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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2월 22일 오후 5시]

▲ 사촌동생의 진료비 내역. CT 진단금이 비급여 항목에 기재되었습니다.
ⓒ 정상혁
얼마 전 유명 병원의 백혈병 진료비 과다청구에 대한 TV 고발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백혈병이라는 무서운 병을 감당하기만 해도 벅찰 환자와 가족들에게 병원의 진료비 과다청구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진료비 과다청구 때문에 두 번이나 속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제 외사촌동생이 겪은 일입니다.

지난 8일 서울로 일하러 온 동생이 근무 중 갑자기 배가 아파 서울 구의동 H병원에서 CT와 X레이 촬영 등을 통해 맹장염을 진단 받고 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치료 끝에 병원을 찾은 지 6일만인 13일에 퇴원하였습니다.

진료비 내역을 받아보니 CT 진단료가 비급여 항목으로 23만7913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제가 인터넷과 국민건강보험공단 FAQ를 통해서 확인해보니 CT의 요양급여에 대한 항목이 아래와 같이 나와 있더군요.

'CT(컴퓨터단층촬영)는 질병의 원인 및 진단 등 임상적 유용성이 있는 검사임에도 보험재정의 안정적 측면을 고려하여 비급여대상 진료로 정하여 운용되어 오다가 국민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욕구증가와 비급여대상 진료로 인한 가계부담을 경감시키고자, '96.1.1부터 요양급여 대상 진료로 전환되었습니다.

CT가 비급여대상 진료에서 급여대상 진료로 전환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과잉 진료 및 환자의 불필요한 CT촬영 요구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 CT촬영의 건강보험적용 세부기준을 정하여 가벼운 질환 및 증상에는 단순한 X-ray 촬영 등의 방법으로 진단을 하도록 하고, 건강진단 목적으로 촬영을 하는 경우 등은 요양급여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악성종양의 진단 및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 등을 포함하여 진료담당의사의 전문의학적 판단하에 진단 및 치료방향의 설정을 위해 CT를 촬영한 경우에는 그 결과의 이상유무에 관계없이 요양급여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을 보고 사촌동생의 경우 응급환자로 응급실을 찾았고, CT 진단으로 맹장염이 의심된다는 방사선과 담당자의 소견을 바탕으로 맹장염 수술을 한 경우이므로 요양급여에 해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원무과 담당자와의 통화결과 원래는 비급여 항목이지만 응급환자로 온 경우라서 급여로 처리해줄 테니 병원으로 오라고 합니다. 사촌동생은 전화로 항의했으나 병원에서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돌려주는 거라도 고맙게 생각하고 받으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법은 멀고 돈은 가까우니 일단 병원에 찾아가 11만8960원을 돌려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촌동생의 병원비는 식당에서 일하시는 외숙모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해 가며 빌린 돈이었습니다.

이 병원을 포함해 많은 병원들이 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돈을 안겨다주는 봉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정말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새삼 하게 됩니다.

CT진단료 15만원

▲ 병원이 발행한 영수증에 CT 진단료 15만원이 표시돼 있습니다.
ⓒ 정상혁
사촌동생 사건을 통해 충격을 받은 저는 지난 7월 CT를 촬영한 적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추적을 해봤습니다. 당시 저는 잇몸 속에 묻혀 있던 사랑니가 염증을 일으켜 분당에서 꽤 규모가 큰 M치과병원을 찾았습니다.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통해 사랑니를 확인했으나 신경이 사랑니 아래를 아주 가깝게 지나가는 것 같으니 CT를 찍어야 한다고 해서 찍었습니다. 당시 간호사에게 "CT가 보험이 안 되어 진료비가 좀 많이 나왔다"고 했던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CT 진단료로 15만원을 지급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에 문의한 결과 CT를 찍은 날 받은 병원 영수증을 보내주면 당일 CT 촬영에 대한 급여/비급여 여부가 확인 가능하다고 합니다. 해당 병원에 들러 영수증을 받아 확인하니 예상대로 CT 진단비는 비급여 항목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건보에 팩스로 의료이용고충 상담 신청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제출하고, 해당 병원의 CT 진단료 비급여 처리가 정당한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이후 건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 M치과병원은 "사용한 치과용 Cone Beam CT는 '신의료기술'로 보험 적용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으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신의료기술'에 주목하면서 심평원 인터넷 홈페이지의 신의료기술 FAQ의 자료와 심평원 관계자와 전화통화를 하였습니다.

신의료기술 신청하지 않으면, 업무정지 또는 과태료 처분

신의료기술 신청이란 새로운 진료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의 등재를 건보에 신청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이것은 신의료기술 행위에 대해 급여/비급여, 또는 급여수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M치과병원이 저에게 사용한 '신의료기술' 장비인 'Cone Beam CT'도 신청 대상입니다.

의료기관은 신의료기술 행위 즉, Cone Beam CT를 이용해 진료를 한 경우 최초로 실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신의료기술 신청을 해야합니다. 신청하지 않고 진료행위를 하거나 비용을 받으면 해당 병원은 국민건강보험법(제85조제1항제1호)에 의해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신의료기술 신청 해당기관인 심평원에 문의한 결과 M치과병원은 저에게 사용한 Cone Beam CT에 대해 신의료기술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관계자는 "보건소에 장비등록만 하면 될 뿐 심평원에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것은 M치과병원은 신의료기술 신청도 하지 않고, 병원의 판단에 따라 CT 진단행위를 하면서 환자에게 비급여로 진료비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의료기술 행위에 따른 진료를 받은 환자인 저는 그것이 보험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판단 받을 수 있는 절차조차 생략된 채 병원 측의 비급여라는 이야기만 믿고 15만원의 CT 진단료를 냈던 것입니다.

병원의 보험급여 청구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해야

제가 낸 CT 진단료 15만원 중 일부를 돌려 받을 수 있을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는 피보험자인 저는 환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병원은 당연히 내가 내는 진료비가 정당하게 청구되었다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환자가 직접 나서 건보, 심평원 심지어 보건복지부까지 전화하여 확인하고, 인터넷을 뒤져 관계법령까지 일일이 찾아 읽어가며 내 권리에 대해 주장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제 경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병원 진단료 부당 청구로 인해 보험료를 내는 국민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병원의 보험급여 청구에 관한 감시와 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경우처럼 환자 자신이나 진료비를 부담하는 주체가 직접 나서야만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해 병원 그리고 건보, 심평원,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관리감독 기관에서는 환자의 문제제기 시에 사안별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병원의 위법하고 부당한 진료비 청구에 대해 적극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그래서 피보험자들이 적정한 보험료 지불과 함께 적절한 보험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에 비로소 피보험자와 병원간의 신뢰가 형성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12월 16일 게재됐던 위의 기사는 추가 취재를 통해 22일 오후5시에 수정되었음을 알립니다. 기사에 언급된 분당 M치과의 경우 추가 취재 결과, 비급여로 속여 진료비를 과다 청구한 것이 아니라, 심평원에 등록해야 할 신의료기술 장비를 등록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비급여로 환자에게 병원비를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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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진료내역신고 및 보상금 지급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고내용이 부당한 방법으로 진료비 청구가 확인되면 신고자에게 보상급도 지급한다고 합니다. 진료내역 확인 공단 홈페이지(www.nhic.or.kr)[진료내역코너] 에서 할 수 있습니다. 기타 내용문의 공단 대표전화(☎1577-1000)로 문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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