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묵 목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새해 각종 여론조사를 휩쓴 '이명박 대세론'이 기독교에서도 먹힐까?
한국 교회의 지도급 목사인 신신묵 한국교회지도자협의회(한지협) 대표회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기독교 흐름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며 "기독교에서 이명박 지지 마음을 많이 가진 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차기 정권은 하나님이 세운다"고 강조하면서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이명박 전 시장에게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명박 대세론'의 배경에 대해 "우선 서울시장을 하면서 점수를 많이 땄고, 두 번째는 그분이 성실한 기독교 신자이니까 기독교 쪽의 쏠림현상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애국심도 강하고 처신도 신중해"
@BRI@이와 함께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도 "상당히 깨끗하고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애국심도 강하다"며 "여성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말도 함부로 안하는 등 모든 처신을 신중하게 하는 게 맘에 든다"고 호평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의 특정후보 공개지지 가능성에 대해선 "YS 때도 개별적으로 한 것처럼 기독교에서 (대선에) 직접 뛰어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올 대선에서 기독교 단체들이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할지는 모르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공개지지 여부는) 각각의 단체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특정 단체에서 특정후보 지지를 결정하면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또한 그는 "본래의 교회는 청빈하고 청렴해야 하는데 현재 한국 교회는 너무 많이 가지려고 한다"며 "연합사업의 경우도 진정한 헌신이 되어야지 명예를 가지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한국 교회의 권력주의를 꼬집었다.
그는 "성직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과히 좋지 않다"며 "종교인이 지나치게 정치에 관여하면 종교 본연의 목적이 희석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기독교 지도자들은 올 대선에서 초연한 자세를 가지는 게 좋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연합문제에 대해선 "처음부터 노선이 달라 서로 안맞는다"라며 "지금 합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담임목사직 세습문제에 대해서도 "장단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각 교회의 형편에 따라 세습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면서도 "나는 절대 세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교대한감리회 감독(5대)과 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 상임회장, 한국기독당 상임고문 등을 지냈으며, 현재 44년째 한강중앙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해오고 있다.
다음은 신신묵 대표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한국 교회 목사들, 명예 탐내는 마음 높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새해 가장 소망하고 있는 일을 하나 꼽으라면?
"한국 교회가 하나가 돼야 한다. 지금 어려운 시국에 한국 교회는 나라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하나로 되지 못한 게 유감이다. 한국교회지도자협의회(한지협)은 75년 영락교회에서 한경직·강신명·장성신·지원사 목사 등에 의해 창립됐다. 32년째다. 74년에 자유월남이 망한 후 나라를 지켜보자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또 그동안 부활절이 남산(진보진영)과 덕수궁(보수진영)으로 나누어져 치러졌는데 내가 모두 모아서 여의도로 끌어왔다. 나는 부활절 연합예배 총무로만 12년 동안 봉사했다."
-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독교 인구가 14만여명 정도 감소했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정말 줄었느냐 아니면 처음 통계 낼 때 거품이 있었느냐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신도수가) 준 것 같다. 이것은 기독교한테 큰 마이너스다. 한국 교회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못미쳤기 때문이다. 전도를 안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가 반성해야 한다."
-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너무 개교회주의(각각의 교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신앙노선이었지만 자신의 교회만 커지면 된다는 '교회이기주의'로도 해석된다....편집자주)가 아닌가 싶다. '내 교회만 세우면 된다'고 하면서 연합사업은 등한시했다. 또 기독교인들이 성경말씀대로 빛과 소금의 역할·사명을 못했다."
- 한국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교회주의라는 지적에 그런 뜻도 담겨 있다."
- 심지어 '한국 교회는 시장과 구별이 안된다'는 따끔한 지적도 있다.
"교회가 팽창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소·중형 교회는 잘 하는데 대형 교회가 더욱 커지면서 그런 모습이 있는 것 같다. 대형화되면서 사회에 빛(과 소금)이 못됐다. 너무 커지면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나도 목사지만 깊이 반성한다. 옛날에는 안 그랬다. 그때는 사회에서도 교회를 우러러봤다."
- 기독교 최대 연합조직인 한기총도 역시 대형교회 즉 돈 많은 교회가 좌지우지한다는 평가가 많다.
"62개 교단이 모여있는 큰 단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대형교회가 좌지우지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번 대표회장에 당선된 이용규 목사는 조그마한 교회다. 일반사람들이 볼 때는 그런 오해가 있지만 꼭 대형교회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
- 아무래도 대형교회가 자금과 인력 동원력이 뛰어나니까 그에 비례해 영향력도 크지 않겠나.
"한기총에서 대형교회 찾으면 몇 개 안된다. 한국에서 자립하고 있는 교회가 40%밖에 안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나 영락교회, 소망교회, 사랑의 교회 등 몇 개 안된다. 물론 크니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작은 교회는 많더라도 (규모가) 작으니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 한국 교회가 대형화·성장제일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지도자들이 자성하면서 한국 교회를 멀리 내다봐야 한다. 한국 교회의 침체상황을 일으켜야 한다. 대형교회 목사들은 그런 걸 해주어야 한다. 요즘 기독교에서 자주 얘기하는 회개운동을 통해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자기성찰 없이는 개혁도 없다. 성찰할 때만이 개혁할 수 있다."
- 어떤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재 한국 교회는 너무 안일주의다. 그걸 개혁해야 한다. 너무 잘 살려고 하는 것, 좀 더 많은 부를 쌓으려고 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본래 교회는 청빈·첨렴해야 하는데 너무 많이 가지려고 하면 안된다. 깊은 성찰 없이는 개혁도 없다. 연합사업의 경우도 진정한 헌신이 되어야지 명예를 가지려고 해서는 안된다. 명예를 탐내선 안된다. 진정한 헌신자가 필요하다."
- 그동안 연합사업의 경우 진정한 헌신자가 없었다는 얘기인가.
"물론 있었다. 점점 많아져야 하는데 지금은 헌신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 어떤 지도자들이 많아지고 있나?
"명예심이 높아진 사람이 많다. 난 그건 원치 않는다. 그것은 교회·사회·국가의 위해요소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도 거리에 많이 나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기독교 진영에서는 ▲북핵 폐기 및 금강산관광 중단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사학법 재개정 추진 등 정치적이고 보수적인 이슈들을 많이 제기해왔다.
"물론 정치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가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한 것들이다. 애국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다.
- 한국 교회가 자기성찰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온 것 아닌가.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분들 중에 애국하는 분들이 많다. 나도 지난 10월에 미국 국방성에 갔다 왔다. 명예 때문에 한 것이 아니라 나라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했다."
- 지난 민주화운동 시기에도 목사들이 거리에 나온 적이 있지만 최근처럼 목사들이 대규모로 시위를 벌인 적은 없었다.
"나는 이승만 정권 때도 거리에 나왔다. 또 목사들이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도 많이 거리로 나왔다. 그런데 왜 노무현 정권 때 더 많이 나왔냐? 나라가 안정이 안되고 불안하니까 그렇다. 시청 앞 광장 집회나 시위는 한기총에서 주도한 것이다.
- 도대체 뭐가 불안하다는 것인가?
"안보가 불안하다. 북한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마음 놓고 못 산다.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우리 정부는 별 관심없이 보인다. 그래서 백성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난리다."
- 기독교 진영이 노무현 정권에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권은) 친북좌익이다. 자기 입으로 좌파정권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 어떤 점에서 노무현 정권이 '친북좌익'이라는 것인가.
"그동안 북한과의 문제에서 북한에게 거의 다 양보해왔다. 북한의 요구대로 해주고. 우리가 북한에 끌려 다녔다. 그래서 (친북)좌파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보수진영은 불만이 많다."
- 북한에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점 외에 다른 근거는 있나.
"좌파세력을 옹립했지 않나. (좌파세력을) 중요한 곳에 다 두었다. 검찰이 간첩혐의를 씌운 사람에게 정부가 상을 줬더라.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많다. 백성의 눈으로도, 내 눈으로도 노무현 정권은 우익이 아니다."
- 최근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삭발도 하는 등 목사들도 이제 정치꾼이 다 됐다는 지적이 있다.
"삭발은 좀 다르다. 충분히 이해 간다. 사학법은 기독교에 중요한 문제다. 선교할 목적으로 미션스쿨을 세우는데 사학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학교를 운영 못한다. 결과적으로 (미션스쿨이 아니라) 일반학교가 돼 버린다. 그걸 막기 위해 삭발을 한 것이다. 내가 아는 많은 분들이 머리를 깎았다. 개방이사제 하고 일반이사가 들어오면 미션스쿨 소유주는 참을 수 없다. 불신자(不信者)가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도 들어올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선 머리를 깎을 이유가 있다."
- 그런데 목사님은 왜 머리를 안 깎았나.
"난 덜 애국자이지(웃음). 대개 학교를 가진 곳에서 많이 했지. 머리를 깎지 않았지만 (삭발한 것에) 동조한다."
- 한 보수 일간지 논객조차 목사들의 삭발식이 '기득권 유지', '이기주의'로 비친다고 비판했더라.
"성직자들은 단순하다. 학교 건립 목적이 있는데 그 목적에서 벗어나니까 삭발로써 반항한 것이다."
- 노무현 정부가 '친북좌익'이기 때문에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 아닌가.
"그건 아니다. 단지 왜 특수학교법을 일반법으로 만드냐는 것이다. 좌익이라는 것과 다르다. 그렇게 억지로 연결하고 싶지 않다."
"노 대통령이 '무종교'라 나쁘게 평가하는 것 아니다"
-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이 기독교에 위기감을 주지 않았나.
"(노무현 정권에서) 기독교 탄압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노무현 정권의) 사학법만은 중대한 사건이다. 노무현 정권이 지나치게 개방화되었다. 어디나 종교의 특수성이 있는데 그걸 살리지 못했다. 올해가 지나면 굳어진다. 사학법 재개정은 꼭 해야 한다."
- 노무현 정권과 기독교의 사이가 별로인 것 같다.
"(기독교) 보수진영에서는 노무현 정권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나 (기독교) 진보진영에서는 좋아한다. 진보진영에서는 북한하고 가까우면 어떠냐고 하는데 보수진영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한다."
- 기독교진영에서 지난 정권들과 노무현 정권을 비교한다면.
"김대중 정권하고 노무현 정권은 같은 라인이다. DJ와 노 대통령은 코드가 같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과 김영삼 정권은 다르다. 김영삼 정권 때는 보수라인이고, 우익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좌익이다. 이 분이 말을 많이 해버리니까 문제가 많아졌다."
- 말 많이 하기로는 목사님과 노 대통령이 거의 비슷할 것 같은데.
"(목사는) 그 말이 아니라 다른 말이지(웃음). 무슨 말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 노 대통령이 기독교출신 대통령이었다면 과연 목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것은 아니다. 종교가 없기 때문에 평가를 나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는 일들이 기독교와 안 맞으니까 그런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기독교) 신자면 생각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