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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 론스타 수사담당 검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성철

검찰이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장장 9개월간에 걸친 매머드급 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외환은행의 매각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만을 확인했을 뿐 이른바 '헐값매각의 몸통'과 론스타 측의 책임을 명백히 가려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그동안 '론스타게이트' 의혹 규명을 외쳐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수사결과를 '앙꼬 없는 찐빵 수사'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헌재 사단' 줄줄이 무혐의 수사 한계

▲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헐값에 인수했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이른바 '이헌재 사단'과 론스타의 조직적인 개입 및 금품로비 의혹은 끝내 규명하지 못한 셈이다. 사진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검 중수부는 7일 외환은행이 불법적인 과정을 거쳐 헐값에 매각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하종선 변호사 등 2명을 특경법상 배임죄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중인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영장 재항고 결정이 이루어지는 대로 기소할 방침이다. 외국으로 도주해 신병확보가 어려운 론스타 펀드 부회장 엘리스 쇼트, 한국 대표 스티븐 리, 법률고문 마이클 톰슨 등 3명에 대해서는 증권거래법 위반혐의 등으로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헐값매각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윗선'의 개입 여부와 론스타의 금품로비 등 조직적인 개입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매각 당시 정책결정라인에 있었던 진념ㆍ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권오규(현 경제부총리) 전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 이정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론스타 측 법률자문사 김&장의 고문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적인 과정을 통해 헐값에 인수했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이른바 '이헌재 사단'과 론스타의 조직적인 개입 및 금품로비 의혹은 끝내 규명하지 못한 셈이다.

검찰은 또 외환은행 매각을 사실상 결정한 이른바 '10인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김석동(현 금감위 부위원장) 전 금감위 국장에 대해서도 사법처리할 만한 혐의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앙꼬없는 찐빵 수사" 민노당 특검법 제출 계획

@BRI@이처럼 '헐값 매각의 몸통'으로 의심받아 온 고위 인사들이 무혐의 처리되면서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번 수사가 '반쪽 수사'에 그쳤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날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밝혀졌는데도 이를 사주하고 배후에서 조종한 경제고위관료들에 대한 내용이 빠진 만큼 이는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며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경제 고위 관료들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을 제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위인사들이 무혐의 처리됐다고 해서 검찰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검찰도 스스로 이 점을 이번 수사의 '한계'로 인정하고 향후 추가 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대검 중수부에 특별전담팀을 꾸려 관련 의혹을 계속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이 사건의 배후나 직접적인 동기는 수사상 장애로 인해 완벽하게 규명하지는 못 했지만 미진한 부분은 중수부 특별전담팀을 별도로 편성,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의 조직적인 로비 의혹 수사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로비 의혹이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미국으로 도피한 스티븐 리의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끝내지 않고 유보하기로 했다.

론스타 '먹튀' 막을 길 없나

▲ 론스타는 이미 최근 국민은행과의 매각협상을 파기 한 뒤 전략을 바꿔 외환은행으로부터 1조원대의 배당을 받아 원금을 회수한 뒤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이 매각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론스타의 '먹튀' 행위가 차단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검찰 수사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최종 승인한 금감위의 '주식 초과 보유 승인'이 불법행위에 근거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매각 결정이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의 의지다. 금융감독당국은 현재로선 검찰 수사 내용만으로 금감위의 매각 승인을 취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매각 당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부풀려지지 않았고 당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매각 승인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이 직권 취소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경우 결국 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유죄 확정 판결까지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이렇게 되면 론스타가 재판을 끌면서 제3자에게 외환은행을 팔고 투자이익을 챙겨 철수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셈이다. 론스타는 이미 최근 국민은행과의 매각협상을 파기 한 뒤 전략을 바꿔 외환은행으로부터 1조원대의 배당을 받아 원금을 회수한 뒤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이대순 변호사는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론스타가 법원 판결 이전에 외환은행 보유 주식을 팔고 철수할 게 분명하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검찰은 론스타 지분에 대한 압수보존 명령을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의 확정 판결 이전에라도 금융감독 당국이 론스타의 인수 승인을 직권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대순 변호사는 "BIS 비율 조작 등 사기에 의한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근거로 금감위의 승인이 이뤄졌다"며 "결국 금감위가 론스타의 적격성을 잘못 판단해 승인한 것인 만큼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의 영문 압수자료가 말해주듯 장장 9개월에 걸쳐 진행된 초대형 수사는 이로써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러나 검찰 수사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불법성 입증을 두고 론스타 등과의 법원에서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론스타가 당초 계획대로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수조원의 차익을 남겨 떠난다면 '한국시장=투기자본의 놀이터'라는 외국계의 비아냥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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