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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멀리 소백산에서 무농약 사과농사를 하는 김신유 농부에게 전화를 했다. 며칠 전부터 사과 한 상자를 보내주겠다더니 오늘 사과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판매할 사과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귀한 무농약 사과를 보내주었냐고 했더니 그의 말이 사과가 너무 많아서 보냈단다. 무농약으로 농사지으면 사과가 많이 생산되지 않았을 테데 무슨 이야기냐고 했더니 "많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많이 팔리지도 않으니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는 소백산 근처에서 7000평의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이 농장에서 한해 생산되는 사과양은 20kg 상자로 1500상자 정도라고 한다. 생산량은 무농약 이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흠이 없는 사과의 비율이다.
무농약 사과 농사를 짓는 그의 정품사과 타율은 5할이 조금 못 된다. 즉 1500상자 중 700상자 정도만 정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벌레 먹고 흠이 있는 과일이라는 것이다. 정품은 어떻게든 판매가 되지만 흠과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나에게 좋은 방법이 업냐고 질문한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이다. 내가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던 3년 전부터 그의 사과를 직거래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판매량이 부진해서 그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니 나로서도 답답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내 무농약 사과 생산자는 25여 농가라고 한다. 그 중에서 사과농사만 전업이 농가는 60% 정도다. 즉 10여 농가가 조금 넘는다. 사과의 경우 봉지를 씌우거나 하우스 또는 비가림이 재배가 가능한 과수에 비하여 무농약 이상이(전환기 유기농, 유기농)매우 어려운 과일이다.
국내 유기농의 경우 겨우 4농다. 이 중 두 농가는 모두 내가 직접 농장에 방문하거나 직거래 장터를 통해 판매중에 있다.
사과 무농약 유기농은 다른 과일에 비하여 더 어렵다.
그 이유는 봉지나 비가림 하우스가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배나 복숭아는 봉지를 씌어서 재배하기 때문에 과일에 직접적인 흠을 내는 것을 봉지로 막을 수 있다.
포도나 딸기는 토마토는 하우스나 비가림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과는 봉지도 불가능하고 하우스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무농약 사과 농사를 짓게 되면 흠과 생산량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키스과일(필자가 만든 용어로 벌레와 과일이 만나서 생긴 흠을 키스가 남긴 흔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또는 흠과라는 이름으로 흠이 있는 무농약, 유기농 사과를 판매하고 있다.
무농약이나 유기농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닐까?
무농약 또는 유기농이라고 하면 가격이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일반 사과 특품에 비하면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경우도 많다. 가격의 차이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인 것이다. 크고 빛깔이 좋고 매끈한 사과와 흠이 있지만 무농약으로 키운 사과로 전환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흠이 있는 사과는 흠을 도려내고 먹으면 그만이다.
사과 껍질을 깎아 낼 시간에 흠 있는 부분을 돌려내서 껍찔째 그냥 먹으면 되는 것이다. 사과의 경우 껍질이 상당히 많이 좋다. 그러니 껍질째 아삭 아삭 베어먹는 무농약 사과를 한 번 먹어 보면 어떤가? 유기농 주스용 사과는 5kg 1만9천원 무농약 키스과일은 2만5천원 정도로 저렴하다.
겨우 두 농가 있는 유기농 사과나 무농약 사과가 판매가 어렵다면..
전체 사과 농가의 규모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은 규모의 무농약, 유기농 사과 농가들이 판매가 어려워 일반 재배로 돌아선다면 어렵게 시작한 무농약, 유기재배 농가들의 선진 기술들이 사장될 것이다.
더구나 유기농이나 무농약을 찾는 소비자들 병이 있어 몸이 약하거나 아토피 환자들이 먹을 무농약 사과조차 생산 되지 않을 것이다. 팔리지도 않는데 이들이 손해 보는 농사를 언제까지 신념하나만 가지고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농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가공해서 사과 주스를 만들어 팔아 보겠다는 것이지만 작년에만든 무농약 사과도 현재 재고량이 남아 유효기간이 1달을 남기고 있다. 사과음료 판매도 어렵기는 매 한가지다.
다시 저농약이나 일반농사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서는 무농약 주스도 유기농 사과도 모두 판매하고 있다. 재발 좀 구매 좀 해주기 부탁 드린다. 이들이 자연과 가까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