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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어느 상점의 쇼윈도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마네킹
비엔나 어느 상점의 쇼윈도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마네킹 ⓒ 최미화
상아로 갈라티아라는 여인상을 만들고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는 진흙인형 병마용(兵馬俑). 이것들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시대를 초월하고 동서양을 막론해 인간은 자신과 닮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 스스로 창조주가 돼 피조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바람은 인류사에서 오랜 동안 계속됐다. 그 결과, 우리는 오늘날 놀라운 성과를 만나고 있다.

모델보다 더 모델 같은 쇼윈도의 마네킹은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인기 연예인의 실물상에 팬들은 환호하고 기업주는 이를 마케팅에 이용한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간과 근접한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로봇 '알버트 휴보'
인간과 근접한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로봇 '알버트 휴보'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휴보'(Humanoid+Robot). '휴보'는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으로 2004년 12월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했다.

키 120cm, 몸무게 55kg이며 시속 1.25㎞의 속력으로 걸을 수 있는 '휴보'는 41개의 관절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보행은 물론 악수, 인사, 손 흔들기 등도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android) 휴머노이드인 '알버트 휴보'는 인간의 얼굴 모습을 재현, 다양한 얼굴표정을 지어보이며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간다. '알버트 휴보'의 피부는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부드러우며 주름이 잡히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의 진보에 감탄한다. 나를 닮은 로봇과 함께 생활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인간을 닮기 위한 기술이 악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을 악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짧은 시간에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다고 수강생들을 모은 뒤 실리콘 지문을 이용해 규정된 연습시간을 조작해 면허를 발급받게 한 면허학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올해 하반기, 몇몇 언론에 보도되면서 널리 알려진 '리얼 돌(real doll)'을 이용한 인형 체험방은 시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리얼 돌'은 말 그대로 실제 사람과 흡사한 인형을 말한다. 이 인형은 사람의 피부와 똑같은 질감을 내는 실리콘(silicone), 우레탄고무(urethane rubber), 라텍스(latex) 등의 재료로 제작됐다. 피부뿐 아니라 눈알이나 몸의 곡선 등에서 여성의 신체구조와 매우 흡사해 성 행위에 이용됐다.

또한 인간의 지시대로만 로봇이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소니 지능운동연구소(IDL)의 수석 연구원인 후지다 마사히로는 지난 2003년 3월 "로봇을 인터넷에 연결하고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악의를 품은 해커 등이 이를 손쉽게 사람을 해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다 마사히로는 당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관련, 로봇이 전쟁 무기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BRI@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컴퓨터 과학자 빌 조이는 "2030년이면 로봇이 인간지능을 뛰어넘고 스스로 복제 능력까지 갖춰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움직이고 말하며, 인간의 외향까지 닮아가는 피조물에 환호한다. 인간과 닮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연구는 경제적·사회적 이유에 앞서 인간 본연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항상 어두운 면이 뒤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런 기술들이 사회적으로 악용되는 사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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