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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소리치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그는 지난 1982년 마을 주민 148명을 학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다.
법정에서 소리치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그는 지난 1982년 마을 주민 148명을 학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됐다. ⓒ 연합뉴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처형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후세인의 재판을 주도했던 리즈가르 모하메드 아민 전 주심판사는 후세인 처형은 이라크 법적으로나 이슬람의 관습에서 볼 때 불법이라고 1일 주장했다. 물론 현 이라크 정부는 이번 후세인의 처형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RI@쿠르드족인 아민 판사는 후세인이 지난 1982년 148명의 시아파 주민을 처형한 사건에 대한 재판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후세인에게 너무 온정적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1월 재판에서 배제되었다.

아민 판사는 "이라크 법률은 국경일과 이슬람 명절 기간에는 어떤 형의 집행도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 신도들의 연례 메카 순례(하지)의 종료를 알리는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기간에는 사형 집행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드 알 아드하는 수니파의 경우 12월30일, 시아파는 31일 시작된다. 후세인은 수니파 희생제가 시작되는 30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며 "또 이라크 형법상 사형 집행은 항소법원의 판결 이후 30일이 지난 뒤에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12월 31일 기사에서 "후세인의 처형은 성급했으며 법적 절차가 무시되었다"면서 "이는 사악한 독재자에게 모욕적인 최후였을 뿐 아니라 이라크에게는 새로운 불길한 징조"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후세인 처형에 필요한 두개의 법적 절차가 무시되었다. 사형은 공휴일에는 집행되어서는 안되며 사형수의 형 집행을 위해서는 이라크 대통령과 2명의 부통령의 서명이 필요한 사항이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저명한 수니파 정치인인 알라 마키는 "우리는 사담 후세인의 범죄를 말하면서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그의 처형으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되레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정부, 후세인 처형 장면 동영상 유포 조사

이 신문은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 아다에 후세인을 처형한 것이 더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시아파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고 일부는 미리 처형시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종파간 화해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별 뜻이 없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명한 수니파 인물인 아드난 파차치는 "이라크 정부는 왜 며칠간 더 기다리지 못했는가?"라면서 "이는 많은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모욕한 것이며, 사담의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다드에 살고있는 수니파 교사인 유스라 압불 아지즈는 "그들은 후세인을 범죄자에서 순교자로 변모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일부 외신들은 미국은 후세인의 처형을 15일정도 연기할 것을 이라크 정부에 요구했으나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조속한 사형집행 의지가 확고해 포기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후세인에 대한 성급한 사형집행이 화해를 추구했던 중도파 수니파마저도 이제는 시아파 정부를 경계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뉴스위크> 국제뉴스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1일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부시의 나라 망치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주도한 후세인 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졌다.

미국이 후세인 운명을 국제법이나 합법성을 가진 법원에 맡기지 않고, 후세인 시절에 탄압받았던 시아파와 쿠르드족에게 넘김으로써 이라크 수니파나 많은 아랍인들은 그의 처형을 '문명 사회'에 의한 재판이 아닌 승리자의 보복 정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유고 유혈사태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됐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신유고연방 대통령은 2001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서 전범재판을 받았다. 그는 재판 도중인 지난 2006년 3월 11일 감옥에서 병으로 숨졌다.

후세인의 처형 장면이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혀 유포된 것도 종파간의 갈등에 기름을 부을 조짐이다. 원래 사형장에는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휴대하지 못하게 되어있었으나 누군가 이를 촬영했고 유포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는 교수대 위에 선 후세인에게 일부 사형집행인들이 저주하고 욕을 하는 장면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이라크 정부는 이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방침이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1일 후세인의 처형 소식을 전하면서 앵커가 검은 상복을 입은 두바이에 본부를 둔 알 샤르키야 방송의 바그다드 사무소를 폐쇄했다. 이유는 이 방송이 평소 뉴스 보도과정에서 증오와 폭력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칼럼 "부시는 이라크를 망쳤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침공후 사담 후세인 정권 교체에서 더 나아가 지배 계급을 소수의 수니파에서 시아파로 교체하려는 혁명을 꾀함으로써 결국 내전을 초래하는 등 무모한 정책 때문에 이라크를 망쳤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뉴스위크 국제뉴스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 신문에 기고한 '부시의 나라 망치기'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미국이 이라크 침공후 첫 몇달 동안 이라크군을 해체하고 5만명의 관료들을 해고하는 한편 국영기업 폐쇄 조치를 취함으로서 치안 공백과 행정 혼란, 대량 실업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이라크의 수니파 엘리트들은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자신들이 하위 계층이 되는 혁명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사전 성찰없이 이처럼 대대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새 이라크를 장악하려는 시아파 망명객들의 영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면서, 미국은 "국가보다는 정파에 더 강한 충성심을 갖고 있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으로 군과 경찰을 만들고 있으며 이에따라 불안해진 수니파는 저항 세력들을 기꺼이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카리아는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정파들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으며, '나라를 세우기' 보다는 나라을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미국이 후세인 운명을 국제법이나 광역의 합법성을 가진 법원에 맡기지 않고, 후세인 통치의 희생자였던 시아파와 쿠르드족에게 넘김으로써 이라크 수니파나 많은 아랍인들은 그의 처형을 '문명 사회'에 의한 재판이 아닌 승리자의 보복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n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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