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19일,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1996년 쿠치마 전 대통령이다.
@BRI@10년만에 우리나라를 찾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가까워졌는가? 간단한 답은 '아니오'인 듯하다.
우크라이나는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다. 지리적으로도 멀고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유셴코 대통령의 의지는 강해 보였다.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서로 잘 알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19일 오후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합동 기자회견을 시작한 유셴코 대통령의 첫 일성이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무국적 고려인'들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유셴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 늦게 나타나 겨우 30분을 머물렀다. 애초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2시 15분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시작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이 넘어서 열렸다. 그러면서 질문을 딱 두 개만 받았다. 한국 기자단에게 하나, 우크라이나 기자단에게 하나. 원래는 질문을 두 개씩 받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모자란 탓이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이번 방한에서 올린 자신의 성과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썼기 때문이다.
유셴코 대통령에 따르면 무역, 투자, 우주 항공 분야 협력 건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상호 교류 협정을 체결했으며, 핵에너지 분야에서 협조하기로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사는 '무국적 고려인들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외에도 양국에서 내년, 각각 상대국을 주제로 '문화 일주일'이란 특별 주간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유셴코 대통령의 방한에 우크라이나에서 외무장관은 물론, 국방 장관과 경제부 장관이 동행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요 관심이 경제와 군수 분야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만명에 달하는 '무국적 고려인' 문제는 지난 10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임채정 국회의장이 제기한 것인데, 이에 대해 유셴코 대통령이 이번에 직접 자세히 대책을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 대책에는 고려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한국-우크라이나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들이 자생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다.
유셴코 대통령은 또 이들의 교육 문제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에는 한국어 과정이 개설된 학교가 8군데"라면서 "한국에서도 우크라이나어, 역사, 문화 공부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학위가 상호 인정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모든 행복한 나라는 비슷하다?
한편, 우크라이나 기자단에서 '이번 방한 결과를 귀국 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한 유셴코 대통령의 대답은 그의 한국관을 드러냈기에 흥미로웠다.
경제 학자 출신인 유셴코 대통령은 "한국의 경우, '모든 행복한 나라는 비슷하다'는 우크라이나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고 운을 뗐다. 무엇보다도 유셴코 대통령은 한국이 지난 15년간 보여준 경제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유셴코 대통령은 한국이 성공적인 경제 운용을 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정치적 안정, 국가 구성원들의 공동 노력, 국내외의 성공적인 경제 정책, 그리고 한국 정부가 교육 문제에 기울인 관심을 들었다. 특별한 자원이 없는 한국이 미래를 위해 교육과 기술에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유셴코 대통령의 이 같은 대답은 한국에 대한 이해이면서 그가 우크라이나에 돌아가 펼치고자 하는 국정 운영 청사진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 대선 당시 다이옥신에 중독된 유셴코 대통령은 죽을 고비를 넘긴 대신 미남형 얼굴을 잃었다.
정확한 배후가 파악되지 않은 이 중독 사건은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겼던 그의 얼굴을 영구히 망가뜨렸다.
가까이서 본 유셴코 대통령의 얼굴은 다이옥신 중독 사건 당시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심하게 얽어 있었다.
구소련권에서는 아직도 정체 모를 중독 사건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푸틴을 비난하던 전 KGB 요원, 리트비넨코가 런던에서 과다한 방사능에 노출된 사건으로 사망했다.
또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이던 전 총리 가이다르도 중독 사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 두 사건 역시 정확한 배후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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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