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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를 만들려고 덜 익은 감을 베란다 난간에 내두었습니다. 적당히 홍시가 되면 냉장고에서 냉동보관을 해두었다가 무더운 여름날에 꺼내서 먹으면 그만한 얼음과자는 없지요. 여름날의 얼린 홍시를 기대하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맛스러움이란 소박한 기다림이 주는 행복입니다.
그런데 내년의 얼음 홍시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서 오는지 난데없이 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던요. 찌익~ 찌익~ 빠악빡~ 거리며 두어 마리씩 와서는 감을 쪼아 먹고 있는데, 행여 그들의 식사를 방해할까봐 우리 식구 모두가 매우 조심합니다.
아이들은 그 새들을 두고 직박구리네 지빠귀네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마침내 오늘 아침에서야 그들의 목에 회갈색 털이 듬성듬성한 것을 확인하고서는 녀석들이 직박구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박구리는 직박구리과의 새로서 봄에는 산에서 살다가 가을에는 들에 나타나거나 민가에 날아들기도 하는 몸길이가 약 18~20㎝ 정도 되는 텃새입니다. 녀석들은 아주 소란스러우며 과수원에 나타나기도 하고 과일을 쪼아대서 과수원에 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직박구리의 출현으로 베란다에 내다 논 감은 졸지에 까치밥이 되어버렸는데도 우리 식구들은 매우 유쾌합니다.
감나무 까치밥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숙명적 존재라는 것과 그것을 대하는 인간들이 지녀야 할 너그러움이나 지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생활근거지인 사방 콘크리트 숲에서 간혹 다니는 새들이며 곤충들이 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마침 우리 집 감이 까치밥으로 쓰이니 다행스런 마음입니다.
당연히 감을 굳이 집으로 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직박구리에게 주기로 한 까치밥에서, 내 것만 지키고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에만 내몰리는 우리들의 팍팍한 일상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수확물을 자연에 돌려주고자 남겨 둔 까치밥처럼, 이 사회에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또한 타인을 배려하여 함께 살아가고자 장치들로 가득 채워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