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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환씨의 장편 육필원고
ⓒ 장승현
연초는 신춘문예의 시기이다. 저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연초만 되면 으레 병들을 앓곤 한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지도 않고, 준비해 놓은 것도 없으면서 이때만 되면 늘 중병 앓듯이 고통스러워한다. 여기 신춘문예 시기인 연초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늘 문학 병을 앓고 사는 사람이 있다.

충남 연기지역에 사는 소설가로 항상 문학의 꿈을 안고 사는 사람, 항상 소설 속의 삶을 현실에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 사람은 바로 소설가 이길환씨이다. 오래간만에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아마 나도 신춘문예 시기라 갑자기 이길환씨가 생각났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가끔 문인들을 찾는 이유는 내가 살아가면서 문학이라는 달콤한 향기를 맡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내가 하지 못하는 걸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면서 그 향기를 맡고 싶기도 하고 그런 것에서 자극을 받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BRI@"이길환씨 어디예요?"
"응, 장 목수…, 나 지금 집이야. 전의란 말야!"
"왜 집에 있어요. 직장은 어떻게 하고?"
"응 나, 직장 그만뒀어. 개성공단 왔다 갔다 하다가 힘들어서 그만두었어."


지난 17일 이길환씨를 만나러 간 곳은 충남 연기군 전의면 소재지에 있는 아파트였다. 원래 부모님 사는 곳이 면소재지에서 가까운 곳이지만 이길환씨는 면소재지에 있는 곳에 아파트를 장만해 살고 있었다.

"나 이번에 장편 공모를 하려고. 직장 그만두고 이 장편 정리했지."

이길환씨는 이번 신춘문예에도 단편을 넣은 것 같고, 어느 문예지에 장편공모를 준비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단편 하나 쓰지 못하고 있는 본인에 비하면 이길환씨의 소설 쓰는 양은 엄청날 정도였다.

원래 이길환씨를 만난 건 지역에서 유명한 '백수문학'에서부터였다. 그러니까 10여 년도 넘은 옛날에 소설을 써보겠다고 지역에 있는 문학 모임에 나가게 된 게 이길환씨와 맺은 인연이었다. 지금은 '연기문학'이라고 이름을 바꾸어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냥 수필이나 사는이야기 정도 쓰고 있는 형편이었다.

내가 한동안 문학을 등지고 살 때도 이길환씨는 소설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대전에 있는 '오늘의 문학'에 신인상이 당선되고 지역에서 충남소설가협회에서 소설가들과 함께 작품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소설 충청 1호>에 발표한 단편 '풍장의 섬'을 비롯하여 제2호 '잃어버린 필명', 3호 '침묵하는 청산' 등 그동안 이곳에 발표한 작품만 해도 11편이나 되었다. 그러면서 이길환씨는 장편소설 <아르마딜로>를 출판하기까지 했다. 최근에는 장편 <영화 속의 남자>까지 출간을 하는 저력을 보였다.

▲ 장편 <아르마딜로>와 <영화 속의 남자>
ⓒ 장승현
한번은 이길환씨를 전의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나도 대전에서 살 때였는데 오래간만에 고향에 와서 만난 이길환씨가 날 끌고 간 곳은 조치원고등학교 뒤에 있는 조천이었다.

바지를 걷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강가에 들어간 이길환씨는 빈손으로 물고기를 잡는데 아주 도가 튼 도사처럼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나도 시골에서 자라서 손으로 물고기 잡는 법을 알긴 하지만 이길환씨의 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기술은 거의 신기에 가까울 정도였다. 붕어며, 미꾸라지며, 메기며 닥치는 대로 잡는데 금방 한 냄비를 잡아 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매운탕에 소주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소설가는 배고푼 직업이여.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번에도 장편을 탈고했는데 문예지에 응모하려고 해. 근데 문예지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기성작가들도 많고 날고 기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아서 아주 경쟁이 심해."

이길환씨도 글을 쓰면서 직장생활과 무직생활을 오가며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전에도 몇 번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취직하고 그러더니 이번에도 아마 그 병이 도져 직장을 그만둔 것 같았다.

이유야 지방과 개성을 오가면서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일이라 힘이 들어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안 봐도 뻔했다. 글이 쓰고 싶은 것이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면 시도 아닌 소설을 쓰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실에서 글을 써서 먹고 살기란 터무니없는 일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나 되면 어느 정도 먹고사는데 해결이 되지만, 한국사회 구조에서 전업작가란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없는 일이었다.

"당분간 실업자금 받으며 버티다 내년 봄쯤에 여기 전의서 논술학원을 할 생각여, 글을 쓰면서 오후에 논술학원 하면 직장생활보다는 낫겠지, 뭐."

소설가, 이길환씨의 앞으로 살아갈 계획이었다.

▲ 소설가 이길환씨
ⓒ 장승현
다음은 소설가 이길환씨와 나눈 일문일답.

- 언제부터 소설을 쓰게 되었나요?
"대학 들어가고부터니까 거의 25년이 넘었지요."

- 그땐 주로 어디에 글을 썼나요?
"교지나 대학문학상을 받으면서 쓰기 시작했지요."

- 그러면 지금까지 소설을 얼마나 썼습니까?
"장편 소설 두 권을 출간했고, 단편 14편 발표, 중편 5편 발표 등입니다."

- 문학상을 받은 것은?
"'오늘의 문학'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대전에 있는 문학회인데…."

- 직장은 언제 그만두었나요?
"이번 달 초에 그만두었습니다. 자동차 부품 만드는 곳인데 개성공단에 다니는데 거기 다니기가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만날 지방에 물건 납품하고 개성공단에 다니는데 못 견디겠더라고요."

- 개성에 어떻게 다녔지요?
"자동차 부품을 가지고 갔는데. 당일로 왔다 갔다 했지요."

소설가 이길환

62년 충남 전의 출생
86년 배재대 졸업
89년 백수문학 23집에 단편 '들풀'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94년 오늘의 문학 신인상에 중편소설 '타인의 침상'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옴
주요작품 '풍장하는 섬', '잃어버린 필명', '침묵하는 청산', '멀리있는 별빛', '묻어있는 시간', '천국으로 가는 버스표', '저녁의 풍경소리' 등이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아르디말로>, <영화 속의 남자>가 있다.
- 북한에 가보니까 어때요?
"통일이 되려면 많은 걸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어의 이질감, 사고의 이질감, 개성공단은 울타리가 있는데 산들도 다 민둥산들이죠. 땔감이 없어서 그렇다고도 하고. 황무지 같았어요. 토지공사, 현대아산 등이 들어가 있는데 북한 세관원, 인민군들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하고…. 거긴 배급사회라 옷, 담배 등이 똑같아요. 경쟁이 없는 사회죠. 결혼 전에 슈퍼 한번 못 가봤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달러는 개인이 소지할 수 없고, 북한 사람들은 이상하게 배 나온 사람들이 없더군요."

- 북한은 최근에 언제 가봤죠?
"10월 중순, 11월 말까지 10번 갔다 왔어요. 핵실험 이후 북한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북한 방송밖에 안 보기 때문에 전혀 동요가 없는 것 같아요. 모두가 김일성 뺏지를 달로 다니고…. 여기서 갈려면 통행증을 가지고 남천안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서평택까지 가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서울을 지나 김포를 지나 자유로를 거쳐 개성까지 가지요. 파주, 문산, 통일전망대를 거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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