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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이 아니더라도 어느 광고의 카피에서 "어린시절 보았던 한편의 영화가 집으로 오는 길에도, 집에 와서도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중략)...잘 만들어진 한편의 공연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한 것처럼 좋은 영화 한편, 좋은 연극 한편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보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 연극은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가끔 라디오 프로에 살아가는 얘기를 써서 방송을 타고, 상품을 받던 내 눈에 라디오의 또 다른 매력이 보인 것이다. 그건 바로 애청자들에게 배포하는 공짜 초대권들이었다.
생전 공으로는 500원짜리 복권 한 장도 맞아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노니 염불한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초대권 응모란에 이름 석자와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를 적어놓고는 기다렸는데, 역시나 전화가 온 것이다.
그리하여 날짜를 정하고 초대권을 받아서 지금까지 영화 2편과 체험관 2곳을 다녀올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와 체험관이라 어른은 가봐야 심심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는 봉사하는 마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마음으로 갔는데, 가서보니 아이들보다는 내가 더 신이 났다.
이 나이 먹도록 TV에서 해주는 만화영화 외에는 대형스크린으로 만화영화를 언제 봤겠으며, 어디 가서 체면 다 잊고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손으로 만져보고, 던져보고, 쌓아보는 그런 놀이다운 놀이를 해 봤겠는가 말이다.
게다가 난 공짜손님이 아니던가? 매표소에서 돈을 내고 표를 끊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공짜티켓을 수령하는 그 짜릿함은 아마 공짜공연을 구경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본전생각하며 재고 따지는 번거로움 없이 오직 체험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그 체험이 어찌 살이 되고, 피가 되고, 힘이 되고, 추억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두어 번 체험관을 다니다보니 이젠 슬슬 다른 체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는 이유로 내 돈 내고는 영화 한편도 구경 못한 이 문맹인이 드디어 내 돈 내고 체험관 신청을 한 것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외출을 하는 나를 남편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며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노는데 재미 붙였으니 이제 뜨신 밥은 다 얻어먹었네"라며 토로를 해 오곤 한다.
"당신 정말 몰라서 그래? 한편의 공연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이 얘기 하려고 그러지? 아이들 운명만 소중하고, 내 운명은 왜 뒷전인데?"
말은 저렇게 하지만 남편은 바쁘지 않는 한 공연장 앞까지 태워다 주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것이 같이 공연을 즐기지는 못해도 아버지의 자리만은 꿋꿋하게 지켜주는 남편만의 아이들 사랑법일 테니 말이다.