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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이 "원활한 직무 수행을 위해 타협과 굴복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면서 "다만 임기를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8일 오전 9시 30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전효숙 지명 철회'와 관련 "대통령이 헌재 소장 지명을 철회한 것은 굴복한 것인데, 현실적으로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대통령이 굴복했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보겠다"면서 "여러분들도 상황에 너무 동요하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계속해서 "국회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불법행위이고 부당한 횡포"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 인사권이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서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2개 뿐인데, 만일 당적을 포기하는 상황에 몰리면 임기 중에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되는데 이는 아주 불행한 일"이라면서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예산안과 국회계류 중인 법안들과 관련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 법안이나 의안들도 있을 수 있고, 개별적인 노력에 의해서 어떻게 극복해 갈 수 있는 그런 사안들도 있을 것"이라면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목이 잡히는 법안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법안들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역량을 총동원해 최선을 다해 정기국회에 좋은 마무리가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정마비 상황 오래 끌 수 없어 불법부당한 횡포에 굴복"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끝난 뒤, 몇몇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헌재소장 지명철회에 대한 심경과 상황 인식을 전했다.

"한나라당의 헌재소장 표결방해 행위는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이자 부당한 횡포"라고 비판한 노 대통령은 "불법부당한 횡포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가치이자 헌법상의 원칙"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대통령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굴복했다"고 말했다. "국정이 마비된 상황을 오래 끌고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도 법적 평가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묻어두고, 편을 가르거나 싸움을 부추기는데 급급한 상황이었으니 여론의 판단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고 언론도 비판했다.

이어 "이런 비논리적인 정치판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전효숙 지명자에게 인격적인 수모를 계속 견뎌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면서 "다만 이후에라도 헌법질서가 정쟁에 휘말려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임기를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은 실제 '하야 시사'라기보다는,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현재 상황의 어려움과 무력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태영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 상황에 대한) 심경과 각오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주목되는 것은, 당적포기 문제와 관련해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이 부분을 노 대통령 발언의 핵심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된다"면서 "전체적으로는 현 상황의 어려움에 대한 심경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27일 청와대 초청만찬을 거부하고, "앞으로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당정협의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청와대와 갈라설 수 있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한 노 대통령의 대답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원내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사실상 노 대통령의 정치불개입을 요구하는 등,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노 대통령 하야 의사 아니다"

"임기를 마치지 않은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일각에서 하야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하야 의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변인은 "2003년부터 계속 물러나겠다는 말씀을 해오셨는데, 실제 의지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 바로 뒤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이 27일 오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웬만한 일은 비서실장 선에서 결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청와대 e-지원에 올라오는 보고서양이 많기 때문에 어지간한 것은 각 수석실에서 처리하라는 것일 뿐"이라면서 "오늘 임기 발언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적포기 발언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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