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0개 싱크탱크 합동 연속토론회 첫 회가 '한국 경제의 대안'을 주제로 24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지난 11월 24일 10개 진보적 싱크탱크가 ‘한국 경제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합동토론회를 개최해 사회적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좋은 일하는 ‘시민단체 어디 어디’는 익숙해도 민간 싱크탱크는 익숙하지 않는데다, 진보·개혁 성향의 거의 모든 싱크탱크가 함께 모여 대안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라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이 10개 싱크탱크는 앞으로도 여러 주제에 대해 매달 1차례씩 합동토론회를 연속으로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10개 싱크탱크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대안연대, 세교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정치연구소, 참여사회연구소,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코리아연구원, 희망제작소 등입니다. 3-4곳을 빼고는 모두 최근 생긴 연구소형 시민단체, 또는 싱크탱크형 NGO들입니다. ‘노선이 다르면 잘 뭉치지 않는다’는 진보진영의 통설을 깨고, ‘차이를 넘어 연대와 소통을 지향하는’ 노력도 평가할 일일 것입니다.

이들 10개 싱크탱크는 다음 달 있을 2차 토론회에서는 진보정치연구소가 발간할 ‘신국가전략보고서’를 토대로 진보·개혁 진영에게도, ‘분배’에 대한 고민과 함께 꼭 필요한 ‘성장’전략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고, 이후에는 진보적 외교·안보 정책, 교육·복지·여성·환경 등 분야까지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개별 싱크탱크의 연구를 지속하되, 그 연구 성과물을 중심으로 많은 싱크탱크들이 모여 토론하고, 비평하고, 보완한다면 아마도 더 좋은 연구 성과물이 탄생할 것이고 이는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삶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감히 판단해봅니다.

기존의 권력감시형 시민단체와 사회변혁형 재야·민중단체 중심의 시민사회운동의 흐름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심층적으로 고민하고, 차분하게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들의 태동과 활동에 거는 사회적 기대가 작지 않습니다. 그것은 국책 연구소, 기업 연구소와는 달리 진정으로 국민의 편에 서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민간 싱크탱크들의 선언과 포부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를 예로 들면, 현재 일반 시민들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700여개가 게시돼 있습니다. 그 중에 좋은 아이디어를 시민평가단과 연구원들이 함께 평가하고 조사하고, 또 현실화에 나섭니다. 의제를 시민단체에서 설정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던 기존의 모델을 넘어 의제 설정과 그에 대한 평가와 현실화까지를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시민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대형 관용차를 소·경형 차로 바꿔야한다’ ‘대중교통에서 교통약자인 (초기)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유통기한 표시를 대폭 개선해야한다’ ‘남성들도 좌변기에서는 앉아서 쉬를 해야 한다’ ‘노숙인들을 위해 공중화장실 한 칸엔 샤워기를 설치해야한다’ ‘잠자는 쿠폰을 나눔의 장으로’ 등의 아이디어는 모두 일반 시민들이 낸 것이고 현재 상당수 아이디어가 캠페인으로 사회와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비록 작은 주제일지라도 국민의 편에,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에 서 있는 소중한 아이디어들입니다.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매주 30여개 안팎의 아이디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싱크탱크들의 활동과 함께 시민사회에선 최근 또 하나의 눈에 띄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것은 각종 공익재단 및 기부·나눔 운동의 활성화일 것입니다. 이제는 시민들도 기부가 '일상'이 되고,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기부를 확대할수록 그 기업의 매출도 늘어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시민사회운동과 시민사회의 성숙, 생활세계 구석구석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기 위한 공익재단 활성화 흐름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환경재단, 여성재단, 평화재단, 인권재단, 실업극복국민재단 등 각종 민간 공익재단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펼치는 기부와 나눔 운동에 동참하는 국민들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익적 자금은 각종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지원하고, 생활세계 곳곳의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데에 매우 ‘투명하고’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흐름의 공익적 단체들이 결성되고 이들의 활동이 늘어났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기존의 정통 시민사회운동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그 중요성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선 곤란할 것입니다. 물론, 기존의 시민사회운동에는 여러 지점에서 치열한 성찰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러한 성찰과 함께 다양한 활동들의 태동과 전개로 시민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시민사회운동이 보다 풍성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의 ‘북-미 긴장고조’ ‘북한 핵실험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사회의 최대 변수는 여전히 분단과 냉전입니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막고 평화와 화해를 위해 활동하는 수없이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덕으로 지금만큼의 평화가 가능했던 것 아닐까요. 정치·경제 권력 감시와 견제, 부패·비리의 철저한 근절을 위한 활동은 또 얼마나 소중합니까.

또한 더 많은(나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활동, 사회경제적 약자들과의 연대, 빈곤화와 양극화 문제 해결 등을 위한 기존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오히려 최근의 활발한 두 흐름도 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여러 갈래의 고민과 접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수없이 많은 진보적·개혁적·공익적 NGO·NPO들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가 ‘더욱 인간적이고, 더욱 평화적이고, 더욱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싱크탱크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의 지원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대다수 국민들의 삶에 희망과 비전이 될 만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이나 활동 등을 얼마나 성실하게 생산해내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희망과 유쾌함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하는 요즘, 다시 민중들에게 희망과 대안, 유쾌함과 행복함을 이야기하는 그들이 분발하고 또 분발할 일입니다. 10개 싱크탱크들의 연속 토론회, 또한 활발한 연구와 활동에 큰 기대를 걸어봅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미래사회와 종교성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나무심는사람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