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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지식인들로 구성된 '교과서 포럼'이 최근 발표한 역사교과서 시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교과서포럼은 일부 내용을 변경해 내년 1월 출간 공청회를 다시 개최키로 했다. <오마이뉴스>는 교과서포럼의 역사책 시안 파동에 대해 집중 기획기사를 내보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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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생, 우리 교과서 바꾸면 안 되나? 교과서 내용이 김일성을 찬양하고 박정희를 욕하는 거라는데…."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 논란을 보면서 불현듯 2년 전 10월 어느 날의 일이 떠올랐다.
@BRI@당시 교장 선생님은 교과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 한국근현대사 금성교과서를 다른 출판사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그해 10월 4일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던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부산 사상구)은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장에서 금성출판사가 출간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0월 6일 '역사 교과서 편향 따지지 않으면 뭘 따지나'라는 사설을 통해 "문제의 교과서는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에 대해서는 '장기집권 정당화 수단'으로 매도하면서, 그 입으로 2000만 명의 중국 국민을 허기에 지쳐 쓰러지게 만들었던 마오쩌뚱의 대표적 실패작 대약진운동을 흉내 낸 김일성의 천리마운동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이념 논쟁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금성교과서 대표 집필자인 김한종(교원대 ·역사교육)교수가 국정 감사장을 찾아가 '친북 편향적 근거' 제시와 이에 대한 '공개 토론'을 요구하는 장면이 9시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공개 토론은 열리지 않았다.
당시 나는 교장 선생님께 "역사 전공자도 아닌 소수 정치인들의 근거가 없는 주장인 만큼 교과서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로 바꾸라고 하셨다. 이미 6월에 교과서 신청이 끝나 인쇄중인 상황이라 겨우 교장 선생님의 주장은 막을 수 있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교장 선생님의 교과서 변경 제안
사건은 또 있었다.
2005년 1월 15일, 교과서 포럼 창립식을 겸한 기념심포지엄에서 6개 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중 금성교과서에 대한 공격이 진행됐다.
대회 주제로 '고등학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를 택한 이 창립식에는 전상인(한림대·사회학), 신지호(서강대·정치학), 이대근(성균관대·경제학), 김일영(성균관대· 정치학) 교수가 참여해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좀 황당했던 것은 당시 발표자나 토론자 가운데 역사학 전공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날 발제자에 따라 접근방식이나 소재를 달리한 발표가 진행됐으나 결론은 한결같았다. 현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조차 엄청나게 왜곡하고 있는 데다 집필자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편향적인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북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포럼은 그해 교과서를 선택해야 하는 6월에 영향을 미쳤다. 신임 교장 선생님이 또 다시 교과서를 바꾸라고 말씀하셨다. 교장 선생님은 그러면서 한국사학법인연합회에서 보낸 공문을 내게 보여주셨다. 거기에는 "한국근현대사 금성교과서를 다른 출판사로 바꾸라"는 내용이 명기돼 있었다. 이유는 역시 '친북좌파적인 교과서'이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현재 교과서포럼에 참여하거나 후원하는 단체에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초·중·고 교장협의회,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기독교사회책임, 교육공동체시민연합,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민주화 포럼, 자연주의연대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을 후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학교에 여러 가지 통로로 압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어쨌든 그 때도 교과서를 바꾸지 않았다. 교육부·교육청의 공문도 아니고, 사용 중인 금성교과서에 구체적인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한국근현대사 검정교과서 6종 가운데 하나인 금성교과서는 2005년 당시 전국의 50%학교(1415개 가운데 701개 학교)가 사용하고 있었다.
한밭역사교사모임의 윤세병 교사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중 금성교과서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선택했다면 상대적으로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냐."
지난해 대전역사교사모임과 한밭역사교사모임 회원을 통해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대전 지역에서 교과서를 바꾼 경우가 거의 없었다.
어이없다는 반응 보이는 역사 교사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과 관련 대전역사교사모임 선생님들과 12월 초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최근 교과서포럼이 내놓은 교과서 시안에 대해 교사들은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남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4·19 혁명이 학생 운동권이 만든 것으로 친북운동, 반체제운동으로 치부되고, 5·16 군사 정변이 5·16혁명이라니 할 말이 있어야지…. 나, 참!"
이권춘 교사는 "한나라당에서 조차도 4·19를 '혁명'이라 발표하며 교과서포럼의 과잉충성과 거리를 두려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기용 교사는 좀 더 분석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뉴라이트가 처음엔 '좌'와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다가, 약발이 안 받자 완전 ‘우향우’로 돌변했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약해져가는 시대 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 경향을 띤 노무현 정권이 지지를 받자, 보수 진영은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신보수라는 '뉴라이트'로 변신했다고 본다. 그렇게 레프트(좌)와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다가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 급락으로 ‘완전 우향우’로 바뀐 것이다."
교과서에는 크게 국정교과서와 검인정 교과서가 있다. 국정교과서는 국가(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도서로 기획에서 출판까지 국가 책임 하에 만들어진다. 국어, 문법, 국사, 도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검인정 교과서는 국가(교육부)가 기준안을 제시하고 각 출판업자가 집필진을 구성하여 기준안에 따라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부의 최후 검정을 받은 교과서를 의미한다.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검인정교과서로 6개의 출판사에서 만들었는데 내용을 보면 4개의 대단원 속에서 큰제목, 중제목, 소제목까지 거의 비슷하다. 이것은 국가 기준안이 그 만큼 까다롭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후원회장은 이상주(성신여대 총장)씨가 맡고 있다. 그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인정 제도를 만들 당시 교육부장관이었다. 자신이 만든 제도를 통해 낸 교과서를 공격하는 곳의 후원회장이라는 것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검인정 역사교과서를 선호한다. 교육부 기준안의 틀이 좀 더 열려서 국가가 역사를 독점하고 국가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교과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의 시안처럼 터무니없는 사실의 비약은 곤란하다. 이것은 역사교육의 목표인 종합적 사고력 및 비판적 사고력 함양과는 거리가 먼 역사왜곡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한다. 진실은 균형 잡힌 감각과 시각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무게중심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다.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이 사실을 왜곡한 역사 교과서를 통해 진실을 호도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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