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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찾아 오키나와의 전통궁정무용 류쿠무를 선보인 나하시문화협회. 류쿠무 중에서 유일하게 가면을 사용하는 슌도.
ⓒ 김기
일본의 작은 섬 오키나와는 우리와 닮은 점이 있다. 500년 조선왕조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역사의 종지부를 찍어야 했던 것처럼 '무기가 없는 섬'이라 불렸던 오키나와의 옛 이름 류쿠왕조 역시 1879년 '류쿠처분'에 의해 일본에 강제 편입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에 왕조의 문화를 크게 훼손당했던 것처럼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로 류쿠왕조의 문화를 오랫동안 잊은 듯 살아야 했다. 류큐처분으로 문을 닫아야 했던 왕조의 역사가 480년으로 조선과 비슷한 것도 묘한 인연이다.

그나마 허울에 그칠 정도지만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에도 조선조 궁중의례를 위한 이왕직아악부라도 존재했으나, 작은 섬나라 류쿠에는 그런 정도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긴 세월 자신들의 소중한 문화를 잃고 살던 오키나와도 현대에 들어 문화인들이 뜻을 모아 잃어버린 류쿠왕조의 흔적들을 되찾고 있다.

▲ 나하시문화센터를 초대한 정재연구회의 당악정재 몽금척.
ⓒ 김기
류쿠왕조의 궁정무용을 복원한 나하시문화협회는 92년에 세워져 매해 3월에 류쿠시대 고전예능을 공연해오고 있으며 28개의 지회에 3천명의 회원을 거느린 큰 단체이다.

한편 한국에도 궁중무용만을 연구하고 공연해온 단체인 정재연구회(회장 이미주)가 있다. 김영숙 예술감독과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맺은 사제의 인연으로 96년 결성한 정재연구회 또한 한국과 류쿠의 인연만큼이나 나하시문화협회와 닮은꼴이다.

한국과 오키나와의 궁중무용을 연구하는 두 단체는 올해 초 국립극장 용에서 가졌던 정재연구회의 이틀간의 공연을 계기로 서로 교류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올해는 정재연구회 설립 1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교류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됐고, 지난 1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정재연구회 10주년 공연 화동(和動)을 통해 양국의 궁중무용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게 됐다.

이날 공연에선 정재연구회의 무용 두 편이 먼저 소개됐다. 우리 궁중무용은 재예를 바친다는 뜻인 정재란 말이 같이 쓰이는데, 정재는 다시 당악정재와 향악정재로 구분된다. 이 날 소개된 두 편의 정재는 당악정재인 '몽금척'과 향악정재인 '선유락'으로 정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특성을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대비를 보여줬다.

▲ 향악정재 중 하나인 선유락. 정재 중에서도 동선이 화려하고 활발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 김기
이어진 나하시문화협회의 류쿠 궁정무용은 우선 악사들의 노래부터 시작됐다. 음악은 일본 본토의 음악과는 사뭇 달라 류쿠왕조가 활발하게 교류를 맺었던 남방의 영향을 찾아낼 수 있었다. 또한 오키나와 자체도 일본 본토와 언어와 기후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음악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어진 류큐 궁정무용 역시 일본 본토의 것과 유사한 듯 하면서도 깊이 들여다보면 많은 차이를 보였다. 또한 조선과 정식 국교를 맺었던 흔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우리 정재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하는 요소도 보였다. 류쿠무용은 본토에 비해 동작이 좀 더 화려하고, 손동작이 그리는 선이 유연해 보였다.

▲ 류쿠무 중 축하잔치 자리에서 가장 먼저 추는 연목으로 '로진오도리'라고 부른다
ⓒ 김기
류큐무용이 정재와 유사한 점은 가사가 딸린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는 것이다. 몽금척이 태조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류쿠무용에도 우리처럼 가사가 있는 노래가 춤을 이끌었다. 이 날 소개된 류쿠무용은 중국사신을 접대키 위한 잔치에 봉행되었던 것들이다.

한국에는 처음 소개된 류쿠무용에 국악원을 찾은 관객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작년 한일우정의 해에는 봇물 터지듯 양국의 문화교류가 왕성하게 이뤄졌으나 올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하다.

이번 정재연구회와 나하시문화협회의 교류은 시류와 관계없는 문화인들의 진지한 만남이다. 정재연구회는 나하시문화협회 방문에 대한 답례로 내년 봄에는 오키나와를 찾아 한국 궁중무용의 진수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 류쿠무 중 와카슈오도리(젊은이의 춤)
ⓒ 김기
▲ 류쿠무 중 하나인 온나오도리(여자의 춤). 손에 나무재질의 악기를 들고 지속적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춤을 춘다. 우리의 향발춤과 그런 면에서 비슷하기도..
ⓒ 김기

정재연구회는?

정재연구회는 96년 창단하여 그동안 운현궁·창경궁의 전통문화 재현행사와 수원 화성문화제 혜경궁 홍씨 회갑연 재현행사 등에 참가하여 정재를 선보임으로써 옛 궁중의 연회에서 행한 궁중무 즉 정재를 널리 알리는 공연을 펼쳐왔고, 문화관광부 선정(2000년 11월) 문화인물 김창하를 기념하는 '만수무강하옵소서' 공연 등을 가진 바 있다.

2004년에는 정조대의 궁중 잔치인 을묘(乙卯) 자궁(慈宮) 회갑진찬연(回甲進饌宴)에서 추어졌던 정재들을 화성(華城)에서 다시 한번 재현함으로써 궁중 문화의 전승과 효(孝)를 바탕으로 한 평화로운 미래문화를 창달해보고자 "정재, 아름다운 태평성대의 춤"을 정기공연으로 가졌다.

2005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개관기념으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의 공연예술작품 지원공모사업 무용부문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이야기가 있는 궁중무의 재발견" 으로 '그 첫 번째 이야기-정재, 아름다운 태평성대의 춤'과 '그 두 번째 이야기-효명세자 예제의 창사와 정재 재연의 어우러짐'을 공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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