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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6자회담이 이번달 18일경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05년 7월 26일김계관 북한측 대표와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대표가 1단계회담 개막식에서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6자회담이 이번달 18일경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05년 7월 26일김계관 북한측 대표와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대표가 1단계회담 개막식에서 밝은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전수영

북핵 문제 해결과 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위한 6자회담이 이번달 18일경에 열릴 것으로 알려져, 회담 결과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정대로 회담이 열리면 이는 작년 11월 이후 13개월 만에 열리는 것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대파국과 대타협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BRI@지난 10월 31일 베이징 북-미-중 3자회동에서 "가까운 미래"에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이후, 관련국들은 사전 접촉을 통해 초기 이행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 ▲가동중단 여부를 확인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 수용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요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지 않은 가운데, 6자회담 재개에 합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의도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긍정적인 해석으로는 북한이 미국측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결과 '논의 가능'이라는 입장을 들고 회담에 나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는 주로 북한이 핵무기 능력 강화를 위해 시간을 벌고, 대북 제재 및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약화시키기 위해 6자회담을 악용하려고 한다는 평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부시의 대북정책이 변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 AP / 연합뉴스

최근 정세와 관련해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확대해석'이다. 중간선거 패배와 네오콘의 퇴조 등으로 인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눈에 띄게 유연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북한이 핵폐기 조치를 취하면, 에너지 지원,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를 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상응조치는 짧게는 2005년 9월 19일 채택된 공동성명에, 길게는 2004년 6월 3차 회담 때 이미 나온 것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부시의 대북정책의 변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대북 금융제재 해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묶여 있는 북한 자산 가운데 합법적인 자금 해제를 동의했다고 보도했으나, 필자가 확인해본 결과는 다르다.

부시 행정부의 한 관리는 대북 금융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정책은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결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BDA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 지도 알 수 없으며, 합법 자금과 불법 자금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하더라도, 금융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다른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부시 행정부 임기 만료 이전이 2008년 여름까지 북한의 핵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완료하자'고 제안했다는 보도 역시 검증을 요한다.

부시 행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리는 이러한 보도의 확인 요구에 대해 "정확한 보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을 말해왔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부시 행정부는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 이외에도 미사일, 생화학무기, 인권, 재래식 군사력 문제 등 다른 문제들도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만약 부시 행정부가 이와 같은 다른 조건들과 연계시키지 않고 북핵 폐기와 거의 동시에 북미 수교를 완료할 의사를 보인다면, 이는 대북정책의 중대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확인된 바는 없다.

끝으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포기 대가로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했느냐의 여부이다. 이와 관련해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과의 접촉에서 인도적 지원과 새로운 경제적 인센티브를 밝혔다는 보도들이 나온 바 있다. 한국의 여러 언론들은 이러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악행을 보상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12월 9일자 워싱턴포스트는 복수의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힐은 10월 31일과 11월 28일 김계관과의 회동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데 동의하면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 보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북한과 미국

부시 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자료사진)
부시 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자료사진) ⓒ 백악관 홈페이지

더욱 중요한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요구가 북한의 '기대'는 물론이고 9·19 공동성명에 언급된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접촉에서 요구한 초기 이행조치 목록에는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 가동중단 ▲가동중단 여부를 확인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 수용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모든 핵 관련 프로그램의 성실한 신고 ▲핵실험장 폐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대북 에너지 지원, 안전보장,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 등 위의 요구사항들에 대한 상응조치들은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다음'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회담장에서 이러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북한은 미국이 선(先) 핵폐기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은 북한이 예전에 제시한 바 있는 '첫단계 동시행동'의 내용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북한이 2003년 12월 9일 발표한 제안을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더 만들지 않으며 시험도 하지 않고 이전도 하지 않으며 평화적 핵동력 공업까지 멈춰 세우는 동결조치"를 취하고, 동시에 미국은 "테러 지원국 명단 해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철회, 미국과 주변국의 중유 및 전력 제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취해야 할 초기 행동조치 대상을 최대한 넓히면서 자신의 상응조치는 늦추려는 반면, 북한은 자신의 핵동결 대상은 최소화면서 미국으로 최대한 많이 받아내려는 협상 전술을 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에 해당하는 반면, 미국의 상응조치는 '공약'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첫 단계 행동에 상응하는 미국 측 행동이 핵심적인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미국의 공약을 믿고 핵폐기에 돌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볼 때, 미국은 핵 '동결'에 대한 보상을 명시했던 제네바 합의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 역시 생존을 위한 '기회의 창'이 될 것으로 믿었던 제네바 합의가 '배신의 늪'에 되면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되기 전에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이 제네바 합의 협상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은 뉴질랜드 방문중에 부시의 대북정책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제 북한이 양보할 차례라는 해석이 가능한 발언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부시의 대북정책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6자회담의 정직한 중재자와 창의적인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할 노무현 정부가 '미국은 바뀌고 있으니 북한이 양보할 차례'라고 오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북한과 미국은 자기 것은 적게 내놓고 상대방 것은 많이 취하려고 할 것이다. 또한 상대방이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에는 자신도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 양측이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렵사리 열리게 될 6자회담은 결국 파국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한국이 중국, 러시아 등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국가들과 함께 치밀하고 공정하며 창의적인 해법을 만들어 이를 관철할 수 있는 힘과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반면 또 다시 말싸움으로 끝난다면,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 등 추가적인 상황 악화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운명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질 기사: 북한, 핵군축 카드 꺼내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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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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