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생각보다 험준한 문안산 등산로
생각보다 험준한 문안산 등산로 ⓒ 김선호
내가 사는 도시의 상세지도를 보면서 문안산이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강을 끼고 돌아가는 강과 인접한 산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가까이에 있는 산이었기에 오히려 몰랐을 수도 있는 이 산을 특이한 이름에 이끌려 올랐던 게 2006년 마지막날이었다.

북한강변을 한쪽에 끼고 차를 달리다 금남교를 지나 문안산으로 추정되는 산 앞에 이르렀다. 이정표도 없고 등산로 표시도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올라갈 수도 없는 형편이었는데 마침 문안산 맞은편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이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문안산 능선에서 바라본 하수처리장
문안산 능선에서 바라본 하수처리장 ⓒ 김선호
산위의 송전탑, 멀리 북한강의 흐름이 보인다
산위의 송전탑, 멀리 북한강의 흐름이 보인다 ⓒ 김선호
근무지가 가까운 탓에 자주 문안산행을 한다는 그분은 문안산을 오르는 코스를 훤하게 꽤고 계셨다. 산행코스를 정확하게 알려주시며 보기보다 쉬운 산이 아니니 조심해서 오르라고 충고까지 해주었다.

등산로 입구는 주유소 뒤편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은 등산로 입구라기 보다는 누군가 앞서 걸어간 길을 뒤이어 다른 이들이 걸어가다 보니 생긴 산길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었다. 도로와 상가 등, 문명의 손길과 너무 인접한 까닭에 숲으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황폐해져 있는 산길이다.

사람들이 별로 지나다닌 흔적이 없어 낙엽이 수북이 쌓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낙엽을 헤치며 산길을 걷다 뒤를 돌아다보면 북한강이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등 뒤쪽으로 북한강이 긴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물박달나무와 파란하늘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등산로
물박달나무와 파란하늘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등산로 ⓒ 김선호
눈이 쌓여 정상진입이 여의치 않다
눈이 쌓여 정상진입이 여의치 않다 ⓒ 김선호
산행코스를 알려준 분의 지적대로 문안산은 생각만큼 쉬운 산이 아니었다. 산길이 생각보다 가파랐고 군데군데 얼음이 언 구간이 있어 미끄러웠다. 뿐만 아니라 양쪽의 벼랑을 끼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능선길을 걸을 땐 절로 오금이 저렸고 그 능선길에서 암벽구간을 만날 때면 간이 콩알만해지곤 했다.

고소공포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문안산행을 자제해야 할 것 같았다. 등산로가 날카로운 벼랑길이고 그 길을 커다란 바위가 들어앉아 있어 바위를 돌아가야 하는 길은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에게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첫 번째 고비는 인공폭포였다. 등산로 한가운데 인공폭포 라니. 문안산 건너편에 하수처리장이 있다. 인공폭포는 하수처리장에서 정수를 한 물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차원에서 생긴 문안산의 명물이다. 문안산의 인공폭포가 작동되는 때는 하절기이고 그때는 금남교앞에서 시작되는 문안산 등반이 불가능해진다. 얼음이 언 동절기는 미끄러워서 등산이 쉽지 않으니 이래 저래 문안산을 등반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안산 정상팻말
문안산 정상팻말 ⓒ 김선호
벼랑 같은 길로 이어진 문안산 능선을 빠져나오느라 힘깨나 썼던 것 같다. 완만한 능선길을 마주하니 비로소 숨돌릴 여유가 생겨난다. 문안산이 유난히 험난하게 느껴졌건 단순히 벼랑길로 이어진 능선 탓만이 아니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아래가 온통 물길로 이어진 까닭이다. 등뒤에서 혹은 눈앞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북한강이 흐르고 있고 오른편에선 북한강으로 흐르는 샛강의 흐름이 보이니 양쪽 사면 아래가 온통 물길로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길에 에워싸여 있는 문안산은 섬 아닌 섬처럼 홀로 떠있는 느낌이다. 섬 같은 산길을 둥둥 떠서 걷는 기분이다.

문안산을 오르면서 단 한사람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한해를 마감하는 날이어서 많은 이들과 서로 문안을 여쭈려 했던 계획이 무안해 지는 순간이다.

묵묵히 산길을 걷는다. 바람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새소리가 한없이 맑다. 하늘은 쨍하고 깨질 듯이 투명하다. 최근 들어 잦은 스모그에 시달렸기에 산에서 만나는 맑은 공기가 새삼 고맙기만 하다.

구름한점 없는 파란하늘을 이고 물박달나무 군락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다. 능선을 넘고 완만한 산길을 한참을 걸어 다시 능선길에 섰을 때였다. 눈앞에 펼쳐진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물박달나무군락을 만났다. 불균질의 박달나무 수피의 흰색이 파란하늘과 이루어낸 조화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문안산에서 당신의 안부를 전한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문안산에서 당신의 안부를 전한다.-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 김선호
보일 듯 말 듯 정상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5km여의 능선구간은 그렇듯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536m, 변변찮은 '정상석'은 고사하고 정상이라는 팻말하나 없는 초라한 문안산 정상을 올랐을 땐 오후의 해가 비스듬이 비켜들고 있는 시각이었다.

누군가 나무둥치에 사슬로 묶어둔 문안산 정상 팻말은 삐뚤하게 눕혀져 이곳이 산 정상임을 알리고 있었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시야는 시원하게 트여 있었다. 물결쳐 흐르는 산 능선들. 그리고 산능선이 품은 마을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과 마을이 이루어낸 조화가 문득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산길을 올라오면서 하고 싶었던 안부를 비로소 전한다. 저 조화로운 산과 마을처럼, 소박하고 아름답게 어울려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