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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앞에서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북핵폐기·북한해방 국민대회'에서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뉴라이트' 계열이 보수우파의 부족한 컨텐츠를 채워주는 '머리' 역할을 하는 셈이라면 군인 출신의 전역자 모임은 '타고난 체질'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보수'를 지향한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와, 향군 산하의 일개 친목단체이면서도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육·해·공·해병대 예비역대령연합회(대령연합회), 대령연합회를 주축으로 민간 참여를 확산시켜 몸집을 키운 '친북좌익 척결 국민행동본부'(국민행동본부), 그리고 이들이 주축이 된 연합전선인 '반핵반김국민협의회'(국민협의회) 등이 대표적인 '행동하는 보수' 조직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아닌 '행동하는 보수'를 표방한 '국민협의회'와 '국민행동본부' 및 대령연합회 그리고 재향군인회는 처음에는 '한몸'처럼 날렵하게 움직였다. 적어도 서정갑 대령연합회장겸 국민행동본부장이 제5대 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2004년에는 그랬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 30만명 동원 '흥행대박'... 주도권 싸움후 유명무실

@BRI@우선 국민협의회는 '반핵반김'이란 표현이 말해주듯 전형적인 '안티' 연합단체이다. 이 단체의 자평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고 북한 핵무기 반대와 자유실현을 위하여 국내의 각종 우익단체와 원로인사 및 시민운동가 등이 망라하여 2003년 3·1절 국민대회를 계기로 구성된 보수 우익세력의 '총 본산'이다.

운영위원장 체제인 국민협의회는 3·1절 국민대회(제1기 김상철 한미우호협회장)와 6·25국민대회(제2기 김경래 기독교백주년기념사업협의회 사무총장), 그리고 8·15국민대회(제3기 안응모 황해도중앙도민회장) 등 대중집회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상설기구화 되었다.

국민협의회는 특히 빽빽한 글로 호소하는 '파스퇴르우유식 5단광고'를 <조선일보> <동아일보>에만 실어 국민성금으로 치른 2004년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와 12·4 '4대 악법' 저지 전국민 궐기대회에서 '30만 대박흥행'을 터뜨린 제5기 서정갑 운영위원장 시절에 절정에 다달았다.

그러나 한때 300여개 단체를 거느린 보수우파의 구심점이었던 국민협의회는 서정갑 위원장 이후 바로 그 <조선> <동아>에 실은 5단광고의 광고비 집행과 통장 인수인계 둘러싸고 갈등과 내분에 휩싸이면서 세력이 약해졌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그랬지만 실상은 '보수도 광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흥행' 성공에 따른 주도권 싸움이었다.

2005년 8월 당시 후임 지도부는 "서정갑씨가 2004년 10월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 관련 광고를 <조선> <동아>에 각 4회 내면서 성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국민협의회와는 관계가 없는 개인통장(국민행동본부)을 게재함으로써 의도적인 사기행각을 자행했으며 또 신문광고 외상빚을 후임자에게 떠넘겨 자신만이 진정한 애국활동을 하고 있는 양 다수의 선량한 애국시민들을 속이는 등의 범법행위를 했다"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국민협의회는 6대 임광규·7대 김현욱 위원장을 거쳐 현재 제8대 박찬성 위원장(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이 맡고 있지만, 현재는 홈페이지 관리조차 제대로 안될 만큼 활동이 유명무실해졌다. 박찬성 위원장은 전작권 환수 반대 집회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북한 인공기를 태운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탄 목사이다.

총신대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어느날 갑자기 '한국기독교교회청년협의회 회장'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 청년위원장'이니 하는 직함을 달고 각종 보수집회에 얼굴을 내밀어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중간에 '청년'만 들어가 있을 뿐, 이런 단체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목사는 8대 운영위원장을 맡기 전에 이미 보수집회가 있는 곳, 특히 카메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타나 사제 화염방사기(?)로 인공기를 태우는 퍼포먼스나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당시 반북 기자회견 중 북측 기자와 충돌하는 등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국민협의회에는 현재 월남참전유공전우연합회, 6·25전몰군경유자녀회, 재향경우회, 특전동지회, 해병전우회중앙회 등 군경 퇴역 모임과 대중 동원력이 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71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 대령연합회가 주축...,'애국운동 상비군' 자임

▲ 지난 2004년 9월 '(가칭)구국청년 협의회추진위' 주최로 청년시국선언문 및 결의문을 발표했다. 서정갑 대령연합회 회장이 10.4 시청앞 대회와 관련해 경찰이 원천봉쇄할 경우 게릴라식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 권우성
유명무실해진 '국민협의회'의 빈 자리는 현재 대령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국민행동본부가 채우고 있다. 국민행동본부 또한 2003년 3월 1일에 개최된 '반핵반김 국민대회'의 산물이다.

대령연합회는 지난 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율곡비리'로 역대 국방장관과 각군 참모총장들이 줄줄이 구속되어 '스타'가 '똥별'로 전락한 군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을 가진 단체로 출범했다.

대령연합회가 일반 국민의 주목을 받은 것은 '튀는 광고' 때문이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과 관련 2001년 1월 16일자 <전우신문> 1면에 낸 '국민의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그 정체성을 밝혀라'는 5단 광고가 그것이다.

이후 '대령연합회'는 민간 참여를 확대한 '친북좌익 명단공개 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가 2003년에 이를 다시 '친북좌익 척결 국민행동본부'로 개칭해 대령연합회와는 별도의 전위 조직을 만들었다.

처음 163명의 대령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대령연합회의 현재 회원(대령단)은 7000명이고, 국민행동본부의 등재회원은 3만5천명으로 늘었다. 서정갑 회장은 "아마도 대령연합회는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소문난 해병전우회와 고대동문회 그리고 호남향우회보다 결집력이 더 강한 단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행동본부는 광고와 거리투쟁을 결합시킴으로써 이론과 실천을 통합한 '상시적 애국행동세력'임을 자임하고 있다. 특히 서정갑 본부장이 반핵반김국민협의회 5대 운영위원장을 맡아서 치른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는 보수우익 시민 30만명이 참여한 기념비적인 집회로 남아 있다.

국민행동본부는 점차 안보 쟁점 외에도 사학법 재개정과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 의제로 투쟁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경기 부천지부를 시작으로 부산·경남, 대전·충남, 강원, 충남 아산지부 등을 결성하는 등 전국 조직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국민행동본부의 참여·후원단체는 현재 148개이다.

신문광고와 거리투쟁을 결합한 게릴라전법을 구사하는 국민행동본부는 "2004년에는 1만2천명이 2억5천만원의 성금을 냈고, 2005년에는 1만3천여명이 3억8천만원 성금을 내 대부분 행사와 신문광고비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정갑 본부장은 "우리는 '애국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급직원 없이 (대령들의) 자원봉사로 충당한다"면서 "어떤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고 오직 회원들의 회비와 애국시민 성금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관련 인터뷰 참조).

[재향군인회] 650만 회원 자랑하는 거대 조직... '인터넷전사'도 양성

▲ 지난해 7월 인천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17일 오후 인천 중구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인 가운데 무한전진, 자유개척청년단,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동상 사수 집회를 열었다. 한 해병전우회 회원이 재야단체 회원들을 향해 권총모양의 공기총을 겨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호중
전통적으로 '보수우파의 행동대'를 자임해온 재향군인회(회장 박세직)는 한기총과 함께 서울시청 및 서울역 광장의 대규모 집회에 막강한 회원 동원력을 자랑하는 거대 조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진보·민주화세력의 전유물이었던 시청·서울역 앞 광장을 보수우파가 점유하게 된 데는 2004년 국보법 사수 집회부터 올해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 집회에 이르기까지 재향군인회의 '세 과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재향군인 회원 상호간의 상부상조를 통한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창설된 재향군인회는 정회원만 113만명에 준회원 537만명을 합쳐 총회원이 650만명에 이르는 매머드 조직이다. 또 본부 산하에 시도회(13)와 시군구회(224)는 물론 해외지회(10)까지 신경망이 뻗쳐있을 만큼 조직이 탄탄하다.

향군은 또한 산하에 ▲계급별(7) 성우회, 예비역 대령연합회 등 ▲군별(3) 해병대전우회 중앙회 등 ▲임관 출신별(15) 육사총동창회 등 ▲병과별 (17) 포병전우회 등 ▲부대별(5) 충호회 등 ▲참전별(16) 호림유격전우회 등으로 종횡으로 얽힌 63개의 친목단체를 두고 있어 회원 동원에도 유기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 지난 2004년 11월에는 향군 산하에 '인터넷 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를 표방한 '인터넷 범국민 구국협의회(www.konas.net)'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재향군인회 인터넷안보부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은 '구국협의회'에는 재향군인회 인터넷동우회, 한국자유총연맹, 해병전우회 등 보수우익 단체 54곳과 <무한전진> <독립신문> <코나스> <자유북한방송> 등 인터넷 언론·사이트 39곳 등 93곳이 참여해 '인터넷 사상전'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박세직 회장은 '친한나라당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눈에 띄는 정치적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향군 본부는 박세환(육군)·김홍렬(해군)·김홍래(공군)·신원배(해병대)·고종석(직능) 등 5명의 각군·직능 부회장을 두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예비역 장군들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중 동원의 핵심 인물은 '해군 병장' 출신으로 올해 재선에 성공한 김병관 서울시 향군회장이다.

동국대 출신인 김씨는 강정구 교수의 논리를 반박하는 칼럼을 동국대 홈페이지에 올려 보혁 논쟁에 불을 붙여 <조선> <동아>의 보도를 유도하고 직접 방송에 출연해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등으로 법무장관이 초유의 지휘권을 발동케 한 이른바 '강정구 파문'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05년 당시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서정갑 운영위원장(5대)이 내부 불화로 사퇴하자 6대 임광규 운영위원장 체제가 들어서기까지 권한대행을 지냈다. 이때 김씨는 국민협의회 운영위원장 권한대행겸 향군 서울시회장으로서 각종 보수집회에서 막강한 동원력을 과시했다.

이 때문에 올해 서울시회장 선거에서는 향군 개혁을 내건 후보들이 "향군 집행부가 안보활동보다는 개인적인 정치활동에 이용하여 재향군인회가 동원단체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김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회원들은 "향군은 지금 우익단체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어용단체로 전락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보수우익의 선봉장'임을 자처한 김병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줌으로써 대표적 보수단체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했다.

'거대 공룡' 향군의 약점은 재정 지원 의존도

김씨는 재선된 뒤에 "민주화를 위장한 반체제 저항 운동을 줄기차게 해온 좌파들을 제압하려면 우선 이론 무장이 되어야 한다"면서 "사이버 공간에서 애국운동을 하고 있는 10만여 네티즌들을 조직화하고 의식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유네티즌구국연합'이란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상임대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 이 모임이 내건 아래의 '제1회 현 시국 수습 아이디어 공모'를 보면 모임의 성격과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자유대한민국의 대 웅비를 가로막고 있는 좌파정권을 어떻게 종식 시킬 것인가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대두되었습니다. 음지(인터넷)에서 묵묵히 애국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름 없는 구국전사들을 발굴하여 구국전선에 전진 배치시키는 것이 화급을 다투는 일이 되었습니다. 우수한 논객들을 조직화하고 더욱 의식화해서 기필코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데 저희 자유네티즌구국연합이 앞장서겠습니다.

논객 여러분의 좋은 구상과 지혜를 모으기 위하여 아래와 같이 원고를 모집합니다. 현재 국가 존망의 실상을 분석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모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우수 논객은 기업체와 자매결연을 통하여 지속적인 지원으로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덩치 큰 공룡의 '최대 약점'은 재정을 정부 지원과 사업수행을 위한 수익사업 및 부대사업에 의존하는 '관변단체'라는 점이다. 향군의 300여억원 예산은 회원 회비보다는 대부분 보훈기금 보조금 등에 의존한다. 이를테면 2004년 예·결산 결과, 제대군인 복지사업에는 예산의 10%만 쓰고, 상당수는 각 지회 운영비로 나갔다. 2004년 운영보조비로 57억원, 운영비지원에 36억원 이상을 썼다.

지난 9월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국감자료를 보면, 향군이 100% 지분을 가진 중앙고속의 경우 연평균 10억원 정도 손실을 보면서도 2000~2005년 6년 동안 '보훈성금'을 278억원이나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밖에 산하 7개 출자회사와 향군회관 등 6개 직영업체에서도 매년 180억~200억원 정도 보훈기금을 기탁했다. 이런 기금이 바로 향군이 대규모 서울 집회 때마다 각 시도군 지부 회원 동원용 버스를 대절하고 참석자에게 식대를 지급할 수 있는 '물적 토대'인 셈이다.

지난 4월 향군 회장 선거를 앞두고 친한나라당 성향의 박세직 전 안기부장과 친정부 성향의 천용택 전 국방장관의 대결에서 일부 향군 간부들이 천 장관 지지 움직임을 보이자 '대한민국병장연합회'라는 단체까지 나서서 성명을 내고 '정부 압력 막아주고 지원금을 더 타오겠다'는 공약을 내건 천 후보를 제명해야 한다고 극렬 반발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의 반영이다.

이미 지난해 국감에서 "국고지원을 받는 향군이 안보를 명분으로 일반시민 대상의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반정부 운동이나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보훈처의 감독을 받은 향군은 올해 예산 가운데 안보활동비를 전액 삭감하고 회원 복지예산으로 수정한 바 있다.

또 재향군인회는 지난해 5월 이상훈 회장 시절에 "향군이 재향군인회 회법을 어기고 정치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면서 2003년 1월 출범 당시부터 자신이 몸담아 왔던 '반핵반김 국민협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공동의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국민협의회의 힘이 빠진 데는 대중 동원력이 큰 재향군인회가 탈퇴한 것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세직 회장 또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망중'이나 정부의 재정 지원 말고도 개인적으로 '제이유' 사건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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