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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최근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인한, 감염지역 내 동물들의 무차별 살처분 조치에 대하여 반대하는 주장을 담은 글이다. <필자 주>
| | 무차별 살처분에 동물보호단체 등 항의 | | | 영국의 <더 타임스>는 과학적 근거 없는 결정이라며 비판 | | | |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익산시 함열읍의 한 농가에서 닭 6031마리가 죽어 의사 AI(조류독감)로 판정되자 정부는 25일부터 AI가 발생한 농가를 시작으로 살처분에 돌입하였다.
29일까지 감염농가에서 반경 500m 이내의 닭 18만6700마리, 개 677마리, 돼지 300마리의 도살을 끝냈다. 또한 반경 3km 이내에도 확산되면서 2차 살처분이 시작되어 닭 21만6000여 마리, 돼지 4000여 마리, 개 2900여 마리 등이 추가 살처분 된다고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조류뿐 아니라 방역범위 내에 있는 개들까지 예방 목적으로 무차별 살상을 계속하고 있어, 동물보호단체와 국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이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외국의 어느 나라에서도 없었던 일로, 외신 보도에서도 과학적 근거 없이 가정견까지 도살하고 있는 무모한 정책에 놀라움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지난 11월 28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방역 당국이 577마리의 개와 다수의 고양이들을 살처분하기로 했다"면서 이 같은 대책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결정이라는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소속 전문가의 소견을 전했다. / 김효진 | | | | |
정부의 조류독감 방역을 위한 살처분 대상 동물 중에는 이례적으로 수천 마리를 넘는 '개'까지 그 명단에 들어가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초유의 사태이다.
그간 동물보호단체 및 국제사회에서 개를 대규모 사육하여 식용으로 하는 행위가 초래할 예측 불가능한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맹과니처럼 이를 방조하고 한 발 나아가 지지해 온 정부에 전적으로 사태의 책임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세계에서 11번째로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한 교역 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짊어져야 할 책무와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중에는 국민은 물론 인류의 삶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적절한 방역대책의 수립과 이를 위한 국제 공조체제의 유지도 포함될 것이다.
과연 정부는 개까지 집단 사육하여 식용으로 하는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나 있는 것인가. 그렇지 못하기에 오늘날 불과 반경 3km 지역에서 3000마리나 되는 개들이 무분별하게 밀집 사육되다 비참하게 살처분되고,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오는 상황까지 초래한 것이다.
가족으로 함께 살던 개와 고양이도 '살처분'되고 있다
농림부 가축방역과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든 개를 살처분 하는 게 아니라 감염농장에 돌아다니는 몇 마리에 한한다"며 개 577마리가 살처분 된다는 보도에 대해 '지방신문의 오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기사의 정보와 익산시청 관계자에 의하면 이미 수백 마리의 개를 도살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이다.
익산시 상황실 관계자는 11월 29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최초 감염농가로부터 반경 500m 이내 300마리의 돼지와 600~700마리의 개를 다 죽였느냐'고 묻자 "다 죽였다"면서 "2차 오염지역 내 동물들의 도살도 착수했다"고 하였다.
또한 '수백 마리의 개라면 개 농장의 개들이 포함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농가에서 돌아다니는 한두 마리씩을 죽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다시 '한두 마리의 개들을 합친 것이 어떻게 수백 마리나 되나'라고 묻자 "그 곳에 농가가 무척 많다'라고 답변하였다.
반경 500m 이내에 그렇게 많은 농가가 있다고는 이해할 수 없으며, 불법적으로 식용 사육되는 개들의 존재 자체를 은폐하려는 것 같았다.
익산 지역 일대는 닭고기 생산으로 유명한 (주)하림의 본사와 하림에 계열화된 대소 규모의 양계장과 개농장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CNN 한글뉴스는 11월 30일자 기사에서 익산시청에 관계자의 말을 다음과 같이 옮겼다.
"돼지와 개 426마리와 닭 12만7200마리를 도살했고, 달걀 680만 개를 폐기 처분했다."
"식용으로 사육된 개 700마리를 추가로 도살할 예정인데,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다."
어디까지 죽이면 예방될 것인가
반려동물의 집단 몰살이 이뤄지는 개농장들을 하루 빨리 폐쇄해야 한다. 활동성 강한 개들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업자들에 의하면 개농장의 유지는 '밥에 항생제를 얼마나 잘 섞어주느냐'에 달렸고, 그것이 노하우라고 할 정도이다.
식용 사육되는 개의 70%가 생장속도가 빠르고 육질이 좋다는 도사견·핏불 등의 교배종이다. 투견으로 품종 개량되어 사납고 몸무게가 60㎏까지 나가는 맹견들이 좁은 공간에 가둬 키워지니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이상행동을 보이고,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물려죽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왕시의 초등학생 권모군에 이어 12월 김포시의 70대 허모 노인이 개에 물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들이 바로 개 사육장을 빠져 나온 도사견들이었다.
실내견까지 죽이고 있거나 눈에 띄면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조류독감 내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치명적 바이러스가 발생할 경우 가족으로 키우던 개와 고양이도 다 도살할지 모른다.
<문화일보>는 12월 1일 '달아나는 개·고양이까지… 목불인견' 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익산 방역현장을 "마치 영화에 나오는 화생방 전쟁터 같다"고 묘사하였다. 또한 "집에서 애완용으로 기르던 개를 숨기려는 아이들과 살처분 요원들간의 숨바꼭질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또는, 광견병 때문에 몇십만 마리의 개를 몰살하고 길거리에서 때려죽이고 찍어죽이는 중국의 패악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나라는 개를 먹기나 해야 마땅할 존재로 여기고, 정부와 언론은 평소에 반려견을 마치 인간사회에 잘못 끼어 든 이단아처럼 취급하고 있다.
그들이 위험하고 해로운 동물인 양 대중의식을 몰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미 '동물보호'의 개념은 상실한 채 '관리'만 앞세우는 중국과 유사한 형태로 가고 있다.
떠돌이 개라 할지라도 걱정되면 격리하여 관찰해야지, 어찌 다 죽일 수 있는가. 조류독감에 대해 매번 철새 탓만 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공장식 축산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의 루 영 박사도 "최근의 과학적이고 의학적인 연구결과가 보여주듯이, AI의 위험성은 야생조류에서가 아니라 상업적인 가금류 산업에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11월 29일 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질병은 매번 조금씩 변형되고 있다. 이번의 AI도 정확히 조사해봐야 분명한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듯이 '동물지옥'이란 표현이 딱 맞는 대규모 축산 상황에서 치명적인 슈퍼바이러스는 아무리 온갖 것을 다 죽여 파묻으려고 해도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인간과 동물을 괴롭힐 것이다. 그러기에 유전자를 조작해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를 만든다고 해도 해결될 일은 아니다.
공장식 축산방식 정책을 폐기하는 것만이 답이다
돼지·개 등 포유류의 경우 안락사라고 하면서 마취 없이 근육마비제로 도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도살방법은 밝히지 않고 있다. 조류의 경우는 이산화탄소와 포르말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조류독감 발생시 '접촉가능성이 있는 가금류·돼지·염소 등은 신속히 살처분한다'는 방침을 정해놓았지만 인도적 도살방법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한 의식은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자문을 맡은 농림해양수산위 의원들은 동물보호에 대한 기본지식과 마인드가 전혀 없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동물보호법을 동물을 '보호하는 법'이 아닌 동물을 쉽게 '이용하는 법'으로 만들기 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발병 경위나 감염 경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보다는 질병이 발생하면 감염농장 일대를 봉쇄하고 살처분하기에 급급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보공개를 꺼리는 농림부, 수의과학검역원, 익산시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역작업에 공무원은 찾아볼 수 없고 힘없는 환경미화원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무원들은 중요한 정보는 모른다고 발뺌만 하고 있다. 예방은커녕 주먹구구식 위기대응에 급급한 정부는 죽이고 파묻는 것 말고, 침출수 등 감염지역 일대를 철저하게 소독하는 그 복잡한 과정을 제대로 처리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점점 더 강력한 질병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유지확대 하려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축산물의 소비와 생산을 줄여가며 점차 친환경 축산으로 전환해가야 한다. 나아가 유기농 식물농사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등은 동물을 결코 생명취급하지 않는 인간들로 인하여 예견되어진 재앙일 따름이다. 그로 인한 환경파괴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쿠바는 소련으로의 설탕수출과 비료농약 원조가 끊기자, 89년부터 농업혁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수백만 톤의 비료·농약·살충제·제초제·유전자 조작된 씨앗이 사라지고, 대신 식량 자급률이 98%에 달하고 있으며 거의가 무농약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기본적인 식량은 배급되고 있으며 유기농을 누구나 싸게 사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쿠바의 경험은 갑작스런 정책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수시로 농장동물을 파묻어야 하는 축산농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인가. 이번에 AI가 최초 발생한 이모씨 농장의 경우도 2년 전 양계를 시작해 계속 손해를 봐오다가 결국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한다.
말고기 산업까지 육성하며 대책 없이 축산업을 장려해 온 정부정책의 최대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축산농민들이다. 우리도 '농업혁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곧 FTA로 인한 위기의 본질적 해결방안이기도 하다. 물론 점진적인 전환도 가능하겠지만 지금의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무차별 살상에 대한 항의로 개 살상을 중지시켜 주십시오"
개까지 무차별 살상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간과 친밀하게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개까지 쉽사리 생명을 앗는 일이 당연시된다면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게 된다. 개와 같이 살다가 조금만 귀찮고 말을 안 들으면 학대하는 일도 잦아질 것이며, 결국 그것은 우리의 인성을 파괴하게 되는 일이 될 것이다.
1995년 영국에서는 광우병으로 인해 40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되었다. 오래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농장동물로 살아왔던 동물들조차 대규모 밀집사육과 공장식 축산 등 산업화에 견뎌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험성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이제 서막일 뿐이다.
반려동물인 개까지 무차별 키워 잡아먹고, 산업화를 방조하는 것이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임을 정부가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지금처럼 쉬쉬하는 살처분으로 당장의 위기만 봉합하려 한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지금 가족으로 함께 하던 개까지 품에서 빼앗아 죽이는 것으로 그간의 무위와 안일을 봉합하려는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그간 지적되어 온 개 식용과 개 농장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친환경 농업의 비전 제시를 통해 대한민국이 슈퍼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배양지라는 비난을 피해야 할 것이다.
헤르만(Herman)의 표현을 빌며 정부와 우리 모두의 반성을 촉구한다.
"피조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항상 볼 수 있듯이 모든 인간은 나치에 다름 아니다. 인간이 인간 종이 아닌 다른 종들을 자기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만함이, '인종주의'와 '힘'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원칙들을 대변한다."
동물보호단체 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는 지난 11월 29일 성명서 '조류독감 살처분에 대한 항의 및 관련 요구사항'에서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하고 있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지속 가능한 사회를 열망하는 모든 분들께 호소합니다. 농림부, 수의과학검역원, 익산시청 등에 무차별 살상을 강력히 항의하고, 개 등의 살상을 당장 중지하고 현재 상황을 가감 없이 밝힐 것을 요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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