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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통하게 살찐 이 맛난 석화가 굴 맛에 대한 또 다른 방법과 맛을 알게 했다.
ⓒ 조광선
토요일(2일)!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왔다.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 가족들과 3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근데 너무 멀다 굴 먹으러 거기까지 가기는…."
"틀리다잖아 맛이, 여행도 할 겸 좋지 뭐."
"태수네가 먹어본 것 중 최고래."

내가 묻자 아내가 답한다. 우리는 불에 구워먹는 일명 '직화 석화(굴) 구이'를 먹으러 수원에서 충남 보령까지 120km거리의 먼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목적지는 충남 보령 천북이란다.

'천북'. 전국의 지리를 꿰뚫어 보는 내가 생전 처음 듣는 지명이다. '그래 가보자 얼마나 맛있는지.' 운전을 하며 나는 '내가 언제부터 굴을 먹고 좋아했을까?'란 의문을 가지며 옛일을 회상해 보았다.

모든 음식은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데 굴은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으로 선호도가 확연히 구분된다. 내가 어렸을 적 이해 못했던 것 중의 하나가 굴이 김치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엄마 김치 할 때 굴 좀 빼면 안돼?"
"이 녀석아 굴을 빼면 뭔 맛이 나냐?"

그러면 옆에 있던 누나도 엄마를 거들고 나선다.

"이게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데."

난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굴이란 음식을 혐오했다.

"저걸 어떻게 먹지?"

입에 넣는 그 느낌부터가 소름 끼쳤다. 그러다가 내가 언제부터 굴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고등학교 때 언젠가부터 입에 넣어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이후 굴 맛에 반해 지금은 굴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까? 굴은 정말 희한하고도 오묘한 음식중의 음식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굴을 먹어 본 지 오래됐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가끔 메뉴로 등장하는 '굴국'. 하지만 나는 그것은 굴 먹은 것으로 치지도 않는다. 제대로 된 굴 맛을 느끼며 먹는다기보다는 10여 분만에 후다닥 먹어 치우는 그야말로 '한끼 떼우기'식이니까…. 할인매장에서 파는 봉지굴을 사서 굴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그저 싼 맛에 먹는 것이지.

▲ 석화구이로 유명한 충남보령의 천북면 굴구이집들은 가게 앞에 돌 같이 생긴 석화를 내어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 조광선
서해안 고속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리니 홍성IC가 나왔다. 여기서 15km를 국도로 달리니 국도변에 걸린 현수막이 우리를 반겼다. '천북 굴구이 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굴구이 축제도 있구나!"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네~"

아내와 말을 주고받자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이윽고 천북에 도착했다. 바닷가 바로 옆에는 50여곳이 넘는 굴구이 집들이 즐비했다. 무슨 음식이든지 유명하다 하면 많은 집들 중에 어느 집이 '진짜 맛집'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어느 집을 들어가야 돼?"

우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자 같이 간 우리 일행 중 이곳을 10여 번은 와본 유경험자 '태수아빠'가 우리를 잡아끈다.

"잘 아는 집이 있어요."

유명한 먹거리 촌에는 항상 학연, 지연,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가며 아는 집이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아는 집이에요?"
"같은 조기축구회 총무 작은아버님 댁이에요."

그럼 뭔가 달라도 다르겠지 은근한 기대를 하며 들어섰다. 우리 일행 인원은 어른 7명, 애들 8명인지라 얼마를 시켜야 되는지를 고민하자.

"일단 2개 먹어보면 될 거예요."

먹어 본 경험자 태수아빠가 주문을 했다. 커다란 빨간 고무 대야에 돌멩이 같은 석화 무더기가 나오고 그것을 가스 불에 올려놓았다.

"이래서 이름을 석화 직화구이라고 하는구나…."
"저걸 누가 다 먹어요?"라고 내가 묻자, "먹고 더 시켜달라고나 하지 마세요"라고 태수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 석화를 가스불에 올려 놓고 구워 먹는다. 맛난 석화구이를 맛보려면 펑펑 튀는 공포스런 소리와 날아오는 파편은 감수해야한다.
ⓒ 조광선
불이 타오르고 장갑을 끼고 기다리자 곧바로 "퍼엉펑!"하는 소리가 난다. 불에 석화가 달궈지자 튀기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온 우리 일행들은 눈에 튈까 무서워 몸을 최대한 불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빨리 빨리 뒤집어줘요 벌어지기 시작하면 벌려서 먹으면 돼요."
"너무 오래 있으니 튀는 거예요."

▲ 석화 껍데기는 기막힌 술잔으로도 이용된다. 술먹는 사람들 말에 의하면 진한 굴 향이 배어나와 더 맛있다고 한다.
ⓒ 조광선
본격적으로 굴 맛 시식이 시작됐다. 굽고, 벌려서 먹고, 맛보느라 아이들 챙겨줄 시간도 없었다. 굴은 생굴이 맛있지만 구워먹는 이 맛도 기막히다. 피시익 픽~ 석화가 벌어지면 거기에 초고추장을 발라서 입 속으로 가져가니, 그 맛은 천하일품이다.

▲ 구워진 굴에 초고추장을 발라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 조광선
"굴을 구워 먹어도 이렇게 맛있구나!"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 조광선
먹다보니 금방 다 까먹었다. 한 대야를 더 시키고서야 좀 먹은 것 같았다. 주인장이 서비스로 키조개, 가리비를 내왔다. 그러나 굴 맛에 비하진 못할 맛이었다.

▲ 서비스로 나온 가리비 그러나 굴 맛에 비하진 못한다.
ⓒ 조광선
자연산굴도 맛 좀 보라며 내왔는데 구운 굴 맛에 길들여진지라 그 맛이 별로였다. 이후 굴 향이 진하게 배어 나온 굴 칼국수를 후루룩 쩝쩝 들이키고 굴밥까지 비벼먹었다.

▲ 오이, 콩나물을 넣어 쓱쓱 비비면 맛있는 굴밥이 된다. 그러나 이미 굴로 배가 채워진 상태라 그 맛은 절반이다.
ⓒ 조광선
▲ 옹기종기 모여 앉아 굴을 까먹고 있다.
ⓒ 조광선
"꺼억~"

이곳저곳에서 트림이 나온다. 정말 제대로 굴 한번 맛나게 실컷 먹어봤다.

"다음 달에 또 옵시다!"

일행 중 누군가 외친다. 석화구이는 11월 중순부터 5월까지 6개월 동안 먹을 수 있다. 제철은 겨울인 지금부터라고 하나 알이 꽉 찬 통통한 굴을 맛보려면 2월은 돼야 한단다. 석화직화구이를 먹고 나오는 길, 그 아무도 부럽지 않았다. 벌써부터 내년 2월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 빨간 큰 대야 하나가 구워먹을 경우 2만5000원, 가져갈 경우 2만0000원입니다.
우리 일행은 어른 7명 아이들 8명이서 3대야분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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