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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은 연말인데요, 이런 분들에게 제 노래가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희망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돈도 돈인데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이 힘이 생긴다면 그것이 제게는 가장 힘이 됩니다."

가수 마야(Maya)가 자신의 음악이 모든 이들에게 '희망가'가 되기를 바랐다. 이런 마음이 통했을까. 지난 11일 저녁 마야는 따뜻하면서 열광적인, 의미있는 무대에 섰다. 탈가정 아이 등을 돌보고 있는, 광주 성빈여사가 비좁은 시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집(그룹홈)을 마련해 주기 위한 '질화로 콘서트'를 연 것.

"음악 그만 둘까도 생각"... 미국 공연에서 길을 찾다

@BRI@"실제로는 저 처음 보죠? 어때요?"

관람석 한 켠 극성팬(?)들이 "예뻐요"라고 답한다. 그러자 마야는 자신의 얼굴을 '얼짱' 각도로 비스듬히 기울이고는, 입술을 약간 내밀고 눈은 깜빡, 깜빡 이쁜 척(?) 해 보인다.

"좋은 일들 있기를 바랍니다. 휴~ 내년에는 저도 시집이나 갈려나?"

공연 중간중간 이어지는 마야의 익살스러움에 관람석은 웃음바다가 되곤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나만의 길을 가자'며 노래할 땐, 폭발적인 가창력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무대에 선 마야는 내지르는 듯, 읊조리는 듯 그렇게 희망을 찾자고 호소하는 듯 했다. 그건 바로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마야가 지난 11월 내놓은 3집 <로드 투 마이셀프(Road To Myself)>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어려운데 '희망가' 하나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대중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를 외치다'를 타이틀 곡으로 정했지요."


'지쳐버린 어깨 거울 속에 비친 내가, 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똑같은 시간 똑같은 공간에, 왜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 '강해지자'고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대신 '이순간 끝이 아니라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마야 스스로 "가사가 자꾸 마음에 와 닿았다"는 곡, '나를 외치다'의 가사이다.

마야는 2.5집 리메이크 앨범 <소녀시대>를 발매한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음악을 계속 해야 하나, 음악을 안 하려고도 했다"는 말에서 그동안 속앓이를 많이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마야가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해 10월 윤도현밴드와 함께 한 미국 공연에서다.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3개 도시를 돌았던 'West Coast Tour'에 참여한 미국 뮤지션들의 모습에서 마야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마야는 "똑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하니까 무슨 마네킹같기도 하고 '노래하는 기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똑같은 모습, 똑같은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 가식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미국 공연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함께 공연을 한 세션맨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자세를 보고 정말로 감동받았어요. 이전에는 음악을 '일'로 생각했는데 '즐거야겠다'고 생각을 바꿨어요. 지금은 행복합니다."

"달라보여요? 원래 했던 음악이고 모습인데…"

ⓒ 서울엔터테인먼트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고, 그래서 자선 콘서트도 하고 행복해요"라며 "제 노래가 '희망가'였으면 했는데 콘서트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제 의도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같아요"라고 좋아했다.

3집 발매 후 마야는 '여성스러워졌다', '섹시해진 것 같다', '자켓사진을 보고 놀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털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마야가 머리도 길어지고 화장도 하고 다소 여성스러워졌다는 것. 음악 역시 1집과 2집에 비해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평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물었더니, 대수롭지않은 표정이다. 마야는 "원래 가지고 있는 모습일 뿐"이라며 "감성적인 곡도 이미 해왔던 작업인데 대중들은 1~2곡 밖에 모르고 질러대는 것만 보았던 같다, 좀 더 성숙해질테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낯설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마야는 3집 앨범에 대해 "별로 부담없이 작업했어요"라며 "록 하는 분들이 대중 속으로 나와 서로 도움될 수 있는 형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랐다.

마야의 '형제애'는 연말 방송사들의 가수대상에 대한 생각에서도 묻어나는 듯하다. "가요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많다는 평가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긍정적이라는 그런 평가가 있기는 해요?"라고 되물었다.

"주고 받는 행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격려하고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북돋워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부정적인 것은 한국 음악시장이 편중되어 있고 그 안에서 상을 나누는 것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가요계(음반시장을) 이끄는 세대가 10대여서 10대 입맛에 맞는 사람만 받거나, 기획사의 파워, 매니저의 힘 등에 의해 상이 결정되는 것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있는 것 같아요. 대안으로 축제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단체든 비주류 음악, 인디밴드도 감싸 안아주면 좋겠습니다."


마야는 2007년 좀 바빠 질 것 같다. 지난 2003년 <보디가드>에 출연해 신인배우상을 받기도 했던, 마야는 내년엔 드라마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또 마야는 "아시아 투어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며 "일본과 중국에서 활동하게 될 것 같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소 경비도 받지 않은 광주 공연

▲ 지난 11일 질화로 콘서트 무대에서 열창하는 마야.
ⓒ 광주 성빈여사 제공
이날 마야는 자신과 같은 기획사 소속 밴드 '브런치'도 함께 데려와(?) 공연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들에게 교통비와 식비 등 최소한의 경비만 제공했다고 밝혔으나, 스태프와 기획사 관계자 등 이날 온 관계자만 20여명이 넘는다. 오히려 돈을 더 들여서 온 것이다.

사실 공연 요청을 받은 마야와 기획사가 걱정한 것은, 경비가 아니라 자선 공연의 진정성이었다고 한다. 주최 측이 누구인지, 정말로 이런 자선 공연을 하는 것인지, '스크린'도 했다. 자선 공연에 대해 "상처를 입은" 경험 때문이다.

"좋은 뜻에서 하는 자선 공연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받지않고 갔는데, 알고 보니 주최 측에서는 상업적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TV출연도 해야 했어요. 그렇다고 저를 보고 오신 관객들이 있는데 안 할 수도 없어서 공연을 해야만 했어요. 많은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마야가 '자선 공연의 진실성'을 염려한 반면, 주최 측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가수이다보니 참여한다고 했다가 다른 일정이 생겨 못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단다.

김원중, 정태춘·박은옥, 브런치, 마야로 이어진 2시간 동안의 '질화로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성빈여사 아이들과 지쳐있는 세상에 한 마디를 부탁했다.

"'나는 항상 부족하다' '가진 것도 없다'… 이렇게 '없는 것'만 생각할 수 있어요. 저도 충족하게 자란 것은 아니에요. 모자람 속에서 성공을 거머줬을 때 더 값질 겁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 힘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 마야는 공연 전 성빈여사 합창단을 만나 기념 사진을 찍었다.
ⓒ 광주 성빈여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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