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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총대의원장과 5개 단과대 선관위장이 독단적으로 구성된 유령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11월 4일 총대의원장과 5개 단과대 선관위장이 독단적으로 구성된 유령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동국대 선거정상화를 위한 동국인 모임
'총학생회 선거'는 대학 내 학생자치의 꽃이라 불린다. 선거가 대학사회 학생자치 담론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학 총회생회 선거가 혼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39대 총학생회장 등을 뽑는 2007년 동국대 총학생회 선거가 독단적인 선관위 구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저조하자 캔커피와 도너츠 제공으로 투표율을 높이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져 과거의 고무신 투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실시되고 있는 동국대학교 2007년 총학생회 선거는 총학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관위 구성단계에서부터 잡음이 일었다.

선거관리를 전담하는 총대의원회 의장을 비롯한 단과대 선관위를 배제한 채 공과대, 이과대, 생명자원대, 야간강좌 등의 4개 단과대 대의원장들이 선거 관리기구를 구성한 뒤 선거를 강행하면서 문제가 비롯되었다.

현 총학생회는 선거의 시급성을 이유로 이들 4개 단과대 선거책임자로 구성된 현 선관위를 인정해 주었다. 이에 대해 타 단과대가 반발하고 나섰지만 학교측은 선관위원 봉사활동 시간 인정 등의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게 구성된 선관위는 민주성 상실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등록 등 선거진행을 강행하고 있다. 이번 총학선거에는 선관위 인준에 동의한 전 졸업준비위원장 정아무개씨와 38대 총학생회(비권) 집행국 최아무개씨가 현 중선관위에 단독 입후보 하였다. 찬반투표인 이번 선거에서 50%미만의 투표가 이뤄질 경우 12월 1일 하루 연장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중앙선관위는 유령선관위?

동국대 학내 게시판에 올라 온 현 중선관위의 '도넛츠 선거'관련 학생들 비판글
동국대 학내 게시판에 올라 온 현 중선관위의 '도넛츠 선거'관련 학생들 비판글 ⓒ 이동철
선관위 구성에 반발한 학생들이 '2007년 동국대 중앙선거 정상화를 바라는 동국인 모임'(이하 동국인 모임)을 구성했다. 이들은 '학내 게시판'을 통해 현 선관위의 비민주성에 대한 비판 글 게시와 유인물 배포 등의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4개 단과대로 구성된 선관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총대의원회 의장(명창희 정보통신4)은 21일, 27일 2차례에 걸쳐 대의원 총회소집을 통해 현 선관위 문제 해결과 선거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대의원 총회는 이들 4개 단과대 대의원장과 과대표 등 70여명 전원의 불참에 따른 정족수(212명) 미달로 무산됐다.

동국대 학생들은 학내 게시판에 선관위의 선거진행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주적 선거를 주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주강수 학생(정보통신과)이 나의 주장 게시판을 통해 지금 '총학생회 선거를 유령 선관위에서 망치고 있다는 것 못 느끼십니까?'라고 현 선관위를 '유령 선관위'라고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한산한 투표장에 등장한 '도너츠'

거꾸로 가는 대학선거. 금품 향응제공에 대한 강한 벌과금으로 투명선거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대학선거에는 학생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짜 도너츠와 캔커피까지 등장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대학선거. 금품 향응제공에 대한 강한 벌과금으로 투명선거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대학선거에는 학생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짜 도너츠와 캔커피까지 등장하고 있다. ⓒ 동국대 선거정상화를 위한 동국인 모임

<대학내일>측은 5000개의 도너츠를 협찬했다고 밝혔다.
<대학내일>측은 5000개의 도너츠를 협찬했다고 밝혔다. ⓒ 동국대 선거정상화를 위한 동국인 모임
선관위는 11월 28일 투표를 강행하였다. 이날 정보산업대, 사범대, 사회과학대, 예술대 선거관리위원회는 현 선관위 불인정과 그에 따른 중앙선거 투표소 설치거부 등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관위는 공개 모집한 일반 선관위를 동원하여 투표소 설치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선거파행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 여론 탓인지 투표소는 오전 내내 한산하였다. 그런데 선관위는 낮 12시쯤 선거가 진행중인 투표소에 용달차로 크리스피 도너츠와 캔커피를 배달했다. 선관위원들이 학생들에게 '투표를 하시면 도너츠를 드려요!'라고 광고를 시작하였다. 이 같은 무료 캔커피와 도너츠의 유혹에 선관위에 대한 문제인식은 희석되었고, 학생들의 투표행렬이 이어졌다.

투표한 학생들에게 무료 제공된 도너츠는 <대학내일>이 협찬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내일> 관계자는 29일 "동국대 선관위로부터 투표독려를 위한 '도너츠 제공' 협찬요청이 있었다"며 "의미 있는 행사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하여 5000개의 크리스피 도너츠를 협찬하였다. 그러나 캔커피는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국총학 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구성과 도너츠 제공을 통한 투표독려 행위 등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학내 언론이 아닌 외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원순호 학생(사범대 교육학과 2)은 "현 선관위의 선거파행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 되고 있는데, 투표강행도 모자라 도너츠를 동원한 투표독려까지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학내 게시판에도 "과거 독재정권의 막걸리, 고무신 선거의 재현이다"라면서, 현 선관위의 물량 공세를 비판하는 내용이 글이 이어지고 있다.

동국대 총학생회 선거는 가벼이 웃어넘길 일만은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투표행위에 대한 답례로 도너츠가 제공된다는 사실도 고민해 볼일이다. 하물며 현 선관위의 문제점 때문에 학생들의 투표참여가 저조한 책임을 도너츠로 무마하려는 현 선관위의 모습은 오늘의 대학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동국대 선거정상화를 위한 동국인 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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