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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앞서서 부부싸움을 할 때 마음 한 구석에 "자기가 더 힘든가? 돈 버는 내가 더 힘들지!"하면서 아내보다는 남편인 제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1주일 정도 엄마 역할을 해 보니, 힘들었습니다!
ⓒ 장희용
부부로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일로 티격태격 싸움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가끔씩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말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는 '침묵 부부싸움'을 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한 사람이 거실에 있으면 한 사람은 방에 있고, 한 사람이 텔레비전 보면 한 사람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한편으로는 "별 것 아닌데 내가 그냥 먼저 사과하자!"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어떤 때는 이게 자존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하면서 아내가 먼저 사과할 때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인 제 마음 속에서는 "매일 밖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는 사람, 집에 오면 좀 편하게 해 주면 안 되나? 자기가 좀 먼저 이해해 주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아내한테 말을 밖으로 꺼낸 적은 없지만, 솔직히 감정이 많이 상했을 때는 속으로 '자기는 매일 집에서 쉬면서. 세린이는 유치원 가면 오후 돼서 오고, 둘째 놈은 혼자서도 잘 놀고, 솔직히 나보다 편하지 뭐!'하는 생각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내가 더 미워지기도 했습니다.

아내 없는 1주일 동안 '엄마' 역할 해 보니...

@BRI@그런데요, 솔직히 지금 생각으로는 '나보다 엄마인 아내가 더 힘들구나!'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지금 3살 난 아들이 고열이 나고 목이 많이 부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 병원에 6일 동안 입원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아내 대신 제가 집안일을 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에구~ 안 해 보면 모른다고 옆에서 잠깐 잠깐 도와주는 것 하고 책임지고 그 일 하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밥 하는 일, 설거지 하는 일, 반찬 만드는 일, 빨래하고 개는 일, 청소하는 일, 집안 정리정돈 하는 일, 아이 돌봐주는 일….

아내가 하는 거 볼 때는 뭐 그냥 별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그래서 '아내보다 내가 더 힘들다!'하는 생각이 더 컸는데, 막상 그 일 다 하려니 그게 보는 것하고는 정말 다르더군요. 쉴 틈이 없더군요. 한 가지 하고 나면 또 한 가지 일이 남아 있고, 그 일 하고 나면 또 일거리 있고, 금방 아침 먹인 것 같은데, 금방 점심시간 되고…. 왜 이리도 할 일은 많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지.

하루 이틀, 사흘… 1주일 정도 그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낸 것도 보낸 거지만, 이게 분명히 쉴 틈 없이 바쁘게 뭔가 하기는 한 것 같은데 내가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나간 시간이 그리 허탈할 수가 없더군요. 이래서 집에만 있는 아내들이 어느 날 우울한 기분을 많이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한 나의 사소한 행동과 말이 아내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가뜩이나 할 일이 많아서 죽겠는데(제가 이렇게 말하니 제가 엄마가 된 것 같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할까봐 아침저녁으로 전화해서는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데 괜히 짜증이 나더라고요.

아내는 분명히 집안 일이 걱정돼서 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나는 잔소리 하는 것 같아서 얄미운 마음에 "알았어, 알았어!" "지금 하고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설마 그것도 안 할까봐 그래?"하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일 다 해놓고 "휴~"하면서 한숨 돌리며 쉬고 있는데, 잔소리(?)를 한 아내가 생각나면서 그동안 아내에게 잔소리 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가 잔소리 할 때 아내도 지금의 저 같은 기분이었겠지요? 그동안 생각 없이 툭툭 내던진 말 한마디에 스트레스 받았을 아내를 생각하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 둘째 태민이는 엊그제 퇴원했습니다. 그동안 세린이하고만 지내는데 정말 허전했습니다. 역시 가족은 함께 있어야 행복^^
ⓒ 장희용
부부 사이에 '내가 더 힘들어!'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 필요

그 사람 입장이 돼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타인에 대해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아내라 해도, 어린 아이라 해도 이해와 존중이 앞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아무튼 좋은 경험했습니다. 글을 쓰는데 아내한테서 메시지가 왔네요.^^

"고생 많지? 오늘이나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대. 내가 집에 가서 잘 해줄게."

아마 아내도 저처럼 그동안 제게 미안했던 일을 생각했나 봅니다. 살다 보면 오늘의 이 다짐을 잊고 감정에 사로잡혀 내가 더 힘들다고 생각해 아내가 먼저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랄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런 날이 온다면 꼭 이 글을 읽으면서 오늘의 다짐을 잃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제 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부부 사이에 '내가 더 힘들어!'하는 생각보다는 서로가 먼저 아내를, 남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앞선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한 부부,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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