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몽>의 독식으로 <눈의 여왕>은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주몽>의 독식으로 <눈의 여왕>은 저조한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 MBC, SBS
영화 <가족의 탄생>이 해외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영화의 양극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괴물>이 흥행과 함께 영화제에서도 독식하면서 더욱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좋은 작품들이 대거 흥행에 참패하면서 양극화는 눈에 띄게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영화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사회문제가 되듯, TV 드라마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 이러한 현상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92년 MBC <질투>의 성공으로 봇물 터지듯 트랜디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고, 신데렐라 드라마 법칙이 성공하면서 선악구도로 뻔한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가족드라마인 홈드라마가 굳건히 아성을 지키며 양분화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인기가 시들하다. 바로 사극드라마 때문이다. 물론 국민드라마로 불리며 <허준>,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 등 여러 사극드라마가 있었지만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사극드라마가 방영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MBC <주몽>이 마치 드라마계 <괴물>처럼 시청률을 독식하고 있으며, KBS <황진이>, <대조영> SBS <연개소문>이 평일과 주말을 각각 나누며 방영되고 있다. 또한 모두가 동시대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황진이>이는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MBC <여우야 뭐하니>와 SBS <무적낙하산요원>등과 1차전을 치룬 뒤 더욱더 인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대조영>과 <연개소문>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저녁 주말 밤의 시청률을 양분하고 있다.

문제는 사극드라마의 붐이 일어나면서 여타의 작품이 외면을 받고 있다. 더욱이 스타급 연기자들이 나오며, 드라마 작품의 질도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인기가 시들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극드라마의 인기가 마냥 좋아할 일인지, 혹은 또 다른 획일화 문제를 불러 일으키며 소재 고갈의 봉착할지 문제를 짚어봐야 할 때이다. 더욱이 인기 사극드라마가 작품의 질에서 떨어진다면 말이다.

사극드라마의 작품의 질이 시청률과 동일할까?

<주몽>으로 인해 조기종영 당한 <101번째 프러포즈>, <독신천하>
<주몽>으로 인해 조기종영 당한 <101번째 프러포즈>, <독신천하> ⓒ SBS
<주몽>의 경우 사료가 적어 고증이 어렵다는 점과 부족시대에서 고구려 건국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역사적인 사실이 정확하지는 않다. 또한 해모수가 나오던 초반에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주몽의 역경과 고난 그리고 탈출이 반복되면서 내용 전개가 다소 지루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전체 시청률 1위를 달리며 국민드라마 마지노선 시청률 50%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계속된 비난이 꽂히고 있는 것도 <주몽>의 현주소다. 물론 주몽을 연기하는 송일국이나, 대부분의 출연진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모든 이야기가 주몽이란 한 인물에 집중되어 방송 내내 지루하게 내용을 끌고 있다는 점은 주몽이 국민드라마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또한 연장이라는 절차를 걸치며 지금까지의 작품성도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도 그러하다. 적어도 <허준>과 <대장금>, <불면의 이순신>은 비난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극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며, 호평을 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주몽>만이 아니다. <대조영>은 방송 초기 호평이 쏟아졌지만 너무나 급반전을 이루듯 대조영을 영웅화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품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연개소문>은 수나라의 수양제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로 연개소문의 청년기를 사랑에만 한정시키고 있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세트하나 짓지 못하고 합판에 실사출력을 해 몰매를 맞기도 했다.

위 드라마와 달리 <황진이>의 비난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사료가 적은 조선의 기생 황진이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허구와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방영되는 사극드라마는 시청률과 달리 작품성은 그다지 높은 상황이 아니다. 또한 <황진이>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의식하듯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각 드라마의 주인공 인물은 다르지만 대부분 청년기에는 많은 고난을 겪고 이를 딛고 성공하는 과정을 담으면서 영웅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점도 사극드라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각 드라마의 작품성일 뿐, 양극화의 문제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럼 사극드라마의 인기가 어떠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생각해 본다면 사극드라마 방영 시간대에 타방송사에서 방영되는 작품의 시청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청률 저조 인해 조기종영, 소수 시청자 권리 박탈

<황진이>로 인해 <90일 사랑할 시간>은 폐인드라마로 남을 듯 보인다.
<황진이>로 인해 <90일 사랑할 시간>은 폐인드라마로 남을 듯 보인다. ⓒ KBS, MBC
즉, 4개의 사극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대부분의 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해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월화드라마 <주몽>의 경쟁작들과 수목드라마 <황진이>의 경쟁작이 가장 큰 피해자로 남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미 <주몽>은 SBS 드라마 두 편을 조기종영시켰다. 물론 <주몽>이 원치 않았다 하더라도 방송사 측에서는 시청률 저조를 이유 삼아 소수 시청자의 볼 권리를 무시해버렸다.

SBS <101번째 프러포즈>와 <독신천하>는 제 생명을 다하지 못하고 인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조기종영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그런데 이 두 드라마는 마니아를 양산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방송사에게 작품성과 시청률 둘 중을 택일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시청률이기 때문에, 조기종영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황진이>의 2차전 상대 멜로 퀸 김하늘의 출연으로 기대가 컸던 <90일 사랑할 시간>은 예상을 빗나가 시청률 6%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도 구사시 폐인드라마로 불리며 5회 방영을 마친 방송 초기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슬픈 드라마”라 말하고 있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또한 극의 전개도 다소 소재가 진부하지만 오종록 감독의 내공이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이 드라마도 10%를 넘지 못하면 조기종영설이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제 아무리 김하늘이 출연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것은 방송 드라마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즉, 사극 드라마의 인기는 좋은 작품인데도 시청자들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뚜렷한 양극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것은 곧 시청자들의 볼 권리와 연결돼 동의 없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이것은 사극드라마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다만, 방송사의 이해타산의 철저한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이외에도 양극화 현상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사극드라마 붐이 곧 획일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미 이 드라마가 종영되고 나면 사극드라마가 또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전개를 하고 있는 사극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해서 과거 트랜디 드라마처럼 연이어 방영될 계획은 스스로 소재고갈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시청률만 의식한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역사적인 고증이 철저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너무나 허구적인 부분들은 기존 다른 장르와 다른 사극드라마라는 점을 고려할 때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연장하고, 역사적인 고증이 희박하다고 해서 시청률을 의식한 지나친 허구적인 판타지는 삼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극드라마가 계속해서 트랜디 드라마의 대안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작품성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 송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