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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에 맞은 듯한 표지가 인상적이다.
빗방울에 맞은 듯한 표지가 인상적이다. ⓒ 황금나침반
나는 작가 공지영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10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산문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소설가의 산문을 읽으며 '아, 이 사람도 참 험난한 삶을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가는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12월이 시작되고 다들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하여 한탄하고 있을 때 읽은 공지영은 세상 사람들과 반대의 말을 합니다.

공지영은 J를 생각하며 J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마치 J에게 못다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면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라는 글귀와 함께 시작합니다.

마치 혼자만 숨겨두고픈 일기장을 펼쳐보는 듯한 글을 읽으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니 얼마나 간절하게 사랑했기에 한 사람을 생각하며 책까지 냈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하지만 작가는 모든 것을 다 용서합니다. "내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때의 그와 그때의 나를 이제 똑같이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똑같이 말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를 용서하는 것보다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내게 상처를 주고 간 J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 그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또 작가는 모든 아픔의 추억들을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라는 말과 함께 한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합니다.

제목처럼 산문의 내용은 참으로 쓸쓸합니다. 마치 몸에 좋다는 약초를 오랫동안 씹고 씹어야 조심스레 단물이 나오는 것처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혀끝에 쓴맛이 나는 것을 느낍니다.

@BRI@12월이 시작되는 날, 다른 지역에서는 눈이 내린다고 하는 그날에 방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 빗방울처럼 혼자 책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매우 씁쓸한 밤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찾아오는 삶에 대한 허무함처럼, 나무는 힘들게 붙어 있는 낙엽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 있었지요.

어둠 속에서 환한 달빛을 받아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외치는 듯이 굴러다니는 잎을 보며 정말 '빗방울이 혼자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의 빈집처럼 살아가며 많은 시간이 혼자여야 할, 혹은 혼자 있어야 하는 많은 이유들이 궁금해 올 때 가끔은 펑펑 울어 보는 것도 인간다운 것이 아닐까요?

애써 슬픔을 참으려 하는 것보다 크게 소리를 내어 울어 보는 것, 그게 내 마음에 갇혀 있는 슬픔을 기분 좋게 뱉어 내는 것일 테지요.

완벽하다는 것. '저이들과 다르니 나는 그래선 안 돼' 하는 생각들이 얼마나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지요? 아마도 빗방울이 혼자인 것은 자신과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느끼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혹시 옷이 젖지 않을까? 감기가 들지 않을까? 그래서 씌워진 우산처럼 말이지요. 우리의 인생들도 많은 우산들로 가려져 있지 않나 생각해 볼 일입니다.

나처럼 빗방울이 혼자일 때, 그렇게 보일 때 읽어보기 참 좋은 책입니다. 많은 시들과 이야기들과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생각들이 책을 읽는 사람을 혼자이게 하지 않을 테니까요. 빗방울은 혼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단지 혼자였던 것은 '혼자'라는 생각뿐입니다.

"저는 처음으로 일기장에 그렇게 썼습니다. 세상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그러니 눈을 감지 말고, 책장을 덮지도 말고, 멈추지 말고, 앞으로 간다…… 앞으로 가는 길이 아파도 간다…… 너는 소설가이고 그래서 고맙다, 지영아," 하고. (129쪽에서)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해냄(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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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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