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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교수는 배고프다
생활고와 임용실패로 서울대 비정규직 교수가 비관 자살한 지 3년이 지났다. 그 뒤 국가인권위원회가 "시간강사는 그 지위와 교육 활동적 가치를 인정받고 전임교원에 비례하는 합리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지금쯤 대학들은 2007년 비정규직교수 강사료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거나 진행 중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6년 강사료 현황을 보면 여전히 시간당 강의료는 5만원을 넘지 못하며 사립대학의 경우 서강대가 4만 7천원으로 가장 높은 강사료를 받고 있다.
배재대의 경우 2만 4천원을 지급하고 있으며 몇몇 지방소재대학들이 3만원 내외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2004년 한국대학비정규직교수노조의 임금요구안이었던 9만3천9백31원(2인 가구 표준 생계비)의 절반 수준 밖에, 아니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현재 기자가 재학 중인 영남대학교 비정규직교수 시간당 강의료는 4만 3천원이다.
비정규직 교수들은 한 대학에서 보통 4시간 정도 강의를 맡는다. 한 학기(6개월)단위로 계약하므로 총 임금은 1백3만2천원 밖에 되지 않는다.
@BRI@ 월급을 받는 정규직 교수들의 임금을 시간 강의료로 계산하면 23~24만원이 된다. 동일노동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동일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차별적인 현실이다.
또한 정규직 교수에게는 방학 중에 임금이 지급되지만 비정규직 교수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교수에게 방학은 심도 깊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교수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번역을 하거나 책을 쓰고, 심지어는 과외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연구를 통해 개강 후 더 나은 강의를 하고 싶어도 생계에 뛰어들어야 하는 배고픈 교수들이 본교 강의 중 50%를 담당하고 있다.
신분보장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교수는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존재이며 다음 학기에 어느 대학에서 어느 과목을 몇 강좌나 가르치게 될지 모른다. 학기마다 강의를 맡기 위해서는 '강의 풀 제도'에 등록 한 뒤 강좌를 배정받는다.
'강의 풀 제도'는 연구업적에 따라 강의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나 실질적으로는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강의배정에 공공성과 형평성이 필요하다. 임용은 각 해당 학과에서 주관하고 그 학과 정규직 교수에게 임용권이 있다. 정식 절차 없이 임용하고 있기에 속칭 '정규직 교수에게 잘 못 보인 경우' 다음 학기 강의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교수들은 일방적으로 강의와 시간을 배정 받는다. 강의를 개설한 후 교수를 채용하므로 전공과 관련이 없는 강의를 배정받기도 한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맡게 되지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없으므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에 변상출 한국대학 비정규직교수 노조위원장은 "내 몸에 옷을 맞혀 입어야지 옷에 내 몸을 맞힐 수는 없다"며 "강의개설권을 부여해 전공 관련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강사 임용규정 제9조에는 '강사의 강의평가 결과 강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는 학부(과)의 교수회의를 거쳐 다음 학기 강사로 선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강의평가결과'는 매학기 시행하는 강의의견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강의평가 결과로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항도 있지만 변 위원장은 "정규직에게는 적용하고 있지 않으며 본부에서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강의평가 기준의 판단에 공정성이 요구된다.
강의시수도 제한 돼 있어
법적 최저 강의시수는 9시간이다. 본교 역시 '강사는 해당학기에 9시간을 초과하여 강의를 담당할 수 없다. 다만, 교과목의 특성상 적격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5시간 범위 내에서 초과할 수 있다'고 규정에 명시돼 있다.
이렇게 한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강의 시수가 제한 돼 있으므로 비정규직 교수들은 특정 대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여러 군데의 대학의 강의를 맡고 있다. 하지만 정규직 교수들은 9시간 이상 강의를 할 수 있으며 임금과 보직수당, 시간당 초과 강의료도 받는다. 이에 변 위원장은 "이는 전체예산에서 14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보통 4개 정도의 강의를 맡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들의 대우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비'란 글자가 앞에 붙느냐 안 붙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될 수 있는 날은 멀기만 하다. 그렇지만 교원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에게 대학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교수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의 개설권 보장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학생들의 수업권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사립학교법이 개정 된 지금 사립학교법 중 학교운영위원회(대학평의원회) 구성에 있어 비정규직 교수를 구성원에 넣음으로써 그들 역시 학사운영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고등교육법 제15조 2항에는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학문연구만을 전담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므로 전임강사까지인 교원의 범위를 비정규직교수까지 확장시켜 학자로서, 연구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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