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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건교위를 통과한 특별법이 전체회의에서 꼭 통과해 더 이상 이들이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일 건교위를 통과한 특별법이 전체회의에서 꼭 통과해 더 이상 이들이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장희용
제가 살고 있는 전북 군산은 인구 26만 남짓 소규모 도시다 보니 임대아파트가 참 많습니다. 지방의 열악한 취업구조로 인해 근로자 임금도 무척이나 적습니다. 그렇다보니 분양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벅찹니다. 그래서 아파트에 사는 인구 중 1/3 정도는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BRI@다들 아시겠지만, 당초 임대아파트의 경우 서민들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민간 건설업체들이 지은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이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부실한 관리로 인해 부도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부도 임대아파트가 현재 6만 세대가 조금 넘는다고 하는 데, 전국임대아파트연합회 주장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시작해 부도 임대 아파트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는 40만 세대에 이른다고 하네요.

이곳 군산의 경우 아마 전국에서 부도임대아파트로 인한 피해가 제일 심각한 지역일 겁니다. 98년부터 군산 임대아파트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현재 8200여 세대, 군산시민 26만 명 중 3만여 명이 길거리로 몰릴 처지에 있습니다. 경매도 속속 진행되면서 실제 피해사례도 늘고 있고요.

제가 알고 있는 한 분은 "부도로 인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2400만원의 임대보증금 중 법적으로 보장된 120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면서 "한 순간에,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1200만원을 날리게 생겼다"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더 기막힌 사연도 있습니다. 수년 전 부도 임대아파트에 살다 보증금 상당액을 떼이고 다른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가, 또 다시 부도를 맞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도가 난 후 그나마 군산에서 괜찮다는 임대아파트로 갔는데, 또 부도가 났다며 진짜 괴롭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임대아파트가 부도가 나면 현행 법률로서는 임대아파트에 살던 분들은 보증금조차 제대로 못 받을 뿐 아니라,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갈 경우 하루아침에 속수무책으로 길거리로 나 앉아야 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모아서 마련한 보증금, 돈 있는 사람들에게야 그까짓 돈이랴 싶겠지만 이 분들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도 있는 돈입니다. 그런데 억만금과도 같은 돈을 하루아침에 종이조각처럼 날려버리고 길거리로 쫓겨나야 하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습니까?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민영 임대 아파트를 건설한 업체가 부도를 맞게 되면 은행보다 후 순위 담보권자로 설정되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받아도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보증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특히 은행이 부도 업체의 아파트를 경매로 넘길 경우 임차인들은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날 위험마저 있습니다.

전국에서 부도임대아파트로 피해가 제일 큰 군산에서는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정부를 상대로 부도임대아파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생존권 투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전국에서 부도임대아파트로 피해가 제일 큰 군산에서는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정부를 상대로 부도임대아파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생존권 투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 장희용
국회는 당리당략 떠나 전체회의서 법안 꼭 통과시켜야

참다 참다 결국 이 분들은 끝내 울분을 터트리며 정부를 향해 생존권을 주장하며 올 2월부터 지금까지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겨울 찬바람을 온 몸으로 이겨내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과 아이들을 업고 온 어머니들, 그리고 직장까지 쉬면서 거리투쟁에 나선 가장들이 생존권을 위해 거리로 나선 겁니다.

1년이 넘은 긴 투쟁, 드디어 이 분들의 억울함을 달래 줄 길이 열렸습니다. 지난 8일 건설교통부와 열린우리당이 부도난 공공임대아파트 거주자들이 임차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부도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보호 특별법안'(대안)이 최근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이 특별법은 부도난 공공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원할 경우 주택공사 등이 해당 아파트를 매입해야 하며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전액 돌려주도록 돼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임차보증금은 변제순위에서 국민주택기금에 밀렸기 때문에 전액을 돌려받기가 어려웠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제 최종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전체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통과되면 내년 4-5월 정도부터 이 법이 효력을 발휘할 겁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매일 정치싸움이나 하고 당리당략에 의해 법안 심사를 미루거나 상정하지도 않는 등의 행태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권이 또 다시 당리당략이나 정치 싸움 때문에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입니다.

지금도 민생법안을 비롯한 수많은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허리 90도 숙이고 국민을 위한 정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처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할 때, 또 다시 정치싸움이나 당리당략으로 인해 이 법안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전국의 수십만 부도임대아파트 주민들을 차가운 겨울바람 속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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