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인권연대가 매월 네 번째 수요일에 진행하는 '수요대화모임' 11월 강사로 나선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필자주>
'개발 5적'의 '먹이사슬'
재벌, 언론, 정치집단, 관료집단, 지식인층을 "개발 5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개발 5적을 비호하는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 권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BRI@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정치인을 4년에 한 번씩 바꾸는 것 정도의 민주화가 되었을 뿐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에 거수기로 뽑은 국회의원들이 관료가 만든 정책에 손만 들던 시대의 관행은 바뀌지 않았다. 정책 없는 386은 '표'를 준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준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재벌은 정당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국민들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여 돈을 벌고 있다. 이렇게 번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적'인 관료집단이 있다. 정치집단은 그나마 투표를 통해서 교체를 할 수 있지만, 관료는 바뀌지 않는다. 박정희 시절 관료가 지금까지 남아 장관이 되기도 하고, 정당 정책위에 앉아있기도 하다. 이들이 결국 마지막에 갈 곳은 재벌집단이기 때문에, 노후가 편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재벌에게 이익이 되는 일만 한다.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지식인도 없다. 외국에서 이론적 지식을 쌓아가지고 와서 우리 현실에 맞지도 않는 이론을 입혀보려 애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생산하는 정책개발비의 대부분은 관료들을 통해서 나온다. 관료들은 지식인을 매수하고, 지식인은 관료들의 요구에 '주문생산'하는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을 통해 재벌에게 몇조의 이익을 남겨주었는지를 파헤쳐 폭로를 해도 기사화하지 않는다.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4∼5배 높은 부동산 광고가 '조·중·동'을 먹여 살리고 있고, TV광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개발 5적들의 '먹이사슬'이 지금의 부동산 문제를 만들었다.
잘못된 정책이 '거품'에 '기름'을 붓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의 '엉터리' 대책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노무현 정부는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계획을 쏟아낸 정부다. 전국 곳곳에 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결국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
대한민국 땅값 평가액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2500조였는데, 지금은 5000조에 이른다. 미국을 통째로 살 수 있고, 캐나다를 10번, 호주를 20번, 유럽대륙 전체를 살 수 있는 땅값이다. 강남에 30평짜리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하 5억 이상의 자산이 늘어났다. 상위 5%만 좋아졌다.
문제는 금덩이나 석유가 쏟아진 것도 아닌데 값이 이렇게 오른 이유가 바로 '거품'에 있다는 것이다. 그 거품은 집값이 끊임없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부는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후분양제를 실시하고, 공공임대 주택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임기가 4년이 지나도록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8·31대책'이니 '신도시 계획'이니 하는 것들만 제시하고 있다. 엉터리 의사가 엉터리 진단을 하니 엉터리 처방이 나오고 부작용만 생긴다.
부동산운동은 국민 95%와 상위 5%의 싸움
우리 사회에 집 없는 사람이 40%다. 집을 살 수 없는 집단이 어느 나라나 30∼40%는 된다. 문제는 다른 나라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는 반면, 우리는 2%밖에 없다는데 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서 100만호를 건설하겠다고 하는데, 공공임대주택은 3만 가구뿐이다. 그러니 아무리 주택을 건설해도 서민들에게는 그저 먼 얘기일 뿐이다.
80년대에는 성실하게 일하면 5∼10년 내에는 집 하나를 사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그게 꿈이었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갔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정부에게 희망을 걸지도 않는다. 이제 국민이 직접 개발 5적의 특혜와 비리를 파헤치고, 그 고리를 끊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 운동은 재벌개혁, 언론개혁, 관료개혁, 정치개혁, 지식인개혁이 될 것이다. 상위 5%와 나머지 95%의 싸움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 월간 <인권연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