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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목) 대우빌딩 앞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버마에 대한 불법 무기기술 수출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14일(목) 대우빌딩 앞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버마에 대한 불법 무기기술 수출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 NLD(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주)대우인터내셔널(대표: 이태용) 홈페이지에는 가스개발을 위해 작업 중인 버마 해상에서 표류하던 버마 어부들을 구출한 것을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하고 있다. 구출받은 버마 어부들이 “생명의 은인”에 감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회사의 사무실 앞에서 버마 민중들의 자유와 인권을 짓밟고 폭압정치를 행하는 버마군부정권에 불법적으로 포탄무기제조 기술과 설비를 수출한 것을 비난하는 ‘악담’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제민주연대, 나와우리, 버마행동,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인권연대 등의 버마 민주화 요구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우빌딩 앞에서 불법적으로 버마에 무기를 수출한 대우인터내셔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대해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였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버마에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 설비와 기술 등을 불법 수출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한 7개 업체의 임직원 14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 또 전 대우종합기계 사장 등 2명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심지어 이들 업체들은 국내 기술자를 현지에 보내거나 현지 기술자를 국내로 데려와 무기 제조 기술을 가르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버마는 한국 정부가 ‘방산물자 수출 요주의 국가’로 지정하고 있어 포탄 제조 장비나 기술 등의 일체의 수출은 불가능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50여 년 동안 지속된 철권통치로 자원 부국 버마를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시킨 버마군부정권에 살상무기제조기술을 넘긴 것은 준법 여부를 떠나 반인륜적, 반인권적 행위이며, 대우인터내셔널을 반사회적 기업으로 규정해 사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참석자들은 버마민주화에 대한 세계적 연대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한국 거주 버마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버마인단체를 대표해 규탄 발언에 나선 NLD 한국지부 르윈 부회장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서 아시아의 모범국가로 여겨지는 한국의 대기업이 1600억원의 경제 이익을 위해 버마 민중들의 생명을 짓밟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군부정권에 의해 억압당하는 모든 버마 민중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는 ‘아시아에서 버마 우 탄트 총장에 이어 두 번째로 세계평화유지기구인 유엔의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세계적인 망신과 조롱거리가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불감증을 배울까 무서워 아이들에게 장난감 무기도 쥐어줘선 안 된다는데, 이미 총칼로 국민들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는 군부정권에 포탄 무기제조 장비와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하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활동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한국이 국내외 버마인들에게 분노와 원한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 모임의 석원정 부소장은 “한국을 떠나며 당한 만큼 꼭 돌려주겠다는 이주노동자들의 분노는 결국 한국민들 전체를 향한 절규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벌어질 버마인들의 원망과 분노를 대우인터내셔널이 책임질 것인가”를 따져 물었다.

보도에 의하면, 검찰은 대우인터내셔널이 기존에 버마 정부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버마 정부의 요청으로 포탄 관련 장비 등을 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은 수출 경위에 회사가 무관하다고 발뺌을 하고 있으며, 수사의 초점을 수출 절차상의 일부 문제로 축소시켜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발언에 나선 오영경 새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 해상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스개발과 이번 불법무기수출 경위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국내기업의 해외 활동에 대해서도 반인권적 기업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엄격한 관리 체계와 제재 수단 등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였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자료에 따르면, 이용태 사장은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업의 이윤창출 행위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윤리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윤리를 저버리는 사람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듯이, 기업 또한 그러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이용태 사장은 검찰에 의해 불구속기소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윤리를 저버렸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강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권연대 최철규 간사가 작성한 것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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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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