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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3마리의 질주
황소 3마리의 질주 ⓒ 조명자
방앗간 집 송아지들이 집단 탈출을 했습니다.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 보면 에미, 애비 냅두고 저희 형제들끼리 뛰쳐나온 모양입디다. 그렇잖아도 지난 봄, 소값이 좋아 기백만원 손에 쥐었다고 아주머니가 자랑하신 말씀을 들었었는데 그 비싼 놈 잘못 될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BRI@개 뛰듯 날뛰는 황소 3형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방앗간 집 백구. 잠시 출타하신 주인 대신 황소새끼 잡으러 나온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맛본 해방감에 미친 듯이 날뛰며 찻길까지 갈 것 같으면 뒤쫓아 가서 겁을 주는 폼이 어찌나 믿음직스런지 '소치기' 목동이 따로 없었습니다.

천방지축 우리 몽이완 너무 다른 백구. 그러고 보니 백구는 암놈이네요. 짐승이고 사람이고 어찌 그리 수컷과 암컷은 하는 짓이 다른지 혼자 웃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몽이 묶어놓고 대문을 열어놨더니 아 요놈이 슬쩍 마실을 왔지 뭡니까.

그런데 처음 온 집에 불쑥 발을 들여놓기가 그랬는지 대문턱에 앞발 한 개만 살짝 걸친 채 장승처럼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풀어놓기만 하면 남의 집 마당에 똥도 싸놓고 닭도 잡아 죽이고. 온갖 민폐를 끼치는 몽이와는 너무 달라 이렇게 예의바른 놈 새끼 좀 얻을까 잠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황소가 걱정되는 백구의 눈빛
황소가 걱정되는 백구의 눈빛 ⓒ 조명자
대문 안에 갇혀 망아지 뛰는 방향 따라 미친 듯 왔다 갔다 하던 몽이. 높이 쳐진 담벼락이 원망스러운지 주둥이가 댓발은 나와 째려봅니다. 그러나 웬만해야 풀어주지요. "제 대접 제가 받는다고, 그러게 평소에 잘 하지" 혼잣소리로 몽이놈 약을 올려줬지요.

높이 쳐진 담벼락이 원망스럽기만 한 몽이놈
높이 쳐진 담벼락이 원망스럽기만 한 몽이놈 ⓒ 조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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