 배려말고 더 안타까운 것은 같은 층에서 사는 사람들끼리도 인사 한번 안한다는 겁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 빨래 치워주세요” 정도의 말뿐이죠. 이런 모습은 갑갑한 고시원을 더욱 갑갑하게 만듭니다.

주말에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역시나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서울에서 사는 친구들이 집에서 통학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부러워 보일 때가 없었습니다. 엄마가 해주시는 따뜻한 아침도 그립고 엄마와 다퉜다고 투덜거리는 친구들의 이야기까지도 부럽습니다. 자취해야 하는 나의 숙명. 사람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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