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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의 출연진들
거침없이 하이킥의 출연진들 ⓒ iMBC
시트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작품들이 대부분 조기 종영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금 화려했던 옛 전성기에 불씨가 남아 있으니 그것은 바로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아직은 시청률이 9%대 머무르고 있지만 그것은 경쟁작 <열아홉 순정>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방송이 본방송 시청률을 앞지르며 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시청률을 떠나 새로운 시트콤 부활의 신호탄이자 탈출구로 봐야 한다. 화려한 스타나, 볼거리 등이 없지만 거침없이 자신만의 하이킥을 날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이 작품은 적잖이 기대를 한몸에 받고 탄생한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트콤의 황제라 불리는 김병욱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순풍 산부인과>로 새로운 가족 시트콤을 탄생시키며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를 연달아 히트시킨 장본인이다.

이 작품도 앞선 작품들의 또 다른 변주라 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점이 많다. 쪼잔하고 소심한 사람들이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어쩐지 이 작품은 전작과 다른 독특한 매력이 풍긴다.

미달이의 부활, 식신이 대신하다

@BRI@<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전작과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순풍 산부인과>에서 지명과 용녀,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그들이 서로 아옹다옹하는 모습과 인간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웃음 코드로 잡았다.

이 점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똑바로 살아라>에서도 그러했다. 이러한 모습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충분히 보이고 있다. 오히려 더욱 세밀해져 우리 주변에서 혹은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한의사 집 장남 민호가 데이트 도중 생리현상으로 다급해진 모습이나, 한의사 집 이순재의 아내와 며느리 박해미가 벌이는 고부간의 갈등도 웃음을 유발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해도 전작과 비슷한 점은 각각의 캐릭터들이다. 전반적으로 가족의 관계에 있어 쪼잔한 모습과 사소한 일들로 아옹다옹한다. 이것은 전작에서도 비슷했다. 특히 <순풍 산부인과>에서 미달이의 식탐은 '식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의사 집 아들 정준하와 대적할 만하다.

종이 호랑이 아버지 이순재
종이 호랑이 아버지 이순재 ⓒ iMBC
물론 음식에 식탐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든지 먹어치울 만큼 정준하가 극 중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미달이를 능가한다. 또 여기에 정준하의 어머니 나문희가 한몫을 거든다. 입맛이 없어 꼬치를 10여 개만 먹은 모습을 보고 아들 정준하가 입맛을 돋워주기 위해 냉면집에 데려갔다. 그곳에서 나문희는 냉면 세 그릇을 먹어 치우는 식성을 보인다.

이처럼 미달이처럼 먹을 것 앞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먹을 것 앞에서 좀 더 유연하지만 오히려 폭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 더욱더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들의 싸움은 전작과 비슷하게 집요할 만큼 강하다. 식구들이 대부분 티격태격하는데, 그것은 그렇게 큰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소하기 짝이 없어 무심코 넘어갈 만한 일들로 싸움을 한다. 특히, 동서지간인 형님 박해미와 동서 신지의 동서 간의 갈등은 집요함에 극치를 이룬다.

며느리 박해미는 노래방에서 남이 노래할 때 화음 넣는 것이 취미인데, 이에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시동생 최민용. 워낙 똑 부러지고 자신이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이를 보고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최민용이다.

노래방에서 민용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 박해미가 화음을 넣자, 마이크를 잡아 뽑아버린다. 웬만해선 그냥 넘어갈 일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큰일이 되어버리고 집요하게 신경전을 펼친다. 이러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와 웃음을 유발한다.

가족 간의 묘한 권력관계 이동으로 웃음 유발

가족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며느리 박해미
가족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며느리 박해미 ⓒ iMBC
헌데, 이 작품이 전작보다 더욱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족 간의 묘한 권력관계 이동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약육강식의 동물들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서로 먹히고 먹히는 가운데 웃음이 유발된다.

집안 긴장관계의 중심에 선 인물은 아버지 이순재와 며느리 박해미이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아버지 이순재도 종이호랑이일 뿐이다. 그것은 집안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순재지만 이순재 한의원을 살리는 장본인이 며느리 박해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긴장관계의 유발은 며느리 박해미로부터 온다.

게다가 남편인 정준하가 집에서 주식투자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백수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아버지 이순재는 눈치를 보인다. 하지만 이순재는 자신의 아내 나문희와 두 아들과 손자들에게만큼은 불호령을 내린다.

말로 되지 않으면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면서까지 주도권을 잡고, 아내와 아들, 손자들도 그에게만큼은 꼼짝하지 못한다. 헌데 그 위에 모두에게 군림하는 당찬 여인이 있었으니 바로 며느리 박해미.

그녀의 최대 피해자는 시어머니 나문희이다. 한의원을 살려냈다는 이유와 아들의 무능함 때문에 며느리 박해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그리고 시어머니 나문희의 유일한 취미는 며느리 흉보기일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산다.

그도 그럴 것이 며느리 박해미는 시어머니에게 잔소리를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갖 집안일을 다한다. 게다가 시어머니는 며느리 박해미가 변기를 막아버린 사건을 기회라 생각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은근슬쩍 흉을 보는 장면은 웃게 한다. 그러면서도 묘한 권력관계로 인해 측은함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 모습은 <순풍 산부인과>에서의 아버지 오지명과 사위 박영규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지만 그것이 아버지에서 며느리로 권력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분명 다르다. 그래서 더욱더 웃음이 강력하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거침없이 하이킥>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내며, 인기를 그러모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각자의 캐릭터가 완성되고 유기적으로 얽히는 스토리 구성이 지금만큼만 탄탄하다면 앞으로 거침없는 하이킥의 그들의 모습을 주목해 볼만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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