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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잠시 눈을 감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창기

가정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한다. 그럼 열린우리당은 어떻게 될까? 분당을 할 것이란 게 일반적 예측이다.

그런데 희한한 얘기가 나온다.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으면서 따로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일보>가 전한 한 수도권 초선의원의 말이다.

이 의원이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현실적으로 창당비용 등이 걸린다는 것이다.

맞다.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돈이 문제다. 창당비용도 문제이지만 중앙선관위가 지급하는 국고 보조금 단위가 달라진다. '실탄'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의석수도 문제다.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은 23명이다. 이들은 탈당하는 즉시 의원직을 잃는다. 쉽게 움직일 수가 없다.

'한 지붕 두 가족'? 글쎄올시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런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친노 그룹이 탈당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친노 그룹은 일찌감치 당 사수를 선언해 놓은 상태다. 분당사태가 발생한다면 통합신당파가 탈당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아이러니다. 대통령 탈당을 바라마지 않더니 이젠 자신들이 탈당을 한다? 그럴 것이면 청와대와 지지고 볶을 게 아니라 알아서 먼저 탈당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법 하지만 접자. 그게 정치 논리이고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한 지붕 두 가족'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방안도 그리 현실적인 것 같지 않다.

김근태 의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불안한 동거를 유지한다 해도 이 시점이 되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를 새로 꾸려야 하고 그러려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내홍을 연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그 정치적 부담은 통합신당파든 당 사수파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불안한 동거기간을 전당대회 이후까지 억지로 연장한다 해도 득 될 게 없다. 지금이야 '반노'라는 '명분'으로 채색한다지만 노무현 대통령 탈당 이후엔 그럴 수도 없다. 오로지 생존욕과 싸움의 기술, 그리고 '패'만 부각될 뿐이다.

이렇게 보면 통합신당파가 분당을 위해 짐을 쌀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3개월, 내년 2월까지다.

과연 이 기간에 통합신당파는 분당과 창당 준비를 마칠 수 있을까? 조직은 띄우고 보면 된다. 고건 전 총리가 마련해 놓은 조직 틀도 있다.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합신당 출범해도 '불안'

▲ 고건 전 총리가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희망한국 국민연대' 현판식이 11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빌딩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중요한 건 비전이다.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은 '죽죽' 빠지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부상하는 것도 아니다.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

통합신당을 출범시킨다고 해서 조직력이 탄탄해지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친한화갑과 반한화갑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친노 그룹이 떨어져 나가듯 민주당 일각도 떨어져 나갈 공산이 크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친노 그룹과의 결별로 영남 표가 줄어들 수 있다.

정치권에서 운위하는 '시대정신'도 문제다. 한 예만 들자. 통합신당파의 기수가 된 김근태 의장은 대북포용정책 계승·발전을 주창하고 있다. 하지만 고건 전 총리는 북한 핵실험 직후,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대북포용정책 폐기를 주장했다.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 고안해낼 '시대정신'은 뭘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준비돼 있는 게 없다. 돈, 조직, 사람, 정신 모든 면에서 상태는 미완이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궁금하다. 이런 실상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특히 통합신당파와 친노 그룹 사이에 위치한 중간지대 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통합신당파야 '못 먹어도 고'를 외쳐야 하는 처지라 해도, 중간지대 의원들은 다르지 않을까? 청와대와의 갈등 전면에 나서지 않았으니까 뒤로 빠져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큰 것 아닐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그렇다'로 나온다면 열린우리당 분당은 단정할 수 없는 사안이 된다. 그리고 분당이 예측불가 상황이라면 노무현 대통령 탈당의 향배와 성격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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