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어 불가피하게 폭로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이찬 VS 이민영 진실공방, 누구 말이 맞나?'(조선일보), '이민영 파경은 예고됐다? 결혼식 눈물, 프러포즈 방식 등 징후'(쿠키뉴스), '이찬, 이민영 파경, 그 가려진 진실은?' 등과 같이 이번 사건을 진실공방으로 몰고 가거나, 한 낱 가십으로 취급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가장 초점이 돼야 하는 것은 '가정폭력'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언론들이 '가정폭력'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현재 이찬 측에서도 폭력은 인정하는데, '뺨을 때렸을 뿐, 발로 배를 차지 않았다'고 주장 하고 있다. 하지만 뺨을 때린 것도 분명 폭력이며 이 또한 가정폭력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번 사건이 마치 폭력으로 인해 유산이 된 것이냐, 아니면 중절수술을 한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진실게임을 하듯 그 진실을 파헤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더 나아나가 폭력을 쓸 수밖에 없는 원인제공을 누가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혼수 문제, 집안 문제, CF 배상 등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미 이민영은 코뼈 접합 수술과 유산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분명 뺨을 때렸건 발로 배를 찼건 폭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가해자의 변명을 기사화해 폭로전으로 본 문제를 변질시켰고, 양측 입장이 서로 엇갈리자 진실게임으로 단정 짓고 있다.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가정폭력이 아닌 부부싸움의 한 단면으로 보도하기도 하는 등 너무나 쉽게 가정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연예인 가정폭력은 앞서 충분히 가십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개그우먼 이경실, 배우 최진실 등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받았지만 언론은 폭력의 원인과 외적인 문제에 치중하며 연일 폭로전을 펼친 바 있었다.
폭로전은 결국 누군가 하나는 죽어야 끝
이러한 폭로전 양상은 결국 피를 흘려야 끝이 난다. 언론들은 마치 하이에나가 된 것처럼 서로 물고 헐뜯고 하는 모습을 즐기며, 더욱 부풀려 이간질을 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이찬, 민영이 겁 많은 아이인데, 다친 코 걱정된다'(조이뉴스), '이찬, 유산 진실 문제 밝혀... 이민영 아직도 사랑해'(노컷뉴스)등의 제목으로 가해자가 아직도 피해자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는 결국 피해자를 자극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어떠한 문제든지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사를 통해 피해자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둘 중 하나는 뭇매를 맞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게 된다.
이후 만일 이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가게 되는 그 순간 언론은 일제히 보도를 마감할 것이다. 그리고 법정시비를 가르고 난 뒤 짤막한 보도와 함께 완전히 이 사건을 기억 속에 지울 것이다.
결국 언론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이 가정폭력임에도 흥미위주의 연예기사로 둔갑시켜 특종처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연예인이란 것만 다를 뿐,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정폭력'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중계식 보도, 폭로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차후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언론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