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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새로운 시도만큼이나 비판도 많았습니다. 참여정부는 지난 4년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하며, 남은 1년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요. 이에 <오마이뉴스>는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분야별 정책 점검 및 전망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주제는 크게 ① 부동산과 한미FTA 등 경제 분야 ② 당·정·청 및 언론 관계 등 정치·언론 분야 ③ 북핵 문제 등 통일·외교·안보 분야 등입니다. 이 기사는 그 첫번째 순서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인터뷰입니다. <편집자주>
취재 : 김종철 황방열 김연기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참여정부가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했고 환율, 유가 등 대외적 여건도 좋지 않았던 것은 인정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참여정부 기간 중 각종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비관적이지 않다. 경제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지표로 해야 한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년간 평균 성장률이 4.2% 수준인데, 이는 선진 7개국이 1만5000달러 시기에 달성한 성장률 3.2%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국제수지도 지난 4일 연간 수출액이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세계에서 11번째이며, 참여정부 4년간 수출이 2배 규모로 늘었다. 여기에 소비자물가도 지난해는 2.7%, 올해도 1~11월 2.4%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가 안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 고도 성장기의 환상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정책실장이 되고 난 뒤 한나라당에 인사를 가서 당 간부들과 이야기할 때도 '그래도 거시경제는 괜찮은데…'라고 경제에 대해 운을 떼면 그쪽에서 바로 '그 다음 말은 하지 말라'고 막아 세운다. 분명히 민생경제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생각해야 한다."

"경제정책 실패했다는데 동의 못한다"

@BRI@- 최근 한국은행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상했다. 정부는 이 정도 수준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이 수준은 적정하다. 우리는 자꾸 과거의 고성장을 떠올린다. 연간 7~8% 성장률은 개도국에서나 가능하다. 선진국에서도 보통 2~3% 오르면 성장률이 좋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저성장으로 가자는 것은 아니다. 고성장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성장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성장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9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성장이 필요조건이면서 충분조건이었다. 그때는 성장이 곧 분배로 이어졌다. 지금은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성장과 함께 사회투자, 제도의 혁신, 국민연금 등 복지서비스가 향상 돼야 효과를 본다."

-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경제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 아닌가.
"정부로서는 이에 대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사실 실물경제도 주가지수를 보면 좋게 나타나고 성장률 또한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옛날에는 상상 못할 수치지만 사실 정부 입장에선 '경제가 좋다'고 말을 못한다. 그 이유는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영세자영업자 문제, 중소기업들의 경영약화 등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전체적인 민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민생이 어려워진 이유는 상당히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뿌리가 깊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거시지표와 민생경제가 정비례하는 상황이 90년대 중반부터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때부터는 경제성장과 분배가 같은 궤도를 그리지 않는다. 우리가 70년대에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면서 격변을 경험했듯이 90년대 중반부터 산업사회가 지식정보사회로 바뀌면서 산업구조가 대기업, 수출, 정보통신 등 고기술 분야 위주로 재편됐다.

이 때부터 중소기업, 개인관련 서비스업, 영세유통업 등 서민경제 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해 지고, 성장의 과실이 일부에 집중됐다. 특히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성장이 곧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사는데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하필 이때 외환위기가 닥쳐와 급격히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나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민생업종의 과당경쟁이 초래됐다. 이것이 현재 경제지표는 좋게 나타나도 민생이 어려워진 구조적 원인이다. 90년대 말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 과정을 국민의 정부가 몽땅 뒤집어쓰고 기초생활보장 도입 등 민생안정에 힘썼다.

그러다가 2001~2002년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쓰니까 지금 정부가 이걸 뒤집어썼다. 이런 구조를 안고 참여정부가 출발을 했기 때문에 이를 한두 해만에 극복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정부 때 원인을 제공한 카드채 사태 하나만 해결하는데 2년이 걸렸다."

"'비전 2030'이 허황? 이정도도 못하면 국가경영 어떻게"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부의 이런 진단에 대해 국민들은 수긍을 하기보다는 '정부가 또 옛날 탓만 한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도 그게 걱정이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을 안정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뒀다.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재원배분을 하면서 경제분야에 투입된 재정이 굉장한 드라이브를 걸어 작년에 사회투자로 역전됐다.

무엇보다 서민생활 안정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민생문제가 한두 해만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해 갈 것이므로 점차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맞춰 각종 제도도 국회에 제출을 했으며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 사회복지 측면에서도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었다고 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복지수준도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많다.
"복지수준은 후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때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과정이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컸다. 반면 참여정부는 이미 도입된 제도들을 내실화하는 과제를 부여받아 큰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복지예산의 경우 2002년 26조원이었던 총액이 지난해에는 45조로 늘어 연평균 22%씩 증가했다. 이는 정부예산 평균 증가율 11.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 내년도에는 일자리와 복지를 연결시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개념을 도입, 확대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내년에 1조4000억원을 들여 21만개의 일자리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회보장 지출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앞으로는 노동력이 줄어드는 시대를 앞두고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사회투자전략의 일환으로 복지정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특히 <비전2030>에서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2020년까지 사회보장 지출수준을 현재의 미·일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 '비전 2030'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정부는 지난 8월 한 세대를 내다보고 마련했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그 내용이 무엇인 잘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최고 속도의 고령화로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가 취약해 국민 개개인에게 사교육비, 의료비, 보육비,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구조적인 것이어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비전 2030'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지석적인 성장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이다. 우리의 노후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준비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허황된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정도도 못한다면 국가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전 2030'은 2020년에 가서 미국, 일본의 2000년 정도 수준의 사회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유럽국가 수준과 비교하면 2030년과 비슷하다. 차라리 이정도밖에 못하느냐며 공격을 받아야 하는데 거꾸로 왜 하느냐며 욕을 먹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부터 아무리 사회투자를 늘려도 효과가 나타나려면 20~30년 후다."

- 물론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향후 나아갈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해도 현실성에 대한 비판도 많다.
"일부에서는 임기 말에 장기비전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선거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비전 2030'은 미래를 확실히 책임 있게 준비하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 학제개편 등 고통을 수반하는 계획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정치적 손익을 따져 계획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사회투자는 버려진 의제였다. 이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사회적으로 긴급하고 중요한 의제가 배제되지 말아야 한다. 언론과 정치권도 정파적 이해를 떠나 생산적 논의에 동참해야 한다."

"선진국 중간 수준으로 빚만 져도 못할 게 없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비전2030> 추진 과정에 증세를 통해 국민부담이 크게 느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2030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추진하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이 정책은 2030년에 무언가 없던 것이 새롭게 확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2030년까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과정에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또 2010년까지는 세금과 전혀 관계가 없고 2010년 이후에는 증세를 하지 않고 국채발행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는 우리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빚이 없는 정부다. OECD 평균 수준으로 국채발행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현재 유럽의 경우 GDP 대비 국채비중이 70%인데, 우리는 30%에 불과하다. 우리가 선진국 중간 수준으로 빚만 져도 못할 게 없다."

- 정부가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내놓은 '대규모 기업집단 시책 개편안'을 보면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대상기업을 대폭 축소하고, 재벌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을 쉽게 하기 위해 요건을 완화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애초 공정거래위원회 안보다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재벌개혁이 이제 요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출총제는 완화된 것이 아니라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해 오고 있다. 로드맵은 무엇보다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투명·책임경영 강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로드맵은 정부의 직접규제를 시장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3년 후 기업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출총제를 폐지하고 시장자율규제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안을 담고 있다.

그동안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 및 책임성이 제고되고 시장감시 기능도 활성화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으나, 이러한 제도의 실질적인 작동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평가와 당초 로드맵의 취지를 고려해 시장감시 기능과 같은 시장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재벌개혁의 방향을 개편하되 출총제는 규제강도를 완화해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 구체적으로 사후규제와 시장감시 강화를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대기업집단 정보공개를 위한 포털사이트 구축을 추진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내에 대기업집단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종합적으로 일괄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시민단체 등이 대기업집단에 관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재벌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는데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시장감시는 더 심해질 것이다. 법개정 없이 현재 공정위가 보유한 자료만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현황 등을 한 곳에 모아 공개할 수 있다. 이 역시 시장감시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이런 감시야말로 실제 규제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이는 전 국민이 감시자가 될 수 있다. 이번 당정 합의안도 정책을 후퇴했다는 식의 차원이 아니고 무엇보다 기업경영 투명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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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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