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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오후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작심한 듯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오후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 참석,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정책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작심한 듯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냈다. ⓒ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일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이후 계속된 침묵을 깼다. 참여정부 초대 총리로 고건 전 총리를 임명했던 것을 "실패한 인사'라고 규정했다.

노 대통령은 21일 오후 민주평통자문회의 제 50차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우리가 식민지, 좌우대결, 군사 독재를 겪는 동안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돼 버려 언어가 통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것(의사소통) 한번 해보자고 고건 총리를 기용했다"고 고 전 총리 임명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고 전 총리가 다리가 돼서 그쪽하고 나하고 가까워질 것으로 희망했는데 오히려 저하고 정부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왕따가 되는 그런 체제에 있는 것"이라면서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을 끌어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된,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라고 말했다.

애초 20분 예정이었으나 1시간 10분동안 계속된 이날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의 외교안보분야를 회고하면서 특히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환수에 반대한 전직 국방장관들을 맹비판하는 등 격정적인 감정을 토해내기도 했다.

[전작권] "전직 국방장관들 부끄러워해야"

노 대통령은 "우리가 북한에 비해 근 20년간 열배도 훨씬 넘는 국방비를 써왔는데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떡 사먹었느냐"면서 "옛날에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기 나라 군대 작전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 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면서 "그래서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이 이어 "작통권 돌려받으면 우리 한국군들 잘해요, 경제도 문화도 영화도 잘하고, 한국 사람들이 외국 나가보니까 못하는 게 없는데…"라며 "전화기도 잘 만들고 배도 잘 만드는데 왜 작전통제권만 못한다는 겁니까"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계속해서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가지고 있어야 북한과 우리가 대화할 때, 중국과 우리가 외교상의 대화를 하거나 동북아시아의 안보문제를 놓고 대화를 할 때 그래도 한국이 말 좀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명색이 국방부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북한문제, 북한의 유사시에 한·중간의 긴밀한 관계가 생긴다는 사실을 모를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았다면 왜 작통권 환수를 지금까지도 할 엄두도 안내고 가만있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라면서 "모든 것이 노무현 하는 것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냐. 흔들어라 이거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미사일·군비증강] "북 미사일 한국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 다 알아"

노 대통령은 또 "북한 미사일이 한국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 안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노 대통령은 "강원도 북쪽 어디에서 저 함경북도 앞바다 어느 쪽으로 미사일을 쏘았는데 한국으로 그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 않느냐?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정치적 정세, 안보적 정세가 장기적으로 총체적으로 서서히 변화해 가는 것이지, 그날 큰일 나는 것 아닌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 여러분!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방독면 챙기십시오. 이것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비 증강'의 배경도 설명했다.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그 대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군사력은 역사적으로 대북 군사력만이 완전한 것이 아니다"면서 "한국의 군사력이 약해서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을 당해내지 못할 형편에서 한반도의 힘의 공백 상태가 생겼을 때 한반도가 임진왜란·청일전쟁·러일전쟁, 그렇게 다 전쟁터로 변했지 않았느냐? 그렇지 않도록 외국 군대가 우리나라에 와서 전쟁놀이 못하게 할 정도의 국방력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대화·소통부재의 문화] "6·25가 남침인지 모르는 사람 장관 임명하겠나"

노 대통령은 자신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대화·소통 부재 문화'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빗대 "완전히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런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인데 저 죽을 짓까지 무릅쓸 만큼 돌아버린거냐. 아니면 이상한 사람이냐, 이것까지 우리는 합의를 못 이루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한국사회가 그 정도 합의가 안 되는 거다. 어떤 사람은 설마 제정신이겠지라고 보고 어떤 사람은 걔 완전 돌았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시절 토론회를 회고 했다. "'노 후보,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하면 '박살이 나는 것"이라면서 "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 유일의 정치풍토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 사람(김정일)도 판단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 정신 가진 사람이면 한국을 향해 도발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인데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저희더러 사상 검증을 하는 것"이라면서 "장관 지명해 가지고 국회 청문회 내보내놓으면 6·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 묻는다"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예로 들었다.

계속해서 "제가 한국전쟁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만한 사고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는데 참 억울하다"면서 "저는 제정신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 원인을 '척사위정론'과 연결시켰다. "남북간 대화하려고 하는데 인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또 우리 국내에서도 대화를 좀 할려고 하니까 인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면서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척사위정론이라고 하는 사상 체계를 가지고 서학 한다고 수백명씩 잡아 죽이고 마침내 1866년경에는 8000명을 잡아 죽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비정신 같은 것은 이어받아야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 사상에 이와 같은 위험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성찰해 봐야 한다"면서 "사문난적이라고 하고 척사위정 이 두말로 표현되는, 철저히 타도해 버리는 문명·문화 이것을 가지고 왔는데 그것을 우리가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북송금 특검] "대북송금 투명성 요구 당시엔 어쩔수 없었다"

지금까지 비판을 받고 있는 대북송금 특검 수용과 관련해서는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추세가 투명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 비록 통치행위라도 투명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고 합법성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있어서 참여정부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수용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수용해 줄 때만 최고통치권자의 초법적인 통치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 아니냐"면서 "그 당시 어쩔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대북지원이 중단돼 있는 것과 관련해 "인도주의 원칙 또 무슨 상호주의원칙 이런 원칙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겠다, 그 판단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BDA 문제] "'9·19-BDA'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고 볼 수도"

노 대통령은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때 9·19성명이 나왔고, 그 2~3일 전에 미국 재무부에서는 이미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계좌 동결 조치를 해 버렸다"면서 "국무부가 미처 몰랐던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또 나쁘게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이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봄이 오면 싹이 트고 올라오면서, 바로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와 평화구축 나아가서는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 또는 평화체제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라크 파병] "취임 초 한·미동맹 괜찮다는 증명이 이라크 파병"

노 대통령은 취임초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바뀌고 미국을 한번도 안가본 대통령이고, 그런데 전쟁은 난다고 하고 이런 저런 상황이었다"면서 "제가 '안팎 곱사등'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제가 해야 되는 것이 전쟁 없다고, 하나는 미국하고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가장 확실한 증명이 이라크 파병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개인 노무현과 미국과의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미국과의 우호 관계가 동맹관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냐 안하냐는 그게 '바로메타'였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을 했다"면서 "비전투 3000명, 장사로 치면 장사 참 잘했다"고 평가했다.

[인계철선] "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없다"

미 2사단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심리적 의존 관계, 의존상태를 벗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한테 매달려 가지고 바지 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 이게 자주 국가의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인계철선이란 말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는 "초강대국인데 (우리가) 완전하게 대등한 외교는 할 수 없다"면서 "그런 헛소리는 하면 안 되고 미국의 힘에 상응하는 미국의 세계의 영향력이 상응하는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주도 하는 질서는 거역할 수 없지만 그러나 최소 한 자주 국가 독립국가로서의 체면은 유지해야 될 것 아니겠냐"면서 "때때로 한번 씩 배짱이라도 내볼 수 있어야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2사단 빠지면 다 죽는다고 국민들이 와들와들 사시나무처럼 떠는 나라에서 무슨 대통령이, 외교부장관이 미국의 공무원들하고 만나서 대등하게 대화를 할 수 있겠냐"면서 "심리적인 이 의존관계를 해소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용산기지 이전] "용산은 엄청 비싼 땅... 자주 국가의 상징"

노 대통령은 용산기지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기지 이전비용이)지금 5조5000억원 정도 들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땅 돈주고 산다고 생각해 보라"면서 "5조5000억원에 살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김영삼, 노태우 대통령이 합의해 놨는데 그 뒤 돈이 없어서 안 했다"면서 "우리(참여정부)는 한 고비 넘어갔으니까 점진적으로 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주 국가의 상징"이라고도 강조했다. "아무리 우방이라 할지라도 수도 한복판에 그것도 청나라군대가 주둔했던 그 자리에 하필이면 그리 꼭 있어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지지율] "그렇게 멍청한 것 같지 않지요?... 맡겨봐라"

노 대통령은 이날 곳곳에서 낮은 지지율에 대한 소회를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께서 이 자리에서 박수를 쳐 주셨지만 여론조사하실 때는 전부 X표 치셨을 것"이라면서 "여론조사 결과 보니까 네 편 내편할 것 없이 전부 X쳐놓고 양심껏 소신껏 하라고 하는데 양심껏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게 정치구나,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대로 계속갈 수 없다, 달라질 것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건 다르게 하겠다"면서 "그게 단임 정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고향 친구들 만나기 제일 미안하다"는 심경도 밝혔다. "고향친구, 학교 동창들은 저 대통령 만들려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표 찍으라고 했는데 지금 몰려 가지고 지금 박살이 나고 있다"면서 "이 친구들은 어디 술자리가서 괴로운 그런 애로사항은 있지만 그 사람들 체면보다 더 큰 게 저는 국가의 미래라고 생각해서 그냥 그렇게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대한민국 군대, 노무현 대통령이 더 나쁘게 한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군 장성인사를 몇 번씩이나 했는데 신문에 한 줄도 쓸 것이 없어서 요새 신문 기자들 힘들다. 1조4000억원짜리 공중 조기경보 통제기 계약을 했는데도 부패니 뒷거래니 한마디도 없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끝부분에 "노무현이 잘 한다 못한다 말 많고, 이것은 왜 이랬냐 그거 다 시어머니가 앉아서 며느리 밥상 차려오는데 잔소리 하려면 잔소리 할거리가 없겠느냐"면서 "영 멍청하지 않으면 '기왕에 뽑아놨는데, 국방·외교·안보·통일 이것 저한테 다 이렇게 맡겨줘라, 이렇게 여러분 말 좀 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좀 맡겨봐라, 부탁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연설을 마쳤다.

지난 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임기단축'시사 발언과는 달리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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