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직 서울대 명예 교수 등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이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의 최종 편집본을 29일 공개했다(경향신문 11월 29일자).
여기서 '교과서 포럼'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근대 문명'의 수용으로 간주하고 일제 잔재의 미청산을 옹호하는 등 극단적이고 황당무계한 반역사적·반민족적인 망상으로부터 출발한다.
도대체 이들의 반역사적·반민족적 행태와 일본 극우 세력의 제국주의적 준동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한번 묻고 싶다.
또한 이들은 박정희가 주도한 5·16 쿠데타를 산업화의 주체세력 형성이라는 미명하에 혁명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5·16 쿠데타는 한국 사회가 10년 이상의 지긋지긋한 이승만 독재 정권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해방 이후 최초의 민주 혁명인 4월 혁명을 부정한 역사적 반역이었다.
당시는 4월 혁명 정신에 기초하여 독재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 사회의 중차대한 역사적 과제였다.
이에 반해 5·16 쿠데타는 당시의 숭고한 역사적 사명을 망각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 체제로 후퇴시키려는 반동적 군부 세력의 반역사적 만행에 다름 아니었다.
더욱이 '교과서 포럼'은 유신 체제가 국가의 행정 능력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로 미화하였다. 도리어 유신 체제는 박정희 정권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완전히 말살하고 자신의 파시즘적 기반을 영구화하려는 한국 정치사에 최악의 반동적 폭거였다.
이들이 그럴싸하게 강조하는 국가의 행정 능력은 파시즘적인 반인간적·물리적 협박과 압력에 의해서 억지로 쥐어짜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참여를 획기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가 온전히 수립될 때만이 진정 촉발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1980년 '서울의 봄'이 군부 세력이 개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허튼 주장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전두환 등 박정희를 계승한 정치 군부 세력은 이미 1979년 12·12 쿠데타를 통해서 실질적인 집권 기반(군권)을 장악한 이후 권력의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 국정 안정과 사회 질서 유지라는 쿠데타 세력의 상투적인 명분(박정희의 5.16 쿠데타로부터 철저히 학습한)을 내걸고 '서울의 봄'을 악용했던 것이다.
"80년 '서울의 봄'이 군부세력 개입 계기 제공" 기술도
더 나아가 이들은 더욱 악의적으로 1987년 6·29 선언이 전두환 군사정권 세력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민주개혁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오히려 6·29 선언은 1987년 민주 세력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6월 민주항쟁으로 집권 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한 군부 세력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 민주 세력의 시대적 요구(직선제 등 민주화 조치)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였다.
만일 6월 민주화 항쟁과 같은 전국적이고 범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이 처절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6·29 선언은 애시당초 역사적으로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현 참여정부의 등장을 386 소수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극단적으로 협소화시켰다.
그러나 현 노무현 정부의 출현은 뉴라이트 세력이 그토록 찬양해 마지 않는 군사 파시즘 체제가 종식된 이후 YS 문민정부와 DJ 국민의정부에 의해 발전해온 민주주의와 개혁을 더욱 가속화하라는 범국민적·역사적 열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결국 이들 '교과서 포럼'이 대표하는 뉴라이트 세력이 지향하는 이념이 무엇인지는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심화시켜야 할 민족의 자주화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종속적 파시즘 체제로 회귀하려는 반동적 음모임이 분명하다.
이들 세력은 작금에 노무현 정부의 무능력·무기력으로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 확대되면서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대외적으로는 '뉴'라이트라는 뭔가 그럴듯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종속 파시즘 세력과 어떠한 차별성도 갖고 있지 않은 반동적 복제물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들 진영은 민족의 자존과 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으로서 한국 사회의 진정한 발전에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이들은 한국 사회가 발전시켜왔고 계속 지향해야 할 민족의 자주화와 민주화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전통과 기조를 무너뜨리고 우리가 그토록 부정하고 극복하고자 했던 과거의 반민족적·반민주적 파시즘 체제로 회귀하려는 역사의 반동적 무리에 다름 아니다.
이들의 반역사적·반동적 행태에 대해서는 민족의 자주화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온 국민이 분연히 일어서서 이에 대해 준엄한 역사적·민족적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용길 기자는 고려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증권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대학과 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시사 평론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21미래전략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대안 없는 비판은 하지도 마라>(도서출판 T&F, 2005), <어느 진보주의자의 세상 비틀기>(동성출판사, 2002)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yongkillee.do)
* 이 글은 <대자보>에도 송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