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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전면 보이콧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은 오늘부터 개회되는 임시국회 일정을 거부하기로 했었다. 사학법 재개정을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보이콧 기간은 단 하루. 그 이후의 방침은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봐가며 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던 차에 강재섭 대표가 입을 열었다. 내년 예산안과 사학법 재개정안을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학법 재개정안을 논의하자는 한나라당 제안에 여당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경종을 울리는 것이지 연계는 아니라고 했다.

강재섭 대표의 말을 전해들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불평을 쏟아냈다고 한다. "카드를 너무 일찍 내보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내심이 이렇다면 임시국회가 식물상태에 빠질 공산은 그리 크지 않다. 우여곡절이야 겪겠지만 처리할 건 처리할 듯하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입장을 정한다고 하니 이것까지 지켜보는 게 순리다.

진퇴양난 한나라당, 사학법의 향방은...

지난달 30일 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 모습.(자료사진)
지난달 30일 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 모습.(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BRI@이렇게 유보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유가 있다. 한나라당의 처지는 진퇴양난이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형국이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가 없다.

사학법은 1년 넘게 끌어온 사안이다. 정치 현안의 통상적인 '유통기한'을 고려하면 꽤 장수하는 사안이다. 한나라당의 집념이 눈물겹지만 지켜보는 국민은 지겹다. 흘러간 LP판을 자꾸 틀면 긁는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일정하게 양보를 얻었다. 열린우리당이 재개정안을 마련해 학교재단 이사장의 친인척이 학교장에 앉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실상 남은 쟁점은 개방형 이사제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대표적인 국정사안인 예산안을 움켜쥐고 '끝까지 투쟁'을 선언하면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속옷 바람으로 덜덜 떨고 있는 열린우리당에게 팬티까지 벗으라고 강요하면 '막다른 저항'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유연해지려면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내놓은 재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지든, 한나라당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표를 던지든 일단 표결에는 참여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표결에 참여해 열린우리당 안을 부결시킨다는 보장도 없고, 한나라당 안을 통과시킨다는 보증도 없다. 만에 하나, 표결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문제가 발생한다. 표결에 참여하는 건 표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위다. 자칫하다간 사학법 투쟁 깃발을 접어야 한다.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사학법에 반대해온 사학재단과 종교재단 등에서 비난이 쏟아질 것이고 이런 비난 여론이 대선 가도에 소나기를 퍼부을 수도 있다.

로스쿨법 받고, 사학법 내줄까?

분명 진퇴양난 상황이다. 묘수가 없을까?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면 드러눕는 게 최선이다. 막힌 김에 쉬어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리가 필요하다.

예산안은 안 된다. 여론 부담이 너무 크다. 그럼 뭘까? 일부 언론은 로스쿨법을 거론한다. 로스쿨법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사학법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방안이라고 한다.

가능성은 낮다. 소속의원을 통제할 수가 없다. 율사 출신 소속 의원들이 '결사투쟁'을 되뇌는 게 로스쿨법이다. 밥그릇이 걸려있다.

임시국회 고삐를 죄고 있는 게 한나라당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양과 음은 꼭 세트로 움직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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