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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지인
"나의 캄캄한 절망마저 나의 나약한 환상마저 저 광활한 펼쳐짐 앞에 들켜버리고 마네…." - '밤바다' 중에서

93년, 아직도 대학가에 건전한 운동정신이 작은 불씨로나마 살아 있을 당시 밴드 '천지인'의 등장은 말 그대로 혜성 같았다. 단조로운 민중가요들만 불리던 그때에 '록'의 요소를 민중가요에 가미해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이후 민중가요 판에서는 록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청계천8가', '열사가 전사에게', '밤바다', '청소부 김씨 그를 만날 땐',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니까' 등 주옥같은 노래들로 우리들의 가슴을 적셨던 '천지인'이 13년 만에 다시 뭉친다.

'천지인'은 오는 20일 오후 4시 30분, 8시 2회 공연을 서울 홍대 롤링홀에서 펼칠 예정이라고 천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카페(http://cafe.daum.net/bandchunjyin)에 이와 같이 밝혔다. 공연은 (주)시니즈 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관악 FM 100.3Mhz가 후원한다.

이번 콘서트의 의미는 바로 '천지인' 1집의 멤버들이 고스란히 모인다는 데 있다. 천지인은 "1집의 전곡을 작곡한 김성민과 그때 그 음반 목소리의 주인공 권민혁, 그리고 지금까지 천지인 리더로 의연하게 남아있는 지킴이 허훈이 천지인이 만들어진 지 13년 만에 의기투합 한다"면서 "영원한 드러머 장석원, 멋쟁이 리드기타 이상혁, 건반에 김은옥과 함께 한다"고 알렸다.

"파란 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샐틈없는 인파로 가득 찬…." - '청계천8가' 중에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03년 7월 1일부터 2005년 9월 30일까지 청계천의 복원을 알리는 홍보용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천지인'의 '청계천8가'가 간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천지인'의 노래는 분명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민중음악'이다.

지난해, 누구를 위한 복원인지도 모르게 청계천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복원식에서는 청계천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조용필의 노래가 흘렀다. 그러나 청계천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단하다. 노점상들은 쫓겨났다. 전태일 동상도 우여곡절 끝에 건립됐다. 분명한 사실은 남루한 노동자들의 삶과 '천지인'의 노래가 계속 청계천을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굳게 뚜껑이 닫힌 만년필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말만 던지고…." - '어쨌든 우리는 살아가니까' 중에서

천지인은 93년 1집 이후, 97년에 '희망을 위하여', '검문' 등이 담긴 2집을 발표했다. 2001년엔 '외눈박이 물고기', '청량리 이야기'가 실린 3집을, 2004년엔 베스트 앨범 형식의 3.5집을 발표했다.

1집 이후 13년 동안 천지인은 잦은 인원 교체를 했다. 현재는 허훈(베이스)씨를 리더로, 이상혁(기타), 김수한(보컬), 장석원(드럼), 김은옥(키보드) 씨가 '천지인'을 꾸려가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음악생활을 접었던 옛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천지인'에서 활동하다가 솔로로 전향해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대였군요'의 손현숙 씨와 '날치'의 김가영씨도 무대에 나온다. 아울러 홍대클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인디밴드 'Zero.G.Clef'도 초대손님으로 나올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예매는 티켓링크나 전화 514-1633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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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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