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남편 다리 아픈 데 좋다고 하여 자전거를 한 대만 사 놓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부부는 무엇을 하든지 늘 같이 하고, 함께 다닐 때가 많으니까 자전거 두 대를 사서 같이 운동하면 좋겠다 싶어 다른 이가 쓰던 것도 괜찮으니 값싼 걸로 하나 더 마련하자 싶었죠. 그때 처음 우리 마을에 있는 잔차방('자전거포'를 '잔차방'이라고 하네요. 우리 말 느낌으로도 괜찮겠다 싶어 이렇게 말합니다)에 갔어요.
우리 마을(경북 구미시 사곡동)에 잔차방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조금 허름하고 자전거가 그다지 많이 없는 곳이에요. 또 다른 하나는 자전거도 많고 바깥에서 보기에도 꽤 깔끔했어요. 왠지 발길이 더 이끌려서 그곳으로 갔지요.
잔차방에 들어서니, 마침 아저씨가 다른 손님 자전거를 고치고 있었어요. 수더분한 잔차방 임자가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뚝딱 고치는 솜씨가 퍽 놀라웠어요. 자전거를 모르는 우리가 묻는 말에도 퍽 자세하고 살갑게 얘기해 주어요. 그저 한 오만 원짜리 헌 자전거를 사러 갔는데도 말이지요.
그렇게 자전거 두 대를 마련해서 타고 다니니 퍽 즐거웠죠. 우리는 손수 모는 차가 없어서 조금 먼 길을 떠나려면 늘 버스나 택시를 타야 했는데, 자전거를 타고부터 마음만 먹으면 어디나 갈 수 있더라고요. 아침저녁으로 일터와 집을 오갈 때에도 반드시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쉬는 날이면 조금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나가기도 했어요.
자전거를 탄 지 한 달쯤 되었을까? 새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어요. 시골길 한 번 다녀오고 난 뒤, 뒷바퀴 쪽에서 덜그럭 덜그럭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런 채로 며칠 타고 다니다가 이건 손봐야 하겠구나 싶어 잔차방에 갔더니, 뒷바퀴가 고장이 났어요. 부품을 갈아도 제대로 쓸 수 없어 아예 바퀴를 통째로 갈아야 했어요. 생각해보니, 틈만 나면 자전거 타고 나가는 우리한테는 튼튼한 자전거가 더 좋겠다 싶어 앞서 타던 것보다 조금 더 좋은 자전거를 다시 샀어요.
이때 우리는 잔차방 아저씨한테 깜짝 놀란 일이 있어요. 그날 남편이 혼자 갔는데, 이것저것 살펴보고 자전거 한 대를 골라서 잘 조립한 뒤에 나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아저씨한테 얘기를 했더니 자전거 성능도 살펴보고 타고 다녀오라 하더래요. 내 일터까지는 조금 떨어진 곳이고, 아직 값도 치르지 않았는데 이제 겨우 얼굴 두어 번밖에 못 본 우리를 뭘 믿고 이 비싼 자전거를 선뜻 내주었는지 모르겠다며 믿고 맡기는 걸 보면서 아저씨가 참 좋은 분이구나! 했대요.
이런 일이 있고 난 뒤, 우리 부부는 툭하면 잔차방에 들렀어요. 일 마치고 돌아올 때에도 먼저 들러서 아저씨가 자전거 고치는 것도 구경하고, 이것저것 자전거 타는 이야기도 듣곤 했지요. 잔차방에 갈 때마다 늘 손님이 있었는데 더러 조금 귀찮게 하는 사람한테도 웃으면서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저씨도 구미에 있는 자전거 동호회 '금오바이크' 회원이더라고요. 가게에 갈 때마다 회원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걸 자주 봤는데, 산악자전거를 즐겨 타는 사람들이에요. 자주 가다 보니 우리도 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자전거 타는 방법과 여러 가지 소중한 정보도 많이 알게 되었지요. 또 얼마 앞서 열렸던 '구미 자전거 함께 타기' 모임에 우리도 함께 했어요.
우리가 자전거를 타기에 앞서는 '잔차방' 하면 그저 자전거 팔고 고장 난 것 고쳐주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아저씨는 지난날에 여러 자전거 대회에 나가서 상도 몇 차례 받았어요. 요즘도 가끔 이런 대회에 나가기도 해요. 무엇보다 자기가 스스로 자전거를 즐겨 타기 때문에, 어떤 게 좋고 나쁜지 또 어떻게 해야 바르게 타는 건지, 이런 자세한 걸 낱낱이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이제 막 자전거를 탄 우리한테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에요. 그 덕분에 참 많은 걸 배웠죠. 한 번은 아저씨한테 이런 이야기도 들었어요.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자전거를 사려는 사람들이 먼저 다 알고 와요. 어떤 게 좋고 나쁜지, 또 값은 얼마인지 다 알아보고 와요. 그러니 자전거 값은 속일래야 속일수도 없어요. 그렇다고 지금까지 속이고 장사하지도 않았지만, 제 값 다 받지도 못해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값을 부를 때에도 딱 받을 만큼만 얘기해요. 그렇게 해도 인터넷에는 얼마 하던데 여기는 왜 이렇게 비싸냐? 하는 사람도 더러 있어요. 그렇다고 하나도 안 남기고 팔 수는 없잖아요."
인터넷에서 파는 건 아무래도 조립을 새로 해야 한대요. 그렇지 않고 타다가는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요. 또 자전거란 게 타다 보면, 이것저것 손볼 데가 많대요. 바퀴에 구멍이 나기도 하고, 손잡이가 틀어질 수도 있고, 체인이 끊어질 때도 있고,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손볼 거리가 많이 있다고 하네요. 이 말은 우리도 자전거를 타다 보니 틈틈이 고치고 손볼 데가 많아서 잘 알겠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더라도 꼭 잔차방에 와서 새로 조립을 해서 타는 게 안전하다고 해요.
또, 인터넷에서 파는 건 이런 자질구레하게 손볼 때나, 고장이 나서 A/S에 맡기려면 다시 보내서 고쳐 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자면 보낼 때 돈도 따로 들고, 오고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바로바로 할 수 없다는 거죠. 되도록이면 가까운 곳에 있는 잔차방을 단골로 삼아 놓으면 아무 때고 쉽게 손봐주니까 처음 살 때 돈이 더 들더라도 나중을 생각하면 훨씬 더 보탬이 되어요.
요즘은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다고 해요. 내가 다니는 인터넷 카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만 해도 회원이 7만 6천 명이 넘었으니, 운동도 하고 즐겁기도 한 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거죠.
@BRI@그러다 보니, 인터넷에도 자전거를 파는 곳이 많고요. 거기서 물건을 사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대요. 어떻게 생각하면 아저씨도 장사하는 사람이라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에게 더욱 잘 해주고 자전거 기름칠이라도 한 번 더 해준대요. 그렇게 하면 반드시 다음에 또 찾아온대요. 또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는 단골이 되어 자전거를 다시 바꿀 때에는 꼭 잔차방에서 산다는 거죠.
이 말은 우리도 고개를 끄덕여요. 우리도 처음엔 값이 싸다는 까닭으로 인터넷에서 물건을 샀지만, 자잘하게 손볼 데가 많아서 꼭 잔차방에 가야 했지요. 인터넷에서 산 물건이라도 내치지 않고 무척 친절하게 고쳐주며,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퍽 남달랐거든요. 알고 보니,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그다지 비싼 값도 아니고요. 무엇보다 아저씨가 이것저것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는 걸 들으면 참 재미있어요.
많이 배우기도 하고, 또 거기 오는 사람들도 우리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이라서 잔차방에 모이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서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함께 나누기도 해요. 그렇게 얘기하다가 밥 때가 되어 함께 저녁을 먹은 적도 많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물건 하나 사면 덤으로 이것저것 주는 것도 많아서 얻어올 때가 많았어요.
우리 마을 잔차방은 아무 때나 이웃이 와서 편하게 놀다가 가도 좋은 사랑방이 되었어요. 찾아오는 사람들을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으로 생각하기보다 이웃으로 생각하는 잔차방 아저씨 마음씨가 퍽 좋아요.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간다'고 하던가요? 우리 부부에겐 마을 잔차방이 딱 그래요. 잔차방이 방앗간이고 우린 참새랍니다.
| | 사곡 코렉스 자전거 백화점 한의영(50세)씨는? | | | 함께 일하는 김정진 씨가 빨리 낫기를 바라며... | | | |
| | ▲ 틈만 나면 인터넷을 살펴보며 자전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요. | | 경북 구미시 상모동, 토박이인 그는 이발사였던 아버지의 8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어요.
위로 형제들이 모두 대학공부를 했지만, 공부보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용접공과 양복점에서 옷 짓는 일을 거쳐 이것저것 기술을 배우다가 자전거 일을 하게 되었답니다. 벌써 자전거를 만지고 고친 지 서른 해가 다 되었답니다. 앞으로 가게를 더 늘려서 인터넷 쇼핑몰과 함께 꾸려갈 꿈이 있어요.
요즘 시대에 맞춰 틈틈이 인터넷을 살펴보고, 자전거 흐름을 익히면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요. 또 구미 금오바이크(http://home.freechal.com/kumohbike/) 회원이기도 하지요. 한의영 씨 밑에서 일을 배운 뒤, 따로 나가서 자전거 가게를 차린 사람도 여럿 있답니다.
지금도 가게에서 김정진 씨가 일을 배우고 있는데, 얼마 앞서 일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지금 구미 순천향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있는데 그동안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한의영 씨는 몇 해 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이 크게 다쳐서 걱정이 많아요. 이 글을 빌려, 김정진 씨가 하루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 손현희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