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드라마는 시청률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시청률을 보면 측은할 정도이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눈의 여왕>이 8%대 시청률을 보이고 있으며, <눈꽃>과 <90일, 사랑할 시간>은 5%대 미만의 성적으로 보이고 있다.
월화드라마 경우 국민드라마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MBC <주몽>이 시청률 50%를 육박하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여타의 드라마들은 소수 시청자들에게만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굳어지면서 <눈꽃>의 전 작품들은 조기 조영을 당했고, <눈의 여왕> 전 작품인 <구름계단>은 배우를 방송 2주 전에 캐스팅하는 등 톱스타들이 기피하는 현상까지 보이기도 했다.
결국 두 드라마가 야심차게 방송을 내보냈지만 결과는 뒤집을 수 없었다. 특히 <90일, 사랑할 시간>은 시청률 불패 콤비인 오종록 감독과 김하늘이 뭉쳤음에도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정체 중이다.
하지만 모두 세 작품을 시청하는 소수 시청자들은 연일 호평을 쏟아내며 <눈의 여왕>은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1등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또한 <90일, 사랑할 시간>은 방송 후 네 명의 주인공 김하늘, 강지환, 정혜영, 윤희석의 연기가 회자되고 있는 등 그 열기는 시청률만큼 뜨겁다.
그런데도 이 세 드라마를 보는 시선은 측은하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결국 시청률에 의해 세 드라마의 진정한 가치를 따져보기보다는 겉모양새에 모두가 집중되어 있다. 물론 방송사에서도 연말시상식에서는 시청률이 낮은 이 세 작품에 관심을 둘 것이라는 기대도 금물이다.
이처럼 시청률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판가름하는 방송 드라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분명 이 세 드라마는 각기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의 짜임새는 나무랄 데 없다. 이 점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세 드라마의 평가를 달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눈물은 외면, 사극과 코믹이 대세
이 세 드라마의 키워드인 '눈물'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최루성 멜로하면 인기드라마로 가는 첫 번째 공식인데 아무래도 시청자들은 식상해 하는 것 같다. <눈꽃>은 최루성 멜로이기보다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으로 성장한 자녀와 관계 등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역시나 눈물이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눈의 여왕>과 <90일, 사랑할 시간>은 진정한 최루성 멜로를 표방하면서 소재부터 진부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90일, 사랑할 시간>의 경우 진부함을 뛰어넘어 연기자들의 연기와 대사 등으로 명품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 시청자들은 어떠한 이유인지 '눈물'을 원하지 않는 듯싶다. 이젠 영웅이나, 코믹한 설정을 이루는 멜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불황에서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웃을 일이 좀처럼 없는 경제상황에 의해 드라마로 대리만족을 하고자 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가공한 허구를 보여주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시청자들의 욕구 만족을 시켜주는 것이 하나의 기능이다.
그렇기에 영웅호걸 같은 주몽, 대조영 등이, 혹은 웃을 수 있는 나상실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환상의 커플>은 사극이라는 거대한 장벽과도 절대 밀리지 않고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며, 급기야 종영 때는 시청률 20%를 넘기며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욕구에 당연히 '눈물'이 마를 날 없는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눈꽃>과 <눈의 여왕>, <90일, 사랑할 시간>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해 이 같은 시청률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작품을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먹고사는 드라마의 생리를 따져 볼 때 기획에서 오판을 한 것이고 명백히 제작진의 실수이다.
폐인 드라마로 남을 것인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세 드라마를 무조건 시청률로만 따진다면 너무나 가혹하다. 사실 <네 멋대로 해라> 이후 폐인 드라마가 있었다.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소수 시청자들로부터 시청률만큼 뜨거운 지지와 호평을 받아 인상적인 드라마로 남은 작품들도 많다.
세 드라마도 결국 조기 조영을 당하지 않는다면 소수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폐인 드라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눈꽃>의 경우 김희애라는 연기파 배우가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신인 고아라와 김기범이 연기가 예상외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고아라는 제2의 국민여동생을 노릴 만큼 연기력 면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소녀의 눈물이 소수지만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드라마의 구성면에서도 김수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바탕으로 충실하게 따르고 있어 나무랄 데가 없다.
상대 드라마 <눈의 여왕>도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만들었던 이형민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며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잘 그려내고 있으며, 현빈과 성유리 스타를 캐스팅 해 10대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게다가 성유리는 그동안 줄곧 연기력의 논란에 중심에 섰지만 이 드라마의 출연 후 그러한 악평은 살짝 빗겨나 연기가 자못 성장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90일, 사랑할 시간>은 연일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오종록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빠른 전개를 보이는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이미 소재 자체가 시한부 인생과 첫 사랑의 미련을 담아내며 진부함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오종록 감독의 연출과 작가의 스토리 구성, 대사가 이러한 진부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했고 온전히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현실만을 남게 했다. 게다가 '멜로 퀸'답게 김하늘은 처음으로 유부녀 역할을 하면서도 고민연이라는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으며, 정혜영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 명의 남자 주인공 강지환과 윤희석은 신인으로서 불완전했던 연기를 넘어서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단독으로 이끌어갈 가능성을 높였다. 강지환은 현직석이라는 이기적이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남자, 뻔뻔하기까지 한 솔직한 보통 남성을 그만의 연기로 제대로 살려내 그가 출연한 작품 중의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이 세 드라마는 각기 자신들의 매력이 충분한 드라마로 소수시청자들이지만 그 힘은 여느 대박 드라마 못지않다. 즉, 시청률이라는 것에 의존한 환경이 변한다면 충분히 이 드라마도 대박 작품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단지, 지금의 현실에서 세 드라마가 위축되고 있는데,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 충분히 시청자들이 감동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조기조영이라는 철퇴를 맞지 않고 씁쓸하게 퇴장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