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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대포항 근처의 해수욕장. 에메랄드 빛의 바다색이 아름답다.
속초 대포항 근처의 해수욕장. 에메랄드 빛의 바다색이 아름답다. ⓒ 이지영
서울에서 만나 김밥 3줄로 허기를 달래고, 5시간 남짓 차 안에서 견뎌낸(?) 끝에 속초의 바다에 무사히 도착. 맑은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에 사이다 거품 같은 파도가 잔잔히 일고 있었다. '인류의 모태는 바다'라는 설이 사실이라면, 아마 내 몸 속 어딘가에도 바다를 그리워하는 세포가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정말 인류의 조상이 바다에서 살았던 것인지, 나는 이따금씩 바다내음이, 파도소리가, 눈물나게 그립다. 아름답지만 쓸쓸한 바닷가에 서서 지겨울 만큼 심호흡을 해본다. 맑은 공기가 그동안 서울생활에 찌들었던 내 몸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것만 같다. 함께 동행 했던 이지영 기자와 김귀현 기자는 찰칵찰칵 셔터를 누른다. 아쉽지만 사진은 바다의 아름다움을 다 담지 못한다.

속초 대포항 수산시장에서 이지영 기자와 함께.
속초 대포항 수산시장에서 이지영 기자와 함께. ⓒ 김귀현
실컷 바다구경을 하다 보니 금세 날이 저문다. 그렇다고 숙소에 고이 들어갈 우리가 아니다. 속초 대포항 근처의 수산시장을 천천히 거닐며 실컷 구경을 했다. 함성이 절로 터진다. '마트 냉장실에서만 보던 생선들의 고향은 여기로구나!' 각종 생선들이 커다란 물통에 담겨 파닥거리고 있었다.

속초 대포항 수산시장. 각종 생선들이 물통에 담겨 파닥거리고 있다.
속초 대포항 수산시장. 각종 생선들이 물통에 담겨 파닥거리고 있다. ⓒ 이지영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맛있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가여운 마음도 든다. 살아보려고 팔딱거리는 생선들은 차례차례 도마위에 올려진다. 벗어나려고 애써보지만 어쩔 수 없다. 많은 상인들은 손님맞이에 분주했고, 우리는 그 중에서 가장 '싸고 맛있을 것 같은 집' 을 골라 들어갔다.

싱싱한 오징어 회, 서울에서도 자주 먹던 광어회, 시원한 향을 머금고 있는 멍게 등 향긋한 회가 접시에 올려져 나온다. 군침을 삼키던 우리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젓가락을 들어 맛나게 회를 집어 먹었다.

2006년 여름방학, 설렘 없이 시작했던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 생활이었다. 그 안에서 인간관계를 쌓는다든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안 했다. 그저 글 쓰는 일이 좋아 시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료 인턴기자들과의 모임이 잦아졌고, 우리는 이제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고 있다.

싱싱한 활어회를 들고 있는 김귀현 기자.
싱싱한 활어회를 들고 있는 김귀현 기자. ⓒ 이지영
"4기 인턴기자들이 모두 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3명이서 조촐히 보내는 2006년의 마지막 밤도 참으로 즐거웠다. 2007년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자못 심각한 얘기부터, 남자친구 얘기, 아까 봤던 새우튀김 먹고 싶다는 얘기까지... 우리의 안주거리는 바닥을 드러낼 생각을 안 했다. 소주도 한 잔씩 하고, 이름모를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 국물도 분주히 떠먹는다.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언제나 가족들이 생각난다. 집에서 혼자 밥 먹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잠시 미안해진다. '내일 서울 갈 때 오징어나 쥐포라도 사 가야지!'

대포항에 즐비하게 늘어선 왕새우 튀김가게.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회를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데도, 튀김옷을 곱게 입은 새우의 유혹에 넘어갈 것만 같다. 새우가 튀겨지는 소리에 군침이 돈다. 우리 셋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지금 먹자"를 외쳤다.

우리들의 군침을 돌게 했던 왕새우튀김.
우리들의 군침을 돌게 했던 왕새우튀김. ⓒ 이지영
속초 대포항의 별미 새우튀김. 머리를 잡고 꼬리부터 먹어야 제맛이다!
속초 대포항의 별미 새우튀김. 머리를 잡고 꼬리부터 먹어야 제맛이다! ⓒ 이지영
바삭하게 튀겨진 새우들. 새우튀김을 먹을 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새우튀김은 새우 머리를 잡고 꼬리부터 먹어야 한다는 것'. 새우 먹을 땐 이것만 알면 된다는 튀김가게 주인아주머니의 당부다. '왜 그럴까?' 궁금해져서 후에 꼬리 잡고 머리부터 먹어봤는데, 새우 머리부분의 내장 때문에 쓴 맛이 먼저 느껴진다. 역시 새우튀김은 꼬리부터 먹어야 제 맛!

새우튀김을 들고 웃고있는 김귀현 기자와 나.
새우튀김을 들고 웃고있는 김귀현 기자와 나. ⓒ 이지영
그토록 먹고 싶어 하던 새우튀김을 한 봉지 구입하니 함박웃음이 절로 난다. 따끈따끈한 새우를 우적우적 먹으며 바닷가를 거닐어본다. 어둠이 내린 바다에 치는 파도소리는 쓸쓸하지만, 쓸쓸함도 잠시 행복감이 온 몸에 감돈다.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고 이렇게 멀리까지 무사히 와서 연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2006년의 마지막 날 낙산사에서 바라본 일출.
2006년의 마지막 날 낙산사에서 바라본 일출. ⓒ 이지영
팬션으로 돌아간 우리들은 각종 연말 시상식들을 챙겨보고, 수다를 떨다 잠이 들었다. 파도소리에 잠이 깼다는 이지영 기자가 샤워하는 소리에 잠을 깬 나는 부산히 옷을 챙겨입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일출은 보고 서울 가야지!" 낙산사 근처에 도착한 우리들은 산꼭대기에서 2006년 마지막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것을 보며 소원을 빌고, 함성도 질렀다. 아름다운 2006년을 마무리하며, 우리들은 내년에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계속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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