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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발효음식 '가자미 식해'
완성된 발효음식 '가자미 식해' ⓒ 강인춘
겨울철만 되면 집집마다 김장을 한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 가지 더 담그는 게 있다. '가자미식해'라는 특별한 발효음식이다.

@BRI@'가자미식해'는 이북 음식이다. 필자의 고향이 이북 함경도 함흥이기에 겨울철만 되면 빠짐없이 이 음식을 담가 먹는다. 그것도 혼자서만 먹는 게 아니고 아들, 딸들의 사돈 집 내지는 친척들까지 두루두루 나누어 먹는다.

노하우가 들어가는 특별한 음식이기에 누가 감히 나서서 이번엔 우리가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드는 일이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는 매년 우리 집 겨울철 행사로 되어 버렸다.

6.25전이니까 내가 대여섯 살 때다. 그 나이에 무엇을 알겠느냐만은 하여튼 양쪽 부모들이 모두 이북 출신이었기에 이 음식을 그대로 전수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몇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가자미 식해를 담가 먹는다.

아내가 손이 큰 까닭도 있지만 한번 담그면 그 양이 엄청나다. 가자미만 해도 약 200여 마리나 되니 큰 고무다라이에 하나 가득하다.

이른 새벽 5시쯤 해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싱싱한 참가자미를 고른다. 너무 크지도 않고 딱 손바닥만한 크기로 색깔이 노릇노릇한 참가자미여야만 된다. 사가지고 온 가자미는 아내와 둘이서 종일을 다듬는다.

만드는 방법은 집집마다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유명 백화점 식품부나 인터넷으로 전문적으로 파는 데도 있지만 워낙 비싼 젓갈이라 집에서 적당한 양을 담가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가자미란 원래 성질이 평안하여 맛이 달고 독이 없다. 사람들이 먹으면 허약한 것도 보강해줄 뿐더러 기력도 돋운다. 더구나 발효식품이기에 소화가 잘 되고 환자나 노약자, 특히 어린이 영양식에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기와 좁쌀의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무채는 무채대로 별맛이다. 가자미가 없으면 생태와 갈치 등으로도 담기도 한다. 한편 이 음식의 원조는 태국과 라오스란다.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전수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노릇노릇한 참가자미를 골라 물에 씻지않고 대가리와 내장. 그리고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비늘을 벗겨 소금을 약간만 뿌려준다.
노릇노릇한 참가자미를 골라 물에 씻지않고 대가리와 내장. 그리고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비늘을 벗겨 소금을 약간만 뿌려준다. ⓒ 강인춘
두세시간 정도 소금에 절였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낸다. 그리고 한나절 정도 말렸다가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다.
두세시간 정도 소금에 절였다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낸다. 그리고 한나절 정도 말렸다가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다. ⓒ 강인춘
파, 마늘, 생강, 물엿 그리고 고추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파, 마늘, 생강, 물엿 그리고 고추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 강인춘
양념을 버무린 가자미 토막을 그릇에 담아 며칠 숙성을 시킨다음  메조로 밥을 해서 차게 식힌다. 무는 약 5cm정도의 길이로 채를 썬다.
양념을 버무린 가자미 토막을 그릇에 담아 며칠 숙성을 시킨다음 메조로 밥을 해서 차게 식힌다. 무는 약 5cm정도의 길이로 채를 썬다. ⓒ 강인춘
무채를  좁쌀 밥과 함께 넣고 버무린다.
무채를 좁쌀 밥과 함께 넣고 버무린다. ⓒ 강인춘
버무린 가자미식해를 적당한 통에 나누어 집어 넣고. 일주일 정도 서늘한 곳에다 숙성을 시키면 완성된다.
버무린 가자미식해를 적당한 통에 나누어 집어 넣고. 일주일 정도 서늘한 곳에다 숙성을 시키면 완성된다. ⓒ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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