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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명특수학급부모 모임의 모습
ⓒ 이진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남편과 도서관을 다니며 자폐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죠."

광명시에 사는 이연숙씨에겐 정신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 있다. 이씨와 이씨의 남편은 임신 중에 아이의 장애를 인지하고 자폐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그런 이들의 노력은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장애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사회구조는 이들을 힘들게 만들었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씨의 하루는 매우 바쁘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 오후에 방과 후 교실에 보내는 것 외에도 광명특수학급부모회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정신지체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한달에 한 번 열리는 광명특수학급부모 회의 자리 이연숙씨와 함께 했다. 이날 참석한 학부모는 총 15명. 이들은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고민 하나 : 특수학교 or 일반학교

▲ '도움학급'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특수학급. 특수학급은 정말 외딴섬으로 존재하는가?
ⓒ 이진선
"처음에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냈는데 곧 일반학교로 전학을 시켰어요. 아이가 특수학교를 가고 나서 이상해진 거예요. 집에서 밥을 먹는데도 눈치를 보고. 특수학교 교육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어떻게 했기에…."

광명특수학급부모 회의에 참석한 부모들의 자녀들은 모두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특수학교에 보냈다가 일반학교로 전학시킨 학부모도 있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지난번에 학교에 가서 잠깐 애를 보려고 하는데 특수학교 선생이 왜 감시하냐며 따지더라고요. 부모가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잘못된 겁니까? 이렇게 폐쇄적인 특수학교의 환경에서 아이가 학교에서 성추행이라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죠."

결국 부모는 아이를 일반학교에 전학시켰고 그 후에야 심적으로 안정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반학교를 보낸 학부모들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장애에 따라 특수학급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부모들이 원하는 통합교육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특수학급이 교육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선생님들이 서로 자신의 반에 장애학생을 안 맡으려고 3일간 싸우는 것도 봤어요."

담임교사들은 자신이 맡는 반에 장애학생이 있으면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도 고학년이 될 수록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예민해지기 때문에 장애학생을 기피한다는 것.

"우리 아이는 고등학생인데 본반에 들어가는 시간이 많이 줄었어요. 특수학급에 있는 시간이 많이 늘었죠. 하지만 본반에서 아이가 방치되는 것보다 차라리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죠. 어디에 있든 아이들의 교육 고민에 괴로워요."

일반학교에 아이를 보내더라도 통합교육을 할 수 없는 공교육의 현실에 대해 학부모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특수학급은 정말 외딴 섬 마냥 존재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 교육의 현실입니다."

# 고민 둘 : 아이들의 미래는?

@BRI@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방과 후 교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방과 후 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언어치료와 앞으로 아이들의 직업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학교에서는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방과 후 교실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복지관 시설의 방과 후 교실은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마땅한 교육시설이 없는 데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선 '방과 후 교실'을 엄두도 내기 힘들다.

"얘가 고등학교 올라오니까 초등학교 때 했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내가 계속 데리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아이의 취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고등학생 장애아를 둔 한 부모의 말이다. 아이가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복지관이나 여러 기관을 통해 장애인들도 취업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지만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학부모들은 무엇보다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우리 아이들도 자립을 할 수 있거든요. 누구에 의지해서만 살아야 한다는 편견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똑같이 배분되었으면 합니다"

#고민 셋 : 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인다. 올해 교육부 예산 중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은 3%도 채 안 됐다. 다행히 내년부터 특수교육 지원을 조금씩 늘려간다는 방침이 세워졌다고 한다.

학교에 치료교사가 부족한 현실, 활동보조 서비스, 보조교사를 증설하는 문제…. 장애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여건은 불안정하고 앞으로 바꿔야 할 제도는 너무나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설 수밖에 없다. 누군가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지도 않고 관심과 지지를 보여주는 것도 적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또 한 번 높아진다.

"당신 자식이 만약 장애인이라면 이런 사회 문제에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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